[축산신문 조용환 기자] 출산율 저하로 우유소비가 줄고 폐교가 점점 늘어나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민화교육을 시키고 올해로 다섯 번째 전시회를 열도록 지원하여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소재 송삼초등학교 학부모 민화동아리반은 구랍 1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여주시립점동도서관 1층에서 ‘제5회 민화 동아리 전시회’를 열고 있다.특히 올해 8명의 작가(조옥향, 정혜련, 김미정, 김나영, 이규정, 조현주, 김명희, 이숙희)가 출품한 민화 15개 가운데 4개는 낙농에 종사하면서 자투리시간을 내어 그린 ‘晝耕夜讀(주경야독)’ 작품으로 관계자들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상거목장 정혜련 대표, 서울우유에 하루 1천860kg 납유
체세포수·세균수 1등급…‘나 100% 우유’로 전용목장
은아목장 조옥향 대표, 체험목장 운영…낙농지도자 역할도
서양화에도 조예 깊어 매년 개인전 열 정도로 명성 자자
여주시 가남읍 삼정길 93-19에서 약 40년 동안 낙농을 하는 정혜련씨<상거목장(46세)>는 “시부모님이 80년대부터 일궈온 목장을 대물림 받아 하는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송삼초)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민화를 가르친다는 안내장을 접했다”고 말하고 “목장 일을 하면서 과연 따라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으나 학창시절 미술점수가 좋았던 기억에 2018년 송삼초 민화동아리반에 들었다”며 민화를 배우게 된 동기를 밝혔다.
정혜련씨는 이어 “민화를 가르치는 강사님과 동아리 회원 모두 진지하게 교육에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해주어 매주 3시간씩 학교를 가는 날은 기다려졌다”면서 “올해로 6년째 그리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해도 실력이 많이 향상이 된 것 같아 삶이 즐겁다”고 전했다.
정혜련씨가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작품 중 올해 순지에 채색한 ‘삼여도(70×27cm)’는 세 마리의 물고기를 통해 세 가지의 여유를 표현했다. 삼여도의 의미는 아무리 바빠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는 뜻으로 과거 선비들의 면학태도를 일깨워 주기도 했다.
정혜련씨가 지난해 순지에 채색한 ‘해태도(57×27cm)’는 우리나라 상상의 동물 해태(해치)를 그렸는데 구도와 채색이 짜임새 있다. 해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며 황실이나 궁궐같이 중요한 건물을 지키는데 사용한다. 경복궁 정문에 세워진 해태상은 관악산 화산의 액운을 잡기 위함이다.
상거목장 오선영 대표(46세)는 “처(정혜련)는 2남1녀의 육아를 비롯해 아침과 저녁에 착유를 하고, 목장 일을 많이 도우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민화를 그리는 모습은 아이들 정서교육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며칠 전 독감이 와서 오늘 착유는 모친<이길재<71세)>이 했다”고 귀띔했다.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읽는다는 사자성어 ‘晝耕夜讀’인 셈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한 결과로 그 빛이 더난다 하겠다.
오선영 대표는 “부친(오학수)이 80년대 중반 목장을 시작했으나 본인이 고2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어 모친이 목장을 운영하는데 고생이 많았다”면서 “건국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대물림을 받아 목장 확장에 전념하여 최근 서울우유협동조합(조합원번호 11160)으로 내는 원유쿼터는 하루에 약 1천860kg”이라고 강조했다. 체세포수, 세균수 모두 1등급으로 ‘나 100% 우유’로 내는 전용목장이다.
서울우유 여주낙우회 부회장을 역임한바 있는 오선영 대표의 친동생 오세영씨도 서울우유협동조합에서 헬퍼요원으로 근무하여 쿼터 200kg으로 다올목장을 시작했는데 최근 쿼터는 1천300kg, 전업낙농가로 성장했다.
한국종축개량검정중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여주시 가남읍 금당5길 139에서 은아목장을 경영하는 조옥향 대표(72세)의 경우는 민화는 물론 서양화에 능한 실력을 갖춰 근년 들어서는 개인전시회도 매년 열고 있다. 또 공모전 등에도 출품하여 그 명성은 전국적으로 자자하다.
조옥향 대표는 “2016년 폐암 수술을 받던 해 차녀(김지은)의 아들(정래건)이 당시 송삼초 1학년이었는데 가정통신문이 왔다. 작은 딸(지은)은 기분전환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심리치료에도 좋다고 적극 권유하여 민화동아리에 들게 됐다”며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는 장소가 없어 당시 송삼초 공영숙 교장님은 교장실을 내어주었다. 또 민화를 그리는데 필요한 물감과 붓, 낙관, 종이 등 제반비용과 강사료에 이르기까지 예산을 마련하고 지원해 주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조옥향 대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주말에 방문하는 가족목장체험행사 안내를 제외하곤 민화와 젖소 등 동물을 주제로 그리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올해 순지에 분채한 ‘포도도(46×35cm)’와 지난해 순지에 분채한 ‘호자도(99×66cm)’ 두 작품을 출품했다.
조옥향 대표는 “최근 인스타에 ‘포도도’ 사진을 올렸더니 이태리 등 유럽인들이 ‘동양적인 그림으로. 매우 한국적’ 이라는 극찬과 함께 구입 의사까지 나타냈다”면서 “호랑이 모자 3마리를 그려 넣은 ‘호자도’는 맹수이지만 어미와 새끼가 어우러진 다정함과 함께 용맹을 뜻 한다”고 설명했다.
조옥향 대표는 민화를 그릴 때는 항상 간절한 염원을 담아 붓을 놀린다, 2023년 5월에 그린 ‘노송과 젖소’ 작품의 경우 그 간절한 염원은 그림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능력이 우수한 우리나라 젖소의 경우 경제적인 수명이 2.3산으로 새끼를 고작 2마리 출산하고 죽어야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200년 묵은 노송을 그 곁에 그려 넣었다.
조옥향 대표는 “보은 속리산의 600년 된 정이품송처럼 길게는 못가더라도 5∼10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가야하는 고능력젖소의 슬픔을 아우르면서 경제적인 수명 연장을 소망하고 있다”면서 “젖소의 꼬리를 올린 것은 분을 배출하기 직전으로 똥은 곧 재물을 뜻하여 낙농가 모두가 부자가 되길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송삼초 최건자 교장(59세)은 “우리 송삼초 학부모 민화동아리 분들의 끈기와 노력에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면서 “다만 아쉬운 것은 연간 350만원이던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2024년에는 150만원으로 줄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송삼초 김정택 교감(48세)도 “저 출산으로 인해 경기도의 경우 인구수가 감소하는 지역이 연천과 가평 다음으로 여주”라며 “여주시 관내 23개 초등교 가운데서도 여주초와 여흥초·오학초·가남초 등 시내에 위치한 초교는 학생수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우리학교는 전 학년 인원(1∼6년)이 고작 41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저 출산으로 인해 많은 학교가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폐교까지 이뤄지는데다 우유소비량 또한 감소하는 추세로 중앙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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