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소비자 눈 가린 기업들의 합법적 정보 공개 함정
인공육, ‘대체식품’ 명칭, 국민 건강 위협 중대 사안
최근 몇 년 사이 식물성 재료로 만든 식물성 인공육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배양육을 포함한 소위 식품테크 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고기를 흉내 내서 만든 인공육 시장이 점차 확대되리라 예상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관련 식품군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2022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이들 인공육 식품군들을 모아 ‘대체식품’이라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식약처의 발표는 식물성 재료로 만든 식품부터 곤충 단백질 가공육, 배양육 등을 모두 ‘대체식품’으로 통칭할 경우 생길 위험을 간과한 안일한 처사였다.
식품을 어떻게 지칭하는지의 사안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에 붙어 있는 명칭을 보고 그 식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식품 표시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식품에 사용한 원재료, 첨가물, 가공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알게 할 최소한의 의무가 있다.
GMO 식품이 익숙한 한국…소비자 알 권리 제한적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재료를 선택해서 골라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정보는 법적으로 규정된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이는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정보와 기업들이 공개하는 정보가 꼭 일치하지는 않다는 의미이다.
한국인의 식탁에 매일 올라가는 고추장, 간장의 원료가 대부분 GMO(유전자변형식품)라는 것을 아는가? 한국의 경우 제조·가공 후 유전자변형 DNA와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식품에는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의 알 권리란 이처럼 제한적이다. 이제서야 최근 식약처가 최근 GMO ‘완전표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 발표한 것도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에 반응한 결과이다.
GMO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물건을 선택할 때 GMO 식품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소비를 하고 있는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또는 정보들이 충분하게 제공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업들은 홍보하고 싶은 문구만을 앞세운 채 그들이 숨기고 싶은 정보는 법적 범위 안에서 합법적으로 숨기기 마련이다.
숨겨진 인공육…진짜 고기로 착각하는 소비자
인공육, 배양육의 명칭을 둘러싼 법적·행정적 논의들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도 모르는 새에 인공육은 햄버거 패티, 만두, 소시지, 너겟 등에 다양한 형태로 들어갈 수 있다. 커피를 마실 때 들어가는 우유가 나도 모르는 새에 인공 우유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법적으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그 외에 소비자들이 꺼려할 정보는 숨겨둘 것이다.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덜 느끼거나, 가능한 소비자들이 익숙하거나 선호하는 이름을 제품명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닭고기 만두’와 ‘닭고기 배양육 만두’가 있을 때 기업들이 무엇을 선택할지, 소비자들이 무엇을 선호할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 않은가.
두려운 것은 인공육 그 자체가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 선택의 여지없이 이들을 섭취할 수밖에 없는 미래일 것이다. 인공육을 만들지 말라는 것도, 인공육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인공육을 사용했다면 사용했다고 알려주길, ‘대체식품’이라는 단어로 모두를 뭉뚱그려 고기와 다르지 않다고 착각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정책이 한 번 만들어지면 쉽게 바뀌기 어려운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필요가 있다. ‘겨우’ 이름이라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명칭과 표시제 문제는 국민 건강, 축산업의 미래가 모두 걸려있는 중대사인 만큼 이를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만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소비자원 시험검사국 식품미생물팀(2022), “식물성 대체육 제품 품질 및 안전성 시험 결과”
최용진, 『식품표시 및 식품유해물질 개요』 (한국소비자원, 2010)
조윤미, “GMO 표시제 주요 쟁점” 『세계농업』 15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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