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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재래소의 위기, 방치할 것인가

[축산신문]

허선진 교수(중앙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내산 재래소는 한우(황우), 칡소 (호반우), 흑우 그리고 백우 4종류 정도로 크게 구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황갈색의 한우이고 국내에는 약 350만두 정도 사육되고 있다. 이에 반해 칡소, 흑우 및 백우 등은 사육 두수를 다 합쳐서 1만두 이내로 사육 규모가 매우 작고 인지도나 시장 지배력도 극히 낮은 상황인데, 가장 큰 문제는 근래에 들어 재래소의 개체수가 급감하는데 있다.

현재 황갈색의 한우는 오랜 기간 개량으로 인해 만숙형 소형종에서 중·대형종으로 체성장이 이루어졌고, 마블링 중심의 고품질 고기소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풍미로는 세계 그 어떤 품종보다 우수한 프리미엄 품종으로 성장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마블링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파악하고 축산물 등급판정 체계가 한우의 특성에 맞는 마블링 중심으로 시행되어온 부분과 함께 한우 농가의 개량 및 사육 노력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 생각된다.

황갈색 한우의 경우 개체수가 많기 때문에 유전자원도 다양하고, 근친교배에 따른 문제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칡소, 흑우 및 백우로 대표되는 재래소의 경우 개체수가 매우 적은데다 사육 농가와 사육 지역 또한 매우 적은데, 농장간의 유전적 교류 또한 매우 제한적이어서 근친교배 비율이 높고 이로 인한 경제형질 감소가 큰 문제가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와 지자체가 과거부터 재래소를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수행해 온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근래에 들어 재래소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을 필자는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재래소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우리 정부와 지자체 또는 축산업계의 노력이 그다지 실효성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울릉도의 경우 칡소를 지역 특화 품목으로 선정해서 사육해 왔는데, 평균 약 400여두가 사육되다가 최근에는 그 수가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래소의 사육두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결국 경제성이 부족한 것이 가장 주요한 이유이고, 경제성이 부족한 이유는 결국 유전자원의 다양성 부족에 따른 개량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재래소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정부와 각 지자체가 시급히 나서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주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다양한 재래소의 유전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보다 더 많은 정액과 난자를 확보하고 보급함으로써 농장내에서 근친교배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재래소 즉 칡소, 흑우 및 백우에 한정된 축산물 등급체계 보완이나 유연한 적용 및 법률 개정 또한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울릉도 칡소의 경우 생우를 육지로 이동해서 도축해야만 등급을 받고 육지에서의 판매가 가능한데, 울릉도에는 도축, 발골 및 등급 판정을 위한 시설 등이 미비한 상황이다.

울릉도 칡소의 개체수가 급감하는 주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이것이 현재 재래소가 처한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경상북도와 울릉군이 칡소의 종을 보존하고 지역특화 품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도축 시설 등 관련 투자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생각된다.

또한 농식품부는 재래소의 정액을 더욱 더 다양하게 확보하고 보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재래소를 살리기 위한 보조금 확대도 고민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한우업계 또한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조금 등을 투입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재래소 사육 농가들도 유전자원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타 지역 농장간의 교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결국 개체수가 증가해야만 유전자원이 다양해지고, 그래야만 다양한 목적으로 품종 개량이나 품질 향상이 수월해지기 때문인데, 필요하다면 재래소를 대리모 생산하는 과정도 그다지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농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재래소를 살릴 수 있는 법률체계 개정과 등급제도 보완 등도 고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환경부의 경우 생물종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멸종위기 야생 동물 종들과 생태계 교란 종 등을 구분해서 잘 관리하고 있는데, 이는 인류와 지구의 생존을 위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야생동물도 이러한데 우리가 보유한 가축의 품종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이것은 축산업계 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전체를 보더라도 크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약 700여 개체가 남아 있는 산양이 멸종위기종 1급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데, 흑우의 경우도 2천두가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혹여 구제역을 비롯한 감염성 질병 등이 발생한다면 하루아침에 멸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이를 걱정하는 이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조그만 섬나라 영국의 경우 소와 돼지의 대표 품종들을 모두 보유할 정도로 가축 종들의 다양성이 높다.

우리 재래소 또한 일본의 와규와 미국의 블랙엥거스와 같은 흑모우 종도 있고, 프랑스의 샤롤레와 같은 백모우 종도 있다. 우리 재래소의 다양성을 확대시키는데 대단히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가축종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경제성의 논리로만 판단되어서도 안될 일이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 및 축산업계가 다시 한번 더 재래소에 관심을 가지고 지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라 생각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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