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호 교수(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시장 개방화에 대비하면서 농가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돈농가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데,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경영관리와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 목표과제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돈의 개체별 기록관리와 농가 경영성적 전산관리 강화, 농가 생산정보와 이력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영농은 양돈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돼지 전체 사육 마릿수와 모돈 사육 마릿수는 지속해서 늘어 돼지이력제를 시행한 2014년 12월 기준으로 돼지 전체 사육 마릿수는 1천63만8천마리, 후보돈을 포함한 모돈 마릿수는 100만2천마리였으나, 2022년 3월 기준으로 각각 1천172만5천마리, 108만7천마리로 10.2%, 8.5%씩 증가했다.
반면 국내 모돈 한마리당 연간 생산마릿수(PSY)와 출하마릿수(MSY)는 2014년 각각 21.0마리, 17.7마리에서 2021년 각각 21.6마리, 18.2마리로 조사되어 생산성이 정체 상황이며, 선진국과 경영성적 차이도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양돈농가와 현장 인터뷰를 통해 MSY와 PSY가 선진국 대비 낮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첫 번째는 일부 농가에서 모돈에 대한 개체별 기록관리를 하지 않거나 미흡하여 모돈 개체별 산차나 분만일 등을 혼동, 사육관리 체계가 붕괴 되는 등의 농장 경영관리 측면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농장 사육체계를 정상화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두 번째는 환기 불량, 밀식사육 등으로 인한 질병과 스트레스 발생으로 자돈이 폐사함에도 불구하고 모돈 사육 마릿수와 자돈 생산 마릿수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경우다. 농가 시설과 환경에 맞는 적정한 자돈 마릿수와 그에 따른 모돈 사육 마릿수를 조절하여 폐사율을 낮춰야 하나 자돈 생산에만 치중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출하일령이 통상 180일 기준이나 210일로 늘어나 생산성이 낮아지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팜 등의 농장에서 생성된 자료와 이력 및 등급정보 등의 공공데이터를 농가가 직접 분석하거나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양돈 농가의 생산성이 향상될지 인터뷰한 농가와 함께 고민해 본 결과, 첫 번째는 모돈에 대해 개체식별이 가능하도록 귀표 등을 부착, 농가의 경영관리 사고를 예방하고, 실시간으로 수태율과 분만율 등을 체크하여 PSY를 높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농가의 시설과 환경에 적정하게 모돈과 자돈 사육마릿수를 유지하여 자돈 육성율을 높여 MSY를 높이는 것이며, 세 번째는 모돈에 비해 컨설팅이 다소 부족한 비육돈에 대해 사양·환경·질병 컨설팅을 확대하여 비육돈의 출하일령을 줄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농가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을 위해 농가에서 수집된 자료와 공공데이터를 융합·분석하여 양질의 컨설팅 자료를 농가에게 환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높게 형성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변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곡물 가격 상승 등 대내외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에 불안한 요소들이 공존하고 있다. 질병 발생, 수급 불안, 대내외 환경 변화 등으로 돼지고기 가격변동이 커질 경우를 대비하여 정부와 농가는 더욱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양돈산업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정부는 모돈 이력제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모돈 이력제 도입 즉시 생산성 향상이 전반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더라도 양돈산업 발전을 위한 초석의 역할은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돈 이력제 도입 시 농가에서는 많은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돈 이력제 도입으로 사육현황 정확도 제고를 통한 산업통계 활용, 수급관리를 통한 돼지고기 가격 안정, 모돈별 성적관리를 통한 품질개량 및 생산성 향상, 모돈 거래 투명화, 질병관리를 통한 출하돈 성적 향상 등 많은 장점이 예상된다. 정부와 농가가 상호 노력하여 모돈 이력제를 추진하면 국가는 수급 안정과 방역관리 효율화를 달성하고 농가에서는 생산성 및 수익성을 높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