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 또는 의사결정(Governace)를 뜻한다. ESG가 대두되기 전의 기업 가치는 회계학이나 재무학 등 숫자로 나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가치 평가에서 환경과 사회에 악영향을 주는 지배구조/의사결정을 해서는 안되고 환경적이며 사회적인 책임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것을 기업의 가치로 보고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ESG가 사용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은 2020년 1월에 앞으로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주요 기준으로 선언했고, 우리 기업들의 환경 관련 이슈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했다. 이를 경험해서인지 인사이트코리아의 2022년 2월 11일 기사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ESG 중 중요도에서 환경 부문(67.4%)을 최우선 과제로 골랐으며 그 다음으로 사회(18.6%), 지배구조(14.0%) 순이었다. 우리나라 축산 관련 기업들도 ESG 경영을 밝히고 있다. 2021년 2월 ESG 위원회를 발족한 서울우유는 ‘우유로 세상을 건강하게’라는 경영이념을 통해 고객만족, 고객건강, 친환경, 동물복지를 추구할 것을 밝혔다. 이를 위해 사내 일회용 종이컵 퇴출, 재생용지 활용, 제품 포장자재 변경, 자원봉사·기부 등 사회공헌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경우 음료제품 무라벨 적용 등으로 2025년까지 플라스틱 배출량을 20% 이상 감축하고 취약계층들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할 것을 밝혔다.
ESG는 간단하게 환경·사회·지배구조/의사결정이라고 정의하지만 그 세부적 내용에 대해 알아보지 않는다면 좋은 이야기를 하는 뜬구름 잡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이 ESG에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환경이고 친환경을 내세우기 위한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친환경적 내용들이 그 기업의 본질과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우리 축산업과 관련한 분석 자료를 보자. 영국의 The FAIRR Initiative(이후 FAIRR)는 2021년 12월에 ESG의 관점에서 세계적 동물단백질 생산자 60곳을 대상으로 투자자, 회사, 산업전문가들과 함께 9개의 위험 요소, 1개의 기회요소를 결정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노력과 방법에 대해 복합적으로 평가한 Coller FAIRR Protein Producer Index를 발표했다. FAIRR가 밝힌 9개의 위험요소의 위험성을 평가했을 때 가장 높은 위험성을 가진 요소는 물사용·물부족(100% 중 11% 수행)이었다. 그 다음은 폐기물·오염(12%), 산림파괴·생물다양성(17%), 온실가스배출(26%), 항생제(27%), 동물복지(27%), 지배구조/의사결정(33%), 작업환경(37%), 식품안전(40%) 순이었다. 이러한 위험요소를 역순으로 읽으면 지금까지 동물단백질 산업에서 주요 이슈가 되었던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한 투자 노력순인 것을 알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성을 가진 요소들은 환경적 요소로 분류할 수 있다. 위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향후 온실가스배출 → 산림파괴·생물다양성 → (특히 도축장·목장에서의) 폐기물·오염 → 물사용·물부족의 순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그에 따른 더 강한 사회적·법적 규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높은 위험성(high risk)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 요소들의 상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물사용·물부족의 경우 기업체보다는 사료작물, 가축에게서 위험성이 높으며, 폐기물·오염의 경우도 기업체보다는 사료작물, 가축분뇨 관리 분야에서 위험성이 높다. 산림파괴·생물다양성은 사료와 소 관련 분야에서 위험성이 높다. 온실가스배출은 직접적인 배출에서 보다는 전방산업과 후방산업에서의 간접적 배출에서 위험성이 높고 기후와 관련된 분석이 부족하여 위험성이 높다. 항생제의 경우 항생제 사용 정책보다 항생제 사용에서 더 높은 위험성을 보였다. 동물복지도 정책보다 사육방법, 인증, 모니터링 등에서 더 높은 위험성을 보였다. 이제 중간적 위험성(medium risk)을 가진 것으로 구분된 요소들을 평가한 방법을 보자. 지배구조/의사결정과 관련해서는 이사회가 ESG와 지속가능성을 필수적인 것으로 명시하는 노력을 했는가로 평가했다. 작업환경과 관련해서는 인권, 공정한 작업환경, 안전 및 이직률(turnover) 데이터를 제공했는가 등으로 평가했다. 식품안전의 경우 리콜과 식품안전 시스템으로 평가했다. 유일하게 밝힌 기회요소인 지속가능한 단백질(33%)은 조사에 응한 동물단백질 생산자들은 대체 단백질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는가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ESG(특히 온실가스)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ESG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있다. 앞서 예를 든 축산 관련 기업 뿐 만 아니라 더 많은 축산 관련 기업들이 ESG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다. 하지만 목표만을 이야기하고 그 목표에 맞는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을 것이다. 각 사업주체(기업/목장 등)에서는 FAIRR의 보고서에서 밝힌 요소들 또는 자체 결정 요소들에 대한 각자의 상황을 분석하고 그 분석에 맞는 ESG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것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