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강 석 교수(서울대학교 수의학과)
매년 철새가 북방지역에서 국내로 도래하는 시점에 맞추어 정부는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조류인플루엔자 특별방역대책 기간을 정하여 한층 강화된 방역대책을 추진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주지하다시피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8) 발생으로 가금 농가들은 혹독한 동절기를 보냈다.
지난 동절기 동안 야생조류에서 전국적으로 234건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234건이나 검출되었고, 109개 가금농가(닭 55, 오리 48, 기타 6)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약 3천만 수의 가금류가 희생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국내 발생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북방지역으로부터 도래하는 겨울 철새들(오리류)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국내 발생이 뚜렷하게 빈번해 진 이유도 유라시아 대륙을 넘나드는 철새 무리들 사이에서 바이러스 오염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서 기인한다.
그래서 유라시아 대륙의 다른 지역 야생조류와 축산 농가에서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상황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동절기 상황도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아 낙관적이지 않다는 암울한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유럽지역 야생조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건수가 40배 이상 증가하였고, 바이러스 유형도 지난해보다 다양해졌다.
중국 등 주변 아시아 지역 야생조류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검출건수가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유라시아 지역의 환경이 악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 유형이 유입되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기에 방역 당국과 축산 농가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매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을 거듭하면서 축산 농가에서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보다 강화된 방역대책을 마련해 왔다. 특히 이번 동절기에는 국내 질병발생 역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한 위험도 평가를 통해 살처분 기본 범위를 설정하고, 이후 2주마다 위험도 재평가를 통해 그 범위와 대상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탄력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개선된 방역 대책을 추진한다. 그러한 방역 대책이 시행착오없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다른 국가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국가방역의 모범 사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환경에 오염된 바이러스는 차단 방역의 사각지대나 허술한 틈을 통해 농장에 들어와 질병발생 문제를 일으킨다. 축산 사육환경(밀집, 밀접, 밀폐) 특성상 아무리 좋은 방역대책을 추진되더라도, 어딘가에 숨어있는 바이러스를 조기에 신속하게 색출하는 노력을 강화시키더라도, 축산 현장에서 철저한 차단 방역 조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조류인플루엔자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이후 HPAI 재발 농장의 비율이 29.3%에 달한다고 한다. 그 원인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이들 농장 상당수가 그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으며 그 위험이 제대로 차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대다수 발생 농장이 열악한 축산 차단 방역시설 또는 차단방역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조류인플루엔자에 관한 한, 사후 조치보다 예방 조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축산 농가에서 완벽한 차단방역 조치를 취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방역기간 동안 조류인플루엔자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대해 농장 차단방역 자율 조치를 실천해야 한다.
농장입구 출입제한과 소독조치뿐만 아니라, 축사 입구마다 세척조와 소독조를 제대로 구비하고 축사마다 전용 장화를 구비해서 출입하는 기본 생활방역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그 위험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우리 모두 합심해서 조류인플루엔자 현 위기를 극복하자.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