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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斷想>축사엔 스산한 가을 바람만 분다


기원 회장(경인지구축협운영협의회·포천축협조합장)

빛과 그림자 뒤섞인 게 세상의 이치
문제를 시정하되 그것을 빌미 삼아
축산 홀대하면 농촌경제 망가질 것

요즘은 그런 경우가 드물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삶의 전부일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희생양’이 있기 마련이었다.
공부 잘하는 자식(특히 아들)을 통해 집안을 일으키려는, 말하자면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 의해 선택받지 못한 자식들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또 조실부모한 집 맏이들이 동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모두가 가난에 찌들어 배고프던 시절 우리 이웃들이 겪어낸 슬픈 이야기이자 미담이기도 하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줄곧 농어민 후계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필자는 요즘 들어 이처럼 옛날 일들을 떠올리며 자꾸만 서글픈 생각에 잠기게 된다. 질풍노도와 같았던 경제성장에 이어 이른바 경제와 산업의 고도화 속에서 갈수록 소외되는 우리 농촌과 농축산업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UR 협상 타결과 WTO 출범으로 인한
본격적인 수입개방 그리고 관세를 완전 철폐하는 FTA 등은 수출지상주의의 결과물로써 우리 농촌과 농축산업에는 치명상이 되고 있다. 백 번을 양보해 이런 일들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농축산업이 경제발전의 희생양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문제는 경제가 더 고도화되고 발전할수록 오늘의 경제발전을 가능케 한 농축산업의 소외(疏外) 정도는 더욱 심화되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선택받지 못한 자식이 선택된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데는 어떤 형태로든 결과적 보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형제의 희생을 토대로 이뤄진 그 성공으로 인해 희생한 쪽이 소외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끈 원동력은 인재임이 분명하지만 그 인재들이 어떻게 배출됐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잊고 사는 것 같다. 농촌인구가 절대비중을 차지하던 시절 고등교육을 뒷받침한 건 축산이었다. 상아탑으로 일컫는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지칭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니던가.
그뿐인가. 농사지을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농촌경제를 견인하는 존재 역시 축산이다. 수도작과 원예특작만으로 농촌경제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식량산업으로서의 축산은 농촌경제에 혈액을 공급하는 산업이다. 특히 영세농가가 주류를 이루는 한우산업은 실핏줄이나 다름없다. 축산이 농업 총생산의 40%를 넘어섰다는 정부통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그럼에도 축산은 갈수록 홀대받는 천덕꾸러기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중앙정부 차원의 축산진흥책은 실종된 지 오래이며 그저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한 실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방자치단체도 사육금지 구역지정이나 사육거리제한 등 각종 규제만 양산하면서 축산을 옥죄고 있다. 축산업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나타내는 채식주의자나 동물복지론자들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축산업 역시 급속한 규모화의 와중에서 주변을 미처 돌아보지 못해 생기는 문제들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정책적인 지원과 계도, 축산내부의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사안임에도 우리 현실은 규제로 옭아매고 여론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규제에 허덕이는 축산을 이대로 두면 우리 국민들의 식탁은 온통 수입축산물로 덮이고 농촌경제는 회복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일정 수준의 축산기반을 유지할 때 수입축산물의 품질이나 가격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농촌경제가 피폐해지면 농촌의 공동화(空洞化)를 막을 수 없음도 알아야 한다.
축사에서 바라보는 들판은 처연한데 가을바람은 차기만 하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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