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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창간 36주년 특집-건강한 K축산 / 기고> 건강한 축산식품 ON 대체식품 OFF

고기, ‘진짜’와 ‘가짜’ 차이점 인식…오인 방지 힘써야


최 윤 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대체육, 영양조성 완전히 달라…배양육, 세포 증식 안전성 검증 안돼

무조건 거부보단 어떻게 부르고, 어떤 범주에 포함시킬지 공론화 필요


美, 대체식품 ‘고기’‘유제품’ 못 쓰게 법제화

미국 축산·낙농업의 중심 도시인 위스콘신주는 지난 6월22일 ‘진짜’ 고기와 우유, 치즈 등이 포함되지 않은 상품을 ‘고기’ 또는 ‘유제품’으로 분류 및 명기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미국 축산·낙농업의 ‘표시제(labeling)’를 둘러싸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온 문제에 대해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를 남의 나라의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최근 한국 내 변화도 심상치 않다. 한국 정부가 배양육에 대한 연구개발에 투자한 규모는 2020년 기준 15억3천여만 원으로 지난 2018년과 비교하면 불과 2~3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고,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신규과제 지원 내용과 세제지원 혜택을 고려하면 이런 성장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학계 전문가들과 축산 관계자 역시 이런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6월17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배양육, 미래의 먹거리일까?'를 주제로 개최한 원탁 토론회는 이런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었다. 이 토론회에서는 배양육 연구의 전문가 뿐 아니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시민모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여러 관점에서 첨예한 논의를 이어갔다. 특히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발표에서 대체육, 배양육, 가짜고기 등 용어가 혼선되어 사용되는 현 상황을 지적하며 용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요컨대, ‘대체육’을 만들어내는 신사업에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는 우리도 정부와 기업은 물론 관련 산업 분야 종사자 모두가 함께 무엇을 진짜 ‘고기’ 및 진짜 ‘유제품’으로 규정할지의 문제를 두고 진지한 논의 과정을 거쳐서 적절한 용어를 확정하는 새로운 법안을 입안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육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대체육은 단어 뜻 그대로 풀이하면 ‘고기’를 ‘대체’한다는 의미, 즉 고기의 형태를 지니면서 고기와 유사한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대체 단백질 식품’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개념이다. 콩이나 밀과 같은 식물성 재료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이나 식용 곤충을 재료로 만든 단백질 식품, 그리고 동물체로부터 채취한 근육 줄기세포를 증식시켜 생산하는 ‘배양육(cultivated meat)’이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그 중 식물성 대체육은 외국에서 일찍부터 채식주의 열풍으로 식물성 재료로 가짜고기를 만들어서 다양하게 소개된 바 있고, 식용 곤충 단백질 식품은 인류의 식량난을 구제할 수 있는 미래의 식품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최근 관심의 대상인 배양육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타이슨 푸드(Tyson foods), 카길(Cargill), PHW그룹, 구글 등 유수의 기업들이 관련 연구에 투자를 시작했으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체육 ‘지속가능한 친환경 식품’ 잘못된 인식

이렇게 대체육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진짜 고기가 공급되는 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가는 식육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데 있다. 가축을 사육해서 고기를 생산하는 기존의 축산 방식만으로는 경제 발전으로 증가하는 전 세계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전 세계 육류 공급량의 65%를 담당하는 미국과 브라질, 캐나다 등지의 육가공 공장이 연달아 폐쇄되면서 고기 대란이 발생한 사건은 이런 문제를 더 악화시키기도 했다. 둘째, 전 세계가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생산 소비를 지향함으로써 기존 축산업보다 더 친환경적이라 여겨지는 대체육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 EU가 탄소배출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하고 한국도 이에 발맞추어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데, 대체육이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식품으로 잘못 평가된 것이다.

대체육과 관련된 여러 이슈들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소위 대체육으로 분류되는 식품들이 과연 진짜 고기를 대체할 수 있을지, 이들이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등의 문제들을 검토하려 한다. 우선 식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의 경우, 외향만 고기의 형태를 띠고 있을 뿐 동물성 단백질이 결핍되었다는 점에서 영양 조성은 완전히 다른 가짜 고기라 할 수 있다. 가짜 고기로는 기존 채식주의 식단이 갖고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칼슘과 비타민D, B12, B6 및 오메가-3 지방산과같은 다양한 영양소 섭취가 부족하고, 동물성 단백질 감소로 성장, 면역, 뇌발달에 영향을 주는 아연의 체내 흡수율을 저해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따른다. 배양육 역시 (근육)줄기세포를 배양하여 근육 세포를 증식 분화해 단백질 생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 역시도 화학물질이 들어간 배양액으로 만들어진 배양 화학물질로 엄밀한 의미에서 고기라고 말하기 어렵다. 또한 배양육 제조에 사용되는 배양액이나 항생제와 같은 물질의 안전성과 줄기세포를 배양할 때 근육 세포가 아닌 다른 유해한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 등을 충분히 배제할 수 없는 위험 요소들은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위험 요소이다. 


인류 건강 기여 동물성 자연식품, 모방 못해

오히려 대체육이 진짜 고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설명들은 우리 축산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소, 돼지, 닭 등의 육류는 단백질이라는 하나의 성분으로 단순하게 구성된 식품이 아니다. 우선 육류에 함유된 동물성 단백질은 건강한 뼈 구조를 유지시키는 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일 뿐 아니라, 칼슘 흡수를 도와 인체 내 칼슘 항상성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육류는 양질의 단백질 외에도 다양한 미네랄, 아미노산, 비타민D, B 종류를 함유하고 있으며, 신체 내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체내 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등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영양소들이 복합적으로 포함된 자연식품이다. 이런 자연식품이 내재한 훌륭한 영양 성분은 식물성 단백질이 대체할 수 없거니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단백질 또는 단백질과 지방의 합성물로는 인류의 건강을 오랜 기간 책임져 온 동물성 자연 식품의 풍부한 영양소를 대신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배양육 생산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근육줄기세포 배양 방식은 성체줄기세포로부터 빠른 체외 근육을 생산할 수 있다지만, 줄기세포 증식의 제한으로 동물을 지속적으로 희생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도 지속가능한 방법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항생제, 동물혈청 등을 사용하는 배양육이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이 2% 이하로 미미한 축산업보다 더 환경 친화적이라는 오해 역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무서운 속도로 새로운 축산 시장을 창출하는 대체육 산업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현실임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축산인들이 새로운 바람을 거부하기보다,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문제화시킬 것인지를 더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앞서 소개한 미국 위스콘신주의 축산인들이 ‘고기’, ‘유제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경계선을 설정함으로써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법안을 발의한 결과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대체육 문제가 이제 막 공론화되기 시작하는 지금, ‘고기’라는 단어를 둘러싸고 대체육들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부를 것이며, 어떤 범주에 포함시킬지의 문제들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 대체육이 ‘진짜’ 고기와 다르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축산인들은 대체육을 종류별로 ‘세포’, ‘배양’, ’식물성’ 등의 명칭을 고기 앞에 정확하게 표기하고 법제화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기존의 ‘고기’와 구분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대중들이 진짜 고기와 가짜 고기의 차이점을 인식하고 각 제품을 구분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많은 교육과 홍보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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