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군납축협·농가, “우려가 현실로” 불만 폭발
군 장병 급식에 9년 만에 수입육이 들어가게 되면서 51년 동안 안정적인 축산물 공급을 책임져온 군납축협과 관련농가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국방부가 민관군합동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하고 있는 군 급식체계 개선 과정에서 올해 하반기 시범부대로 운영되는 육군 2개 사단이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한 경쟁입찰에서 돈육과 우육 등 수입 축산물을 포함시키고, 결과적으로 낙찰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축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입 축산물이 군납에 포함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9년 만의 일이다. 국방부는 축산업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국회에서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대체하는 예산을 확보해주면서 2013년부터 군 장병 급식 품목에 수입쇠고기를 제외했다.
이번에 민간에 경쟁입찰 방식을 시범 도입한 육군부대(육군 제1사단·제32사단)에서 10년 가까이 군 장병들에게 먹이지 않던 수입 축산물을 공공연하게 입찰 품목에 포함시키면서 51년 동안 안정적으로 축산물을 군에 납품해온 축협과 축산농가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이번 군 급식체계 개선은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한 격리장병 부실급식 문제에서 출발했다. 급식체계 개선여론이 높아지자 국방부는 민관군합동위원회를 구성해 조달체계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실급식 문제가 경쟁입찰 도입으로 이어지고 결국 수입산 허용으로 변질되면서 수십 년 동안 군 장병의 식탁을 책임져온 군납농가에게 직격탄이 된 셈이다.
국방부는 1970년 1월 체결한 ‘군 급식 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에 따라 장병 급식에 사용되는 농수축산물을 51년 동안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달해왔다. 축산물의 경우 계획생산품목과 비계획생산품을 구분하고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산정된 가격을 놓고 협의를 통해 정해진 품목별 단가를 1년 동안 유지하는 방식이다. 시중 가격이 올라도 축산농가는 손해를 무릅쓰고 계약된 단가 그대로 납품해왔다. 국방부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축협, 농협, 수협과 농수축산물을 공급받기 시작한 배경에는 유사시 안정적인 조달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축산물 군납농가들은 국방부가 부실급식 문제에 대한 책임을 경쟁입찰 방식 도입으로 풀려는 접근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시범부대에서부터 국내산을 먹던 장병들에게 수입육을 공급하는 것이 급식의 질을 높이는 방법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방부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으로 주문해 유통업자들의 경쟁을 통해 조달하는 학교급식과 비슷한 장병급식전자조달시스템(MaT)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가격 위주의 경쟁으로 식재료를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군납축협 조합장들은 “국방부가 현장의견을 충분히 들어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급식체계 개선안을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조합장은 “51년 동안 군 장병의 식탁을 책임져온 군납주체들의 의견이 제대로 국방부에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축협과 군납농가 모두 허탈한 심정이다. 적어도 수입육이 장병들의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가이드라인부터 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합장들은 “군 급식개선의 핵심은 장병의 선호를 최대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전시 대비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육군 제1보병사단은 8월 5일, 제 32보병사단은 8월 13일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에 경쟁입찰 공고를 냈다. 현재 민간업체에 낙찰된 상태로 1사단은 9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2사단은 9월 8일부터 10월8일까지 납품을 받는다. 입찰 현품설명서에는 돈육 전지 미국·스페인, 삼겹살 스페인·프랑스, 돈육 목전지 미국, 우육 목심 호주, 우육 사태 호주, 불고기용 설도 양지 우둔 호주, 우육 갈비 뉴질랜드 등 식육의 원산지에 국가명이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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