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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같은 듯 다른 너와 나


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기쁨’과 ‘슬픔’의 경험이 있지만, ‘기쁨’과 ‘슬픔’ 그 자체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라도 그 의미는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쁨’과 ‘슬픔’의 내용과 생긴 이유에 다가가게 되면 각자의 경험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게 되므로 그 상황에서 차이가 생기고 멀어짐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도 ‘기쁨’과 ‘슬픔’ 자체에 공감하게 된다면 서로 다른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더 깊이 이해하게 될 수 있다. 

‘기쁨’, ‘슬픔’ 그 자체는 총론(總論), ‘기쁨’과 ‘슬픔’을 대하고 이해하는 방법은 각론(各論)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총론은 동의하나 각론은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에 문제는 각론에서 발생한다.

2020년에 종료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축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실태와 정책과제(우병준 등)’에서 제시한 축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음의 4가지로 정리해보았다. ① 시민적 책임: 사회의 법, 규범 준수 및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안전한 축산물 생산, ② 경제적 책임:  효율적 자원 활용, 질병방지 및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의 합리적이며 안정적 공급, ③ 생태·환경적 책임 : 환경오염과 악취 방지 및 관행 축산에서 탈피, ④ 윤리적 책임 : 동물복지축산 실천. 보고서의 내용 중 소비자들이 평가한 축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부정적 판단비율을 보면 시민적 책임은 26.7%, 경제적 책임은 21.3%로 보았으나 생태·환경적 책임은 47.8%, 윤리적 책임은 43.3%로 두 배 가까이 높은 부정적 판단비율을 보였다. 반대로 생산자들이 평가한 축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있어 부정적 판단비율을 보면 시민적 책임(4.1%), 경제적 책임(4.1%), 생태·환경적 책임(11.4%), 윤리적 책임(4.9%)로 소비자와 생산자 간 큰 간극을 보인다. 두 집단 모두 사회적 책임 내용에 대해 동의(총론)했지만 각 집단 간 상황과 경험의 차이에서 이러한 간극이 생겼다(각론)고 볼 수 있다.

‘소비자 최초 상기율(TOM, Top Of Mind)’이라는 브랜드 관련 용어가 있다. 소비자가 여러 경쟁 상표 가운데 특정 상표를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리는 비율이다. 소비자들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게 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오감(미각, 시각, 촉각, 후각, 청각)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축산을 기준으로 오감을 생각해보자. 

[미각] 고급 식품으로서의 맛을 가지고 있고 섭취 시의 즐거움은 일반 국민들도 인정하고 있다. 가족과의 모임, 직장에서의 회식, 야유회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동의하고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감각적 요소를 생각해보자. 

[시각] 푸른 풀, 넓은 공간에서 뛰어놀며 사육되는 가축 vs.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갇혀서 사육되는 가축. 

[촉각] 소비자 주변에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축 vs. 방역 또는 기타 이유로 폐쇄된 공간에 있어 소비자들과 접점이 없는 가축. 

[후각] 근처에 가면 행복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냄새 vs.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 

[청각] 편안한 소리를 내는 가축 vs. 크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가축. 

우리 국민들은 어떤 면을 먼저 생각하고 있을 것인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소비자들도 축산의 필요성(총론)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축산(각론)이 필요한 것인지는 생산자와 간극이 크다. 영양학적, 경제학적, 식량안보적 축산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와 함께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축산’을 경험하도록 하여 축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여 소비자들과의 간극을 줄여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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