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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26>

좀 편하게 가려고 우회 길로 빠졌다가 되레 지체


(전 농협대학교 총장)


빨리 걷던지, 느리게 걷던지 ‘회자정리<會者定離>’요 ‘거자필반<去者必返>’


▶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또 만나는 까미노 친구들.( 6월15일, 24일차 )  

어제 그렇게 맑던 하늘이 비가 오다니 믿기지 않았다. 변덕이 심한 것이 산중의 날씨인 것 같다. 원래의 까미노로 가지 않고 비가 오니까 편하게 가려는 의도로 도로를 따라서 걷다보니 순례길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감이 들었다. 뒤로 돌아가려니 벌써 30분 이상을 왔는데 어쩌나. 일단 까미노 쪽으로 방향을 잡고 능선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풍력발전 바람개비가 윙윙윙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구름속이라서 육안으로는 방향을 잡을 수 없으므로 모바일 앱 ‘맵스미’를 이용하어 바른 방향을 찾아갔다. 요령을 부리다가 길을 놓친 격이 되었다. 한 30 여분이 지나서 원래 까미노를 찾았다. 앞에는 같은 알베르게에서 묵었던 외국인 자매 둘이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분명 먼저 출발했는데 그들이 우리보다 앞에 있으니 우리가 반시간 정도를 돌아온 것 같았다. 덕분에 풍력발전 바람개비 바로 밑을 지나면서 풍력발전기가 가동되며 내는 윙윙거리는 소리도 처음으로 들어보고 날개의 크기가 엄청 크다는 것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득도 있었다. 

그러나 요령보다는 정도를 택하는 것이 옳다는 것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바람개비가 서 있는 곳이 해발 1천100m로 까미노에 합류했을 때는 이미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던 셈이다.

합류점에 특이한 건물이 한 채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집터 바닥부터 지붕까지 모든 자재가 돌이었다. 바닥에는 검은색의 판석을 깔고 벽은 판석을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고 지붕도 판석으로 기와를 입히듯 한 특이한 집이었다. 아마도 옛날 산에서 가축을 키울 때 기거하던 시설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산등성이에 역시 돌로만 지은 성소가 순례자들의 힘을 돋우고 있었다. 산을 한참 내려와서 첫눈에 들어오는 카페, 까사 메종(Casa Meson). 얼마나 반갑던지. 출발 2시간 반 만에 산길 9km를 걷고서 만난 첫 카페였다. 할아버지 내외와 딸, 셋이서 운영하는 곳인데 꽤 친절하게 맞는다. 커피와 또르띠야(Tortilla)를 시켜 먹으니 시장기가 사라졌다. 계속 까미노 친구들이 들이닥쳐서 어림잡아 20여명이나 됐다. 모두들 고대하던 카페일 터, 배낭을 풀고 차와 먹을 것을 시키기에 바쁘다. 그동안 헤어져서 못 만났던 까미노 친구들을 여럿 만났다. 그저께 만났던 한국인 부부도 다시 만나고, 3일전 헤어졌던 이태리 친구도 그리고 독일, 필리핀, 일본 친구도 만났다. 이런 게 까미노 순례길이다. 빠른 자도 느린 자도 또 만나게 되는 게 까미노다. 이태리 친구는 발걸음이 굉장히 빠른데 몸에 탈이 나서 하루를 쉬었단다. 여기서도 회자정리(會者定離)요 거자필반(去者必返)이다. 오늘 길은 오르막이다가 내리막이 되고, 다 내려가면 다시 오르막이 되는, 높낮이가 반복된 쉽지 않은 길이었다.

두 번째 오르막 이후 한참 경사진 내리막길을 내리자마자 23km 지점에 오까다보(O Cadavo)에 알베르게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체크인을 했다. 우리는 내일 오전에 루고(Lugo)에 도착하여 오후에는 루고 성 등 유적을 돌아보기 위해 6km를 더 가서 카스트로베르데(Castroverde)에서 숙박하기로 했다. 거기에 슈퍼마켓이 없다고 하니 식료품을 사서 지고 갔다.

도중 빌라바데(Vilabade)에 들어서니 성당 앞 공터에 푸드트럭이 있고 음료와 케이크 등을 팔고 있었다. 젊은 친구가 매우 사교적이고 붙임성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맛있습니다’ ‘안녕’ 등을 우리말로 했다. 대단한 상술이 아닌가. 맥주와 콜라를 한잔씩 주문해서 먹었다. 뭐 좀 더 안 사먹나 하는 눈치였으나 지난번 휴식 때 먹은 게 있어서 더 먹을 수가 없었다. 

바로 옆 산타마리아(Santa Maria)성당 열쇠를 본인이 갖고 있으니 구경하겠느냐고 물어서 들어가서 기도를 하고 둘러보았다. 이 산타마리아 성당은 1478년에 세워진 620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성당이다. 제단 뒤의 조각과 장식이 시골에 있는 성당치고는 매우 화려한 게 인상적이었다.

체크인 한 알베르게는 2년 전에 새로 지어서 시설이 아주 훌륭했다. 모든 것을 정리한 후 시내 구경을 나갔는데 없다던 슈퍼마켓이 두 군데나 있는 게 아닌가. 그 무거운 짐을 괜히 지고 왔으니, 틀린 정보 덕분에 체력단련 좀 더 했다. 나온 김에 슈퍼에서 포도주 한 병과 돼지고기 300g을 샀다. 멋진 디너를 위하여.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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