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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22>

해발 700m 산기슭 층층이 길 내고 조성된 중세 마을 걷다가
변덕스런 날씨가 연거푸 무지개 장관 선사


(전 농협대학교 총장)


변덕스런 날씨가 연거푸 무지개 장관 선사


▶ 낙농지대를 지나며 무지개를 세 번 만나다. (6월11일, 20일차)

잔뜩 흐리지만 비가 안 와서 다행이다. 출발 전에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했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남자들 여럿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시골마을이나 조그만 타운일 경우는 카페가 사람들이 만나는 사교장소인 듯하다. 카페의 케이크는 아주 다양한데, 스페인 가정에서 전통적으로 해 먹는 또르띠야(감자와 계란을 섞어 만든 오믈렛 같은 음식)에서부터 크로아쌍, 클럽샌드위치, 하몽바게뜨샌드위치, 홈메이드 쿠키 등 매우 다채로운 케이크가 진열돼 있다. 

비가 계속 오락가락해서 우의를 쓰고 걸으려니 힘이 들었다. 언덕을 넘어 구비 길을 돌아가니 마을이 나오는데 제법 컸다. 특이하게 해발 700m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티네오(Tineo)라는 곳인데 13세기 초에 알폰소 9세가 조성한, 아스투리아스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의 하나라고 한다. 예전에는 오비에도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이 반드시 머물고 가는 마을이었다고 전한다.

넓은 땅을 두고 하필 비좁은 산기슭에 층층이 길을 내고 도시가 형성됐는지 이유가 있을 텐데 알 길이 없다. 아마도 처음 마을을 만들 때 산 중턱을 타고 나가는 순례길 옆에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을 것이고,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씩 늘어나다 보니 마을이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을은 지대가 높으니 자연히 전망이 좋을 수밖에. 광활한 산야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게 기막히게 전망이 좋다. 메인 거리 양쪽에는 카페, 식당 등 상가 건물들이 있고 뒤편 언덕과 아래 언덕 쪽으로는 주택들이 층층이 자리 잡고 있다. 경사지에 컬러풀하게 지어진 집이며 건물들이 참 아름답다. 주민이 약 3천700명 정도라니 작기는 하지만 근방에서는 중심이 되는 마을이다. 오늘은 비가 종잡을 수 없게 내렸다. 여우비가 오는가 하면 주룩주룩 내리기도 하고 햇볕이 쨍하고 들기도 하고. 그 덕분에 한 해에 한 번 보기도 힘든 무지개를 하루에 세 번이나 봤다. 하늘과 맞닿은 푸른 산위로 펼쳐진 일곱 빛깔 무지개는 참 예뻤다. 순례길에서 오랜만에 마주하는 무지개라서 너무 반가웠다. 무지개를 만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데. 

비가 와서 길이 질고 미끄러웠다. 그래서 스틱을 이용했다. 스틱은 날이 궂고 미끄러운 날은 큰 도움이 된다. 몸의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이 되고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빗발이 굵어졌다. 무엇보다 신발이 젖으면 큰일이므로 비옷 바지를 입으려고 낙농을 하는 농가에 들어가서 처마 밑에서 겹쳐 입었다. 입고서 얼마를 가니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치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낙농지대를 지나갔다. 초지에는 홀스타인 젖소들이 풀을 뜯고 새로 파종한 옥수수밭에 옥수수가 파랗게 돋아났다. 옥수수 사일리지를 만들기 위해서 파종한 건데 발아가 잘 됐다. 초지에서는 방목하면서 배출하는 분뇨가 거름이 되고 옥수수 경작지에는 가축분을 뿌려주므로 땅은 비옥하기 이를 데 없다. 이곳은 고능력우를 많이 사육하는 지역인지 배합사료 공장도 있고 사료 벌크운송 차량도 운행하고 있었다. 

초지에는 화본과와 두과목초를 혼파(混播)한 곳이 많고 때로는 톨 페스큐(tall fescue)나 라이그라스(rye grass)를 단파(單播)한 곳도 보았다. 이런 초지는 아마도 건초용 초지로서 수확량을 올리기 위한 초지인 것 같았다. 화본과 목초로서 오차드그라스와 톨 페스큐가 가장 흔히 보였고 두과로는 화이트 클로버와 레드클로버가 주였다. 우리도 그렇지만 스페인의 농촌도 빈집이 많이 보이고 농사를 짓지 않은 땅도 많았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서 살기 때문에 후계자가 없어서 그럴 것도 같았다. 오늘은 깜피에요(Campiello)까지 28km를 걸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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