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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21 신년특집 / 국민 속으로>가업승계 경기 김포 ‘정문농장’

꿈 향한 젊음의 도전기…한우에서 행복 찾다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적지 않은 축산후계자들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축산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상황 때문에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지금 축산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견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된다. 축산업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고, 축산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그들에게 축산업에 몸을 던지라 강요하기는 어렵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개인적 만족감을 찾는 것이 금전적 성취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김포 정문농장 정문구 대표는 꿈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배우로, 비행기 조종사로 꿈 좇던 초보 한우인
현대화된 선진농장 견학 후 축산에 대한 선입견 벗어
소들과 교감…생명 키우는 기쁨과 동시 책임감 앞서

먼 길을 돌아 한우농장으로
경기도 김포시에서 번식용 한우암소 50두 규모를 사육하고 있는 정문농장의 정문구 대표는 이제 막 축산을 시작한 초보 한우인이다.
정 대표는 “아버지께서 내가 어렸을 적 낙농업을 하셨다. 규모도 작았고, 시설도 낙후돼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목장에서 나는 냄새가 싫었고, 힘들게 일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중에 축산을 하게 될 꺼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의 말대로 축산과는 전혀 관계없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회사에 취업해 회사원으로 근무했고, 이후에는 독립영화와 연극무대에 서기도 했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직장을 버리고 선택한 길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경제적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았다. 해가 거듭되면서 한계를 느꼈고, 결국 한우를 키워보자는 아버지의 권유로 3년 전 지금의 정문농장을 함께 만들었다”고 말했다.
1차 복귀다.
농장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던 중에 친형은 미국에서 비행 조종을 배워보라는 권유를 했고, 아버지도 아직 젊으니까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고 동의했다.
 “아버지와 둘이서 농장을 직접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힘에 부쳐 하던 차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항공사 기장으로 있던 형이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것을 생각해 보라는 것 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비행기 조종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모든 교육을 받았고, 작년 초 한국에 돌아왔지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생겨 조종사로 취직하는 길이 사실상 막혀버린 것이다.
막막하고 억울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작년 6월 그는 이렇게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다.
2차 복귀다.
그가 만들던 농장에는 이미 한우 50두가 입식돼 있었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비행사 자격증을 따는 일에 몰두했었다. 2년 넘는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돌아왔지만 취업길이 막혀버리자 억울한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농장에 들어와 한우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며 “별로 그렇게 유쾌한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우를 대하면서 전해지는 따뜻함에 반해 
꿈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었지만 한우를 키우는 일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외지 생활을 오래 하면서 지쳐있던 마음이 어느 정도는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농장에서 한우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생명이 전해주는 따뜻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소가 주인을 알아보고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신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 소들의 특징이 보이기 시작했고, 소가 하는 행동들에 대해서도 하나씩 알게 되는 것이 즐거웠다”고 그는 말했다.
아직은 50두 규모지만 앞으로 좀 더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처음 한우농장을 해보자고 시작한 때에 그는 아버지와 함께 강화의 한 농장으로 견학을 다녀왔다. 당시 견학을 하면서 그가 본 한우농장은 그가 축산업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벗어내는 것이었다.
“내가 어려서 봐오던 축산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현대화된 깨끗한 시설에 대규모로 사육되는 한우농장을 보면서 이런 농장을 만들면 너무 좋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며 “김포에 있는 선후배들의 농장을 보면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몇몇 농가들은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소를 키우는 것과 농장 운영에 있어서는 훨씬 앞서 있다. 사육규모가 우리농장 보다 훨씬 큰 농장임에도 부침이 없이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농장에 처음 들어와 소를 키우다 보니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다.
송아지를 몇 마리 정도 잃고 난 후 그 상실감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생명을 키우는 것이 주는 기쁨도 있지만 실수로 그 생명을 잃었을 때 주는 상실감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특히, 내가 잘 모르고, 미숙해서 생긴 일로 송아지가 죽었을 때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올해는 단 한 마리의 송아지도 절대 사고로 잃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골에서 살지만 꿈까지 잃고 싶지는 않아
아직 농촌 생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지만 그는 나름의 방식으로 길을 찾아가고 있다.
정문구 대표의 마음속에는 세상에 나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던 것은 바로 그런 꿈 때문이다. 시골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다. 익숙했던 것에서 그리고 꿈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는 고민이 그것이다.
“비교적 늦게 축산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축산업과 시골 생활이 싫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내가 가고 싶은 길, 내가 익숙한 도시 생활과 멀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생각이 조금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선택된 길이지만 이 길에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싶고, 그런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액션봉구’라는 유튜브 채녈을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큰 키에 시원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정문구 대표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일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비록 농촌에서 생활하지만 그런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 바로 유튜버다. 
그는 “아버지께서는 못마땅해 하신다. 유튜브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농장 관리가 허술해질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아버지께 꾸중을 듣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부모님이 정 대표에게 부탁하는 것은 결혼이다.
한우와 함께 살지만 꿈 또한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그에게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농촌에서 한우를 키우며 살지만 꿈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내 직업이 축산업이기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한우를 키우는 것도 서툴고, 유튜브 채널도 그렇게 큰 인기는 없지만 언젠가는 한우도 잘 키우고 싶고, 유튜브 채널도 더 잘됐으면 좋겠다. 직업이 무엇이든, 사는 곳이 어디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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