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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10>

해안가 명승지서 한가롭게 풀 뜯는 소들 감상

  • 등록 2020.11.04 11:29:59


(전 농협대학교 총장)


연락선 만국기 중 펄럭이는 태극기 보며 뿌듯




▶ 해변의 소와 휴양지를 만나다.( 5월 30일, 8일차 ) 

캠핑장내 텐트에서의 숙박은 한적해서 좋았다. 한 공간에서 4명만 자니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출발했다. 어제 장거리를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다행히 발걸음이 가볍다. 시작하는 코스가 자동차도로인데 계속 오르막길을 2시간여를 걸어서 언덕배기에 올라섰다. 두 갈래길 교차로에서 해안 길을 택했다. 내륙 길보다는 해안을 따라 걷는 것이 경치가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대서양을 오른편에 끼고 가는 길이라서 경치가 아주 좋았다. 목장사이로 난 길에서는 심심찮게 소와 양들이 보였다. 어느 해안에서는 소들이 풀밭에 누워 대서양을 바라보며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명승지에 앉아 있는 소들은 아마도 이 소들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행복한 소들이다. 과연 이 소들은 대양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세에는 반드시 사람으로 태어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고 할 것만 같았다. 

풀밭길을 걸을 때 여기저기에 쇠똥이다. 방심하다가는 밟을 수도 있다. 그런데 쇠똥 냄새가 나지 않는 건 왜일까. 내가 축산인이라서 팔이 안으로 굽는 건가. 그건 아니다. 우선 해안이라서 바람에 날려가니 냄새가 나지 않을 게다. 또 쇠똥냄새가 역겹지 않은 건 소가 초식가축이라서 그렇다. 돼지나 닭은 단위동물이고 곡류 등 농후사료를 먹는 가축이라서 분뇨의 냄새가 더 심하게 난다. 나같이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쇠똥냄새가 전혀 싫지 않다.

한참을 걷다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언제나 참 맛나다. 바닷가 언덕길을 한참 돌아 내리막으로 접어들었다. 한 3km 정도 내려오니 아담한 도시가 나온다. 라레도(Laredo)라는 해변휴양지다. 식당 카페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옛 거리를 지나 해안가로 나왔다. 넓은 해수욕장 모래밭이 아주 길게 그리고 넓게 펼쳐져 있다. 그야말로 명사십리 해수욕장 유원지다. 여름철에는 휴양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이 해안은 바람이 항상 세게 불어서 모래언덕(sand dune)이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모래가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관목과 풀을 심었다. 그 사이로 산책길을 내 놓기도 했다. 모래언덕 군데군데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해안가 보도를 따라 한 시간을 걸어서 닿은 곳은 선착장. 라레도 해수욕장 끝에 있는 모래언덕에서 건너편 산토냐(Santona?)로 건너는 선착장이다. 라레도 해변은 항시 바람이 부는 해변이라서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연을 벗하여 즐기고 사는 여기 사람들의 여유가 부러웠다. 

바람에 모래먼지가 흩날리는 가운데 선착장 데크에서 기다리니 작은 연락선이 들어왔다. 많아야 20여명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배다. 편도 1인당 1유로, 배위에 걸어놓아 펄럭이는 만국기 중에 태극기가 눈에 띄었다. 반가워서 사진을 찍었다.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여기서 펄럭이다니. 국력의 신장을 느꼈다.  

이번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묻는 것 중의 첫 질문은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것이다. 코리아라고 하면 반드시 ‘사우스’냐 ‘노스냐’를 묻는다. 전에는 ‘노스냐’고 묻는 일이 없었는데 세계적으로 매스콤의 영향이 크다. 김정은과 트럼프를 거론하면서 어떠냐고 묻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정은이 세상에서 유명세를 탄 모양새다.

산토냐의 산안토니오 플라자(San Antonio Plaza)에 있는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낮에 아래층 식당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알베르게는 아버지가, 식당은 어머니가 운영하고, 자신은 파도타기와 윈드서핑을 주선하는 일을 한다고 아들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알찬 가족경영이다. 5시에 슈퍼에 장보러 가기로 하고 밥을 먼저 짓기로 했다. 어느 동양인 까미노 친구가  놓고 간 쌀로 친구가 밥을 짓고 나는 장을 봤다. 과일, 우유 등은 종전대로 사고, 별식으로 돼지고기 삼겹살 400g을 샀다. 돌아오니 친구가 이미 밥을 잘 지어놓았다. 돼지고기를 건조 미역국에 넣어서 삶았다. 전날 같이 묵었던 독일 교포를 다시 만나서 셋이 저녁을 먹었다. 삼겹살이 별미다. 고추장에 상추쌈을 싸서 먹는 그 맛이라니 해외여행 중에 못 먹어 본 사람은 모른다. 오늘은 25km를 걸어서 200km를 돌파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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