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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9>

네르비온강 따라 걷다 세계서 가장 오래된 철교 만나

  • 등록 2020.10.28 10:33:50


(전 농협대학교 총장)


해안 휴양지 들어서자 난개발 없는 경관 돋보여




▶ 하루에 해안길 38km를 걷다.( 5월29일, 7일차 )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떼(Portugalete)까지는 멀지 않은 바다를 향해 흐르는 네르비온강(Nervion River)을 따라가는 길이다. 포르투갈레떼는 언뜻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와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아무런 관계가 없고, 바스크어 지명인 포르투-우갈데타(Portu-Ugaldeta)에서 유래하는 지명이며 항구도시이다. 유서 깊은 이 항구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철교로 유명하다. 

네르비온강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포르투갈레떼와 라스아레나스(Las Arenas)를 연결하는 비스카야대교(Puente Bizkaia)로서 보통의 다리와는 다르게 강의 양안(兩岸)에 한 쌍으로 세워진 61m의 주탑(主塔) 위에 164m의 긴 다리가 수면 50m 위에 높게 걸쳐있는 현수교(懸垂橋) 구조이다. 1893년에 세워진 이 다리가 교각이 없이 높게 건축된 이유는 빌바오 항구로 드나드는 배들의 통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양안의 통행방식은 다리에서 길게 늘어뜨린 케이블에 매달린 ‘곤돌라’가 양쪽으로 왕복하면서 승객과 차량을 운반하는 특이한 구조로서 현재까지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양쪽 주탑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서 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 이 다리는 2006년에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바스크지방 출신인 알베르토 팔라시오(Alberto Palacio)가 설계해서 지은 세계 최초의 현수형 철교라 하여 이곳 바스크인들은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포베냐(Poben?)에 당도 하여 잠시 커피를 한잔 하고 마을을 벗어나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포베냐를 3km 쯤 지난 지점에서는 관할 자치지방이 바뀐다. 지금까지 걸어 온 바스크(Basque)지방을 뒤로하고 이제부터는 칸타브리아(Cantabria)지방에 들어가는 것이다.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났다. 닷새 만에 보는 햇빛이 참 반가웠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보니 괜히 기분이 들떴다.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대서양 푸른 물결이 눈부시다. 그동안 푸른 줄 몰랐는데 저렇게 파란색일 줄이야. 바닷가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기암절벽은 대서양의 바람을 받아 더욱 당당하다. 그 스케일이 크기도 하다. 온 종일 바닷바람을 맞는 키 작은 나무들이 등을 바다로 돌린 채 산 쪽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서있다. 파도소리가 철썩거리는 바닷가 초원에서 소들이 풀을 뜯는다.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는 소들이 한없이 평화롭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며 눈인사를 건넨다. 어미소 옆에 송아지도 반갑다고 꼬리를 흔든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순례길에는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해안이 아주 길게 이어진 바닷가 해수욕장이자 휴양지로 이름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Castro Urdiales))로 들어섰다. 이곳을 지나며 느낀 것은 가로가 잘 정돈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다 쪽으로는 상점들이 하나도 없고 보도가 아주 넉넉하게 잘 조성돼 있다.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의 해안 마을이나 도시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카스트로를 좀 지나서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유원지 시내에는 복잡하고, 비용도 더 들고 다음날 아침에 외곽에서 출발하는 게 더 편리하고 능률적이기 때문이다. 

얼마 안가면 알베르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왔는데, 리모델링 중이라 6월1일에나 오픈한다고 써 붙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계속 수소문해서 한참을 더 걸어서 찾아간 곳이 해안마을 이슬라레스(Islares)의 기암절벽 아래 민간이 운영하는 오토캠핑장이다. 텐트 안에 침대가 6개 있는데 1개에 12유로씩 지급했다. 알베르게보다 쾌적하고 여유가 있는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며칠을 묵어도 좋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캠핑장에는 일반 관광객들도 캠핑카를 끌고 많이 와 있었다. 언덕너머에 바로 바다와 해수욕장이 있어서 캠핑카가 많이 온다고 주인이 기분이 좋은 듯 자랑을 늘어놓았다.

  오늘 걸어온 거리를 계산하니 38km를 걸었다. 먼 거리를 왔다. 군대에서 사흘 동안 100km 행군을 해본 이후로 가장 먼 길을 걸은 거였다. 이렇게까지 오도록 발에 이상이 없는 게 여간 다행이 아니다. 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줬다. ‘발아 너는 고생이 많지만 좋은 일을 하는 거야. 네가 고생하는 만큼 눈은 호강을 하고 주인님도 보람을 느끼니 말이야’ 라고.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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