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쌓여만 가는데, 특별한 해법이 없는 후지재고가 가뜩이나 하반기 이후 수급불안 전망에 고민이 많은 국내 양돈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곧 삼겹살 등 주요 부위에 대한 육가공업계의 수익 의존 현상이 더욱 심화되며 해당부위의 판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결과적으로 소비가 둔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후지부위 재고량은 4만1천여톤으로 지난해 2배에 달한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는 3배 수준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육류수출협회의 한 관계자는 “집계를 해봐야 알겠지만 4월 이후에도 후지재고 상황이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더 나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재고가 쌓이면서 후지가격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후지 도매가격은 kg당 2천200~2천300원선. 올초 전국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 평균 가격이 kg당 2천원대 일 때와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그만큼 육가공업계의 경영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육가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후지가격이 원료돈 가격의 70~80%는 돼야 하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삼겹살 등 다른 부위의 판매가격을 높여 수익을 보전해 보려고 해도 시장의 반발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더구나 다른 부위의 판매가격을 높일 경우 소비가 감소하는 풍선효과를 피할수 없는 상황.
최근에는 삼겹살 소비도 부진에 빠지며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쌓여만 가는 후지재고는 육가공업체의 작업량 감축 추세에 한 요인이 되면서 돼지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별다른 호재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돼지고기 수입이 크게 줄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학교급식의 전면 재개가 불투명한데다 외식수요의 부진도 지속, 후지시장의 ‘소비절벽’ 추세가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것이다.
또 다른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예산이 남아돌면서 그나마 조금씩 이뤄지던 학교급식도 후지가 아닌 다른 선택지로 분산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설령 학교급식이 전면 재개된다고 해도 냉장 후지 유통 상황이 개선될 뿐 근본적인 재고 해소대책은 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베트남 등 해외수출이 새로운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이 역시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차질을 빚거나,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급변하고 있는 대외요인도 부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양국의 무역분쟁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의 수입중단 조치가 본격화 될 경우 미국산 돼지고기의 판매선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동아시아 시장으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도 수입전지 보다 낮은 가격임에도 선뜻 국내산 후지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는 2차 육가공업계의 발길이 더 신중해졌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 양돈업계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산 후지를 활용한 메뉴개발과 판로 개척에 착수, 시장 자체를 확대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발등의 불’을 끌 단기대책에는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지 재고가 올 하반기 이후 국내 양돈시장의 또 다른 ‘뇌관’ 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이어지면서 국내 양돈업계의 고민도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