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국내산 축산물이 햄·소시지 등 2차 육가공품 원료육 시장 탈환에 본격 나섰다. 축산물 가공 업계에 따르면 불과 2년 전만 해도 2차 육가공품 원료육 시장은 높은 가격경쟁력과 안정적 공급망을 갖춘 ‘수입 축산물’ 몫이었다. 국내산 축산물 입장에서는 수입 축산물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여겨졌다. 사실상 이 시장을 포기한 것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확산되면서 조금씩 빈틈이 생겨났다. 중국에서 수입 축산물 수요가 급증했고, 덩달아 수입 축산물 가격은 치솟았다. 점점 국내산과 가격을 좁히더니 결국 1년 전부터는 수입 축산물보다 국내산 축산물이 더 싼 ‘역전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햄·소시지 등 2차 육가공품 원료육 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입 돼지고기 전지와 국내산 돼지고기 후지의 경우, 오히려 국내산이 kg당 300원~400원 더 저렴해졌다. 거기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산 축산물 경쟁력에 힘을 보태줬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유럽, 미국 등에서 축산물 생산이 차질을 빚고, 그 안정적이던 공급망도 흔들리게 된 것이다. 2차 육가공 업체 입장에서는 수입 축산물을 선택하던 주된 이유가 걷혔다고 할 수 있다. 국내산 축산물은 이렇게 2차 육가공품 원료육 시장을 탈환할 기회를 잡게 됐다. 실제 국내산 비중을 늘리거나 아예 갈아타는 2차 육가공품 사례가 속속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 국내 1차 축산물 가공 업체는 “지난달부터 돼지고기 후지를 2차 육가공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등심, 갈비, 앞다리 등으로 공급품목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축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내산 전환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장기간 유지하려면 국내산 축산물이 가격경쟁력과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예전의 경우 악성 가축질병 발생에 따라 축산물 이동이 제한되는 등 종종 공급망이 멈춰서고는 했다며, 악성 가축질병 예방 등에도 축산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