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잇따른 바이러스 사태가 국내 종돈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SF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계기로 양돈현장의 폐쇄돈군 전환 추세가 가속화, 국내 종돈시장 자체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종돈을 직수입하거나 비육돈선발을 통해 후보돈을 자체 생산하는 양돈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종돈직수입 양돈농가들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ASF의 여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외부 입식을 통한 질병유입 가능성 차단, 우수한 번식성적을 기대한 종돈직수입이 주류를 이뤄왔지만 ASF를 계기로 ‘안정적 후보돈 확보’ 라는 또 다른 이유가 덧붙여지고 있는 것이다. 종돈수입업체의 한 관계자는 “신규로 종돈직수입 대열에 합류하거나 검토하는 양돈농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ASF 발생 직후 정부와 일선 지자체의 이동제한 조치로 한 때 후보돈 분양과 입식이 중단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후보돈 직접 생산에 대한 양돈현장의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종축개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3개소의 양돈장에서 358두의 종돈을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 종돈의 38.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48개소에서 825두가 들어왔던 2018년과 단순 비교시 직수입 양돈농장 숫자나 수입규모, 전체 수입종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종돈직수입 양돈장 숫자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종협 종돈개량부 최임수 팀장은 “종돈을 직수입해 사용하는 농장이라도 매년 들여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지난해에도 신규 직수입 양돈장들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설명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추세가 ASF로 인해 더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코로나19의 후폭풍으로 돼지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경영난이 악화, 비육돈 가운데 후보돈을 선발해 사용하는 양돈농가들이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도치 않은 ‘생계형’이긴 하지만 폐쇄돈군 운영 양돈장에 이들도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신중한 판단을 주문하고 있다. 원론적으론 방역측면에서 폐쇄돈군이 유리할 수 있지만 전문지식 및 관리능력이 부족하거나 농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후보돈 생산을 위한 종돈의 직수입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낭패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비육돈 선발 역시 방역과 생산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국내 종돈장들의 입지가 더욱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게 현실. 종돈업계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