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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한경대학교 민승규 석좌교수가 말하는 ‘식물성 고기’가 가져올 변화와 대비책

“산업간 경계 모호해지는 축산, 새로운 생존전략 필요”

[축산신문 김영란 기자] 요즘 축산업계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환경오염과 동물 질병 등으로 인한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식물성 고기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업계에서는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식물성 고기에 대한 대책 마련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식물성 고기가 앞으로 축산업계를 강타할  태풍이 될 지도 모른다. 이미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식물성 고기 시장이 축산 시장을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곧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흐름을 미리 간파한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는 국내 축산업계는 식물성 고기가 가져올 시장 변화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어, 지난달 24일 직접 이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해외선 고기 맛과 식감, 피·육즙까지 구현
식물성 버거, 대체축산식품으로 선풍적 인기


개발기업 “2035년까지 축산 완전 대체” 선언
글로벌 IT기업들 투자 공세…시장 급팽창


국내시장 무관세·축산 부정적 인식 맞물려
‘빅 체인지’ 현실화 우려…경쟁력 갖춰야


“지금은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 블러(Big Blur: 흐릿해진다는 의미로, 기존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는 현상) 시대다. 축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향후 10년간 세계 축산업의 구조는 지난 반세기보다 훨씬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세계 축산업계에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축산대체식품이다. 기존 축산식품은 소나 돼지 같은 가축으로부터 얻어지는데, 이제는 밀과 쌀, 콩 등을 이용해 고기의 맛과 향을 나게 하는 축산대체식품(식물성 고기)이 생산되고 있다. 그야말로 빅 체인지(big change)의 시대이다. 빅 체인지는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 확 변해버리는 단절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축산업이 생존을 넘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빅 챌린지(big challenge), 즉 담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축산의 발전을 위해서 새로운 상상력과 성장 방정식을 만들기 위해 고민할 때이다.”


▲ 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주관하여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 CES에서, 작년과 올해에 식품분야가 IT제품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가.
-2019년 3월 초에 나는 한국 IT기업 CEO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들은 ‘CES2019’에 다녀왔는데, 식사시간 내내 CES에서 주목받았던 LG의 롤러블 TV(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나 다른 혁신적인 IT제품이 아닌 ‘식물성 햄버거’에 대해 이야기하며 놀라워했다. 그들에 의하면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식물성 햄버거인지 일반 햄버거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똑같았다고 했다. 굳이 차이점을 얘기하자면, 일반 햄버거를 먹었을 때보다 더부룩함과 묵직함이 덜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 주 주말에 홍콩에 가서 식물성 햄버거인 ‘임파서블 버거(Impossible burger)’를 직접 먹어보았고 그들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 식물성 버거와 같은 ‘대체축산식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명절 때 한우를 선물 받고 싫어할 국민은 드물 것이다. 또 자녀들이 시험에서 합격했을 때 부모님들은 고기 집에서 한 턱 낸다. 이렇게 사람들은 축산물을 좋아하면서도 축산에서 발생하는 냄새, 환경오염, 동물 질병 등으로 인해 자기 지역에 축산 단지가 조성되는 것은 반대한다. 식물성 버거와 같은 대체축산식품은 이로 인한 문제들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대체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임파서블 버거 뿐만 아니라 쇠고기, 돼지고기, 계란 등 다양한 대체축산식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콩, 두부로 만든 ‘대체육’이 존재했지만, 기존의 맛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대중화되지 못했다. 임파서블 버거는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동물 혈액의 ‘헴(heme, 유기철분)’을 콩 뿌리에서 추출하고, 유전자조작과 이스트 발효 기술을 사용해 콩 레그헤모글로빈을 생산하여 고기 맛과 피 색을 낼 수 있었다. 밀가루와 감자 전분으로 등으로 바각한 식감을, 코코넛 오일로는 육즙을 구현했다.
이 버거를 만든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가장 친환경적이고 혁신적인 인물·집단에 주어지는 유엔 환경계획(UNEP)의 ‘2018 지구의 챔피언 상(Champions of the Earth award)’을 받았다.
임파서블 푸드의 CEO이자,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인 페트릭 브라운 박사의 인터뷰 내용은 과히 혁신적이다. 그는 “우리는 고기 제조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맛과 영양 등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쇠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심지어 물고기까지 만들어낼 것입니다. 우리의 미션은 2035년까지 세계 식량에서 축산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축산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미국의 50개 주 중 30개 주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사육하거나 도축한 동물에서 나온 고기가 아니면 ‘고기, 버거, 소시지, 육포, 핫도그’ 같은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 외국에서는 이미 식물성 버거와 같은 대체축산식품의 수요가 늘고 있는데, 대체축산식품 시장의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전 세계적으로 채식주의자가 증가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비건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환경보호와 동물보호를 위해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당연히 식물성 고기 제품을 전보다 더 많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쇠고기를 선보인 임파서블 푸드는 올해 CES2020에서 식물성 돼지고기와 소시지를 선보이면서 ‘올해의 CES 5대 트렌드’로 선정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식물성 고기를 보는 쉐프들의 인식이다. 미국의 ‘메리 수 밀리켄(Mary Sue Milliken)’ 쉐프는 요리사도 음식을 통해 환경에 책임감을 가져야 함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전에 채식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고든 램지(Gordon Ramsay)’ 쉐프는 채식주의자를 위해 그의 레스토랑 메뉴에 임파서블 버거를 추가했다. 이미 맥도날드·버거킹·KFC·스타벅스·던킨도너츠 등 유명 프랜차이즈 기업에서도 식물성 고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뿐만 아니라 많은 대체축산식품 기업들이 소프트뱅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벤처스(Google Ventures)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투자를 받고 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고기 대체품에 대한 글로벌 시장이 올해 46억달러(5조원)에서 2023년까지 64억달러(7조원)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일부 식물성 고기가 국내에 수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식물성 고기 시장의 확대가 국내 축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이렇게 세계적인 소비 패턴의 변화에 우리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쇠고기 수입 개방 이후, 관세가 점점 내려가면서 현재 16%까지 떨어졌다. 낮아진 가격으로 수입 쇠고기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산 쇠고기 자급률은 36% 정도에 그치고 있다.
우려가 되는 것은, 식물성 고기의 관세가 0%라는 것이다.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 HS코드(2016109030)에 의하면 식물성 고기가 축산물이 아닌 조제 식료품(단백질 농축물)으로 수입되더라. 8%였던 기본관세마저도 한·미 FTA 체결로 인해 0%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입 쇠고기뿐만 아니라 식물성 고기와 같은 다양한 식품들이 앞으로 우리 식탁에 더 많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축산분야의 글로벌 밸류 체인이 변화하고 있다. 현재 한국농업소득의 40%를 상회하는 축산의 입지가 좁아지게 되면, 한국농업소득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농업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개방은 늘 위협요소다. 정부의 대책뿐만 아니라 축산 농가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


▲ 축산대체식품(식물성 고기) 문제는 수입 개방 문제와 달리 과학적 이슈가 들어있기 때문에, 새로운 대응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주 좋은 질문이다. 2001년 쇠고기 수입 개방이 확정되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축산의 위기상황을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 축산 농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국 축산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앞에서는 수입 개방을 반대하면서도 축산 선진국에 가서 첨단 기술을 배워오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여 ‘한우’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었다.
질문한 바와 같이 식물성 고기는 새로운 과학 이슈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향후에 있을 다양한 형태의 농업통상협상에 있어서도 통상전문가와 더불어 과학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연구,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앞서 급속한 환경변화 속에서 한국 축산의 새로운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셨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17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산 쇠고기 구매의 가장 큰 이유가 ‘맛’인 반면, 수입 쇠고기 구매의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었다. 또한 ‘향후 수입 쇠고기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97.3%로 압도적이었다.
얼마 전, 어느 한우 농가와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우의 가격이 높다고 꼭 좋아할 일이 아니다. 한우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의 눈에 맞추어야 한다. 한우 값을 지금보다 낮추어, 품질은 물론이고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또한 그는 떡볶이 예시를 들면서, 한국 축산업계가 떡볶이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다. 과거에는 쌀떡볶이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밀떡볶이의 비중이 증가하며 많은 젊은 사람들의 입맛이 쌀떡볶이보다 밀떡볶이에 길들여졌다. 수입고기에 익숙해진 젊은 사람들이, 머지않아 그 맛에 길들여져 한우의 맛을 알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 당장 어떻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의 몇몇 양돈 마이스터들이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과 컨설턴트 형태의 글로벌 이러닝(E-Learning)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축산의 소농이 문제가 아니라,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변화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잣대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잣대로 현재의 문제를 보자는 것이다. 한국의 축산인들이 새로운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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