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도매시장 출하비율 6.5% 불과…갈수록 떨어져
높은 비용 부담·지리적 접근성 등 걸림돌 작용
취급물량 적다보니 월별·계절별 가격 격차 커
국내산 원료 이용 ‘발목’…정부차원 대책 절실
‘널뛰기’ 돼지가격이다. 매년 가격차이가 심하다. 월별·계절별 등락폭도 매우 크다.
지난해의 경우 월별 최고가격(지육 kg당 4천791원)과 최저가격(3천143원)은 1천648원 차이가 났다. 지난달에도 월초와 월말이 1천원 이상 벌어졌다.
그 폐해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햄·소시지 등을 만드는 2차 육가공 업체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가도 원료육으로 쉽사리 ‘국내산’을 선택하지 못한다. 언제 또 오를지 몰라서다. 농가들도 불안정한 돼지가격 때문에 돼지고기 생산에 전념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저급품질 돼지고기가 도매시장에 몰리면서 기준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돼지 기준가격을 결정하는 도매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까닭이 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총 1천781만2천764두 돼지가 등급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도매시장 출하두수는 114만8천12두다. 6.5%에 불과하다. 도매시장 당 하루평균 출하두수는 300두를 못 넘긴다. 100두 이하 도매시장도 3개나 된다. 기본적으로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돼지 물량이 너무 적다.
이 적은 도매시장 상장물량으로 돼지 기준가격을 결정한다. 출하차량 1~2대만 늘거나 줄어도 ‘kg당 수백원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말이 결코 헛되이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대표성도 신뢰성도 떨어진다.
지난 2000년 도매시장 출하물량 비중 27%는 ‘옛 영광’이 돼버렸다. 이렇게 급추락한 이유를 들여다보면, 우선 농가들이 비용문제 때문에 도매시장 출하를 멀리하고 있어서다.
도매시장에 출하할 경우 도축비용이 일반도축장보다 두당 1만~2만원 더 든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있는 한 도매시장 도축수수료는 두당 2만1천원이다. 여기에 거래금액의 1.5~1.8% 수준으로 상장수수료가 붙는다. 운송비도 농가 몫이다. 농가수익이면서 도축비용 일부를 상쇄할 수 있는 두·내장 부산물 가격은 6천원이다.
반면, 일반도축장으로 출하를 하면 그 비용은 절반 밑으로 뚝 떨어진다. 상장수수료는 당연히 없고 도축수수료는 2만원 수준으로 내려앉는다. 운송비는 돼지를 사가는 가공업체가 부담해줄 때가 많다. 두·내장 부산물 가격은 1만원 쳐준다. 결국 두당 1만원이면 도축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강원도에는 도매시장이 없는 등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농가들이 도매시장 출하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도매시장 역시 돼지취급에 소극적이다. 소에 집중한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수익은 낮아서다.
돼지 도매시장을 운영하려면 중도매인, 운송팀, 새벽작업 등에 적지 않은 인력을 써야 한다. 현수 등 위생관리 업무는 크게 늘어난다. 소규모 육가공 등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한 도매시장 관계자는 “비중으로 치면 소는 80% 이상, 돼지는 20% 이하다. ‘돈도 안되는데, 그 골치 아픈 돼지를 왜 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돼지를 피하고, 소만 취급하는 도매시장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돼지 도매시장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지만, 대다수 농가와 가공 업계에서는 “균형발전, 다양한 유통경로 등 여러 면에서 도매시장 존재가치는 여전히 높다”며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특히 기준가격이라는 것은 공공 성격이 짙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상장수수료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있다. 일반도축장과의 차액을 일부 보전해 농가들이 도매시장으로 출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물론 출하물량 이상의 수요도 창출해야 한다.
가공 업체 일각에서는 지역별 안배를 감안해 거점도축장을 중심으로 도매시장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또한 육가공 업체들이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돼지고기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