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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이름의 힘

  • 등록 2020.02.26 10:49:30


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1연)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2연)]. 이 글은 김춘수 시인이 1952년 ‘시와 시론’에서 발표한 ‘꽃’의 1연과 2연이다. 어떤 대상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무의미한 존재였지만(1연) 이름을 부른 후에는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되었다(2연)고 해석할 수 있다. 이름이라는 것에는 힘이 있다.
2007년 2월 20일 제9회 국무회의에서 사람의 질병과 이름이 비슷한 가축전염병에 대한 이름이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사람의 질병과 이름이 비슷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돼지콜레라’의 이름이 ‘돼지열병’으로 변경되었다. 이것은 바이러스성 질병이며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 질병 이름인 ‘돼지콜레라’와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세균성 질병인 ‘콜레라’와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돼지콜레라’를 돼지에게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해 양돈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청한 결과이다.
이러한 양돈업계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2019년 10월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발표된 [축산 질병 보도가 소, 돼지고기 구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신정섭)]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가구의 소득, 구성원, 식사인원, 주거형태 등의 가구정보와 품목별 구입내역, 구입처, 원산지 등의 구매정보의 변화를 살펴보는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농촌진흥청의 농식품 소비자 패널조사 자료(대상가구 : 653 가구)를 이용하여 가축질병 관련 정보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구제역 관련 정보가 돼지고기와 소고기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패널 중 25%가 질병 보도 후 처음으로 육류를 구입하는 기간은 국내산 돼지고기의 경우 2010년 61일에서 2015년 10일로, 국내산 소고기의 경우 49일에서 10일로 감소했다. 반면 수입산 돼지고기의 경우 2010년 38일에서 2015년 8일로, 수입산 소고기의 경우 47일에서 13일로 감소했고, 이는 구제역 관련 보도와 더불어 2010년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대규모 백신접종, 살처분 기준의 변경 등의 영향을 받아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내용을 정리하면, 정보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축산업계는 이러한 이름 변경만을 한 것이 아니고 행동도 했다. 시스템적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 등 체계적 경로로 관리하고 있으며, 축산관련 종사자들은 법정교육[의무(신규) 교육 : 축산업 허가자 24시간, 가축사육업 및 가축거래상인 등록 신고자 6시간; 보수교육 : 축산업 허가자 및 등록자 6시간, 가축거래상인 4시간]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축산관계자들의 차단방역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다.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까지 유행하여 8천9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774명이 사망한 중증급성호흡증후군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가 사람의 호흡기를 침범하여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 질병은 우리나라에서 ‘사스’라고 불렀으며 그 피해와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이 질병을 모티브(동기)로 하여 2011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Contagion (컨테이젼)]이 개봉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역감염으로 확산하고 있는 질병의 이름은 ‘COVID-19’ (Coronavirus disease 2019; 코로나바이러스 질병 2019)이지만 실제로는 ‘코로나-19’로 불리고 있다. 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이름은 ‘SARS-CoV-2’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사스-코로나 바이러스2)이다.
본인은 의학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현재 언론이나 국가 보도자료에서 사용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질병 이름이 ‘사스’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 일반 사람들에게 쉽게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인가에는 의문이 있다. 만약 지난 ‘사스’를 일으킨 바이러스의 변종이 일으키는 호흡기 질병(예: 사스2)이라고 했으면 사람들의 경각심을 높여 더 잘 대처(차단방역)하지 않았을까 한다. 우리 축산관계자들은 그동안 사업장·농장에서 수행했던 차단방역의 경험과 지식을 각 가정에도 반영하여 이번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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