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돈가 폭락으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양돈현장에서 후보돈의 비육돈 자가선발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해당농장 입장에서는 투자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는 하나 생산성과 품질 하락에 따른 수익저하라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종돈업체의 한 관계자는 “모돈갱신을 미루다 한계에 도달한 농가들 가운데 비육돈 한 마리를 팔아 5~10만원 적자보느니 차라리 종돈을 활용하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며 “겨울철 비수기라고 하지만 너무 안팔리다 보니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후보돈 할인 판매까지 추진했지만 웬만큼 싸게 팔지 않는 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검토 단계에서 중단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가뜩이나 양돈장 직수입과 퇴교배 추세가 확산되며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종돈업계로서는 위기감이 더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문제는 양돈현장이다. 전문가들은 비육돈 자가 선발시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육종 전문가는 “산자수는 크게 차이가 없더라도 이유두수 감소는 피할 수 없다. 이유두수가 한 마리 줄 때마다 생산비는 4~5% 상승하게 된다”며 “이후구간도 문제다. 비육구간의 잡종강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균일성과 함께 비육돈 품질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농장의 수익감소로 이어져 저돈가시대하에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방역위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농가의 경우 비육돈 자가선발과 후보돈 활용으로 인해 질병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전체적인 농장경영면에서도 정상적인 후보돈 입식이 가장 바람직하다는게 이들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또 다른 육종 전문가는 “돈가에 가장 민감한 게 종돈시장이다. 후보돈은 양돈장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라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사료값 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양돈농가들에게 이러한 목소리가 제대로 귀에 들어올지는 의문이다. 이래저래 양돈업계의 고민도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