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야생멧돼지의 ASF 발생에 따른 사육돼지 이동제한의 피해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일각에선 지금과 같은 방역정책 기조라면 양돈농가들이 느끼는 피해는 예방적살처분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과 양돈농가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통선을 넘어선 민간지역에서 연이어 ASF 야생멧돼지가 확인(폐사체, 총기포획)됨에 따라 지난 9일부터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10km내 사육돼지 농장에 대한 이동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철원 전지역(43개소)과 함께 경기도 포천(15개소) 일부 양돈장이 그 대상이다. 주목할 것은 방역당국이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구체적인 기간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별도의 조치시까지’가 전부인 것이다. 철원의 한 양돈농가는 “철원지역은 사실상 이동제한이 계속돼 왔지만 한계도달 농장의 돼지출하나 가축분뇨 처리는 군 재량에 따라 일부 허용,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이동제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가축분뇨가 쌓여가지만 이전과 같은 대안도 마련된 게 없고, 지정도축장은 철원관내로 한정되다 보니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무엇보다 이동제한이 언제 풀릴지 모른다는 게 우리들에겐 가장 큰 공포”라고 하소연했다. 같은지역의 또 다른 양돈농가는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느낌이다. 재입식만 고려치 않았다면 차라리 살처분 대상에 포함되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에는 방역당국이 지정도축장 출하마저 중단시키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관내농가들이 강력히 반발, 같은날 오후 철회되기는 했지만 해당지역 농가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행정조치, 그것도 야생멧돼지의 ASF를 이유로 한 이동제한을 실시하면서 구체적인 시기조차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키 어렵다는 반응이다. 야생멧돼지 ASF발생(발견) 10km로 이뤄지고 있는 이동제한 범위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의과학적인 측면에서도 너무 과도하게 설정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가 실시한 지상공청에서도 수의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사육돼지 발생 때와 달리 야생멧돼지의 ASF로 인한 사육돼지의 방역조치는 예방적살처분 뿐 만 아니라 이동제한 범위 및 기간도 최소화 해야한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야생멧돼지의 ASF발생시 사육돼지에 대한 SOP상에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보니 정무적 판단에 근거한 임의적인 방역정책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수의전문가는 “DMZ가 존재하는 우리나라만의 정치적 현실과 정부의 방역 상황 등을 감안할 때 ASF 야생멧돼지의 남하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라며 “따라서 야생멧돼지의 ASF 발생을 이유로 과도한 이동제한 조치가 반복될 경우 국내 양돈산업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야생멧돼지의 ASF 발생시 사육돼지의 예방적살처분 뿐 만 아니라 이동제한 기준도 명확히 하되, 수의학적인 접근이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향후 행보와 양돈업계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