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교수,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4. 고지방식품에 대한 오해 해소 방안 시리즈
2) 식이와 장내미생물 : 장내 미생물과 건강
‘장내미생물’이란 소화기관 내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의 복합체로서, 출생 직후부터 소화기관 주변에 제 각기 존재하던 미생물들이 급격하게 군집을 형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장내미생물의 종류나 수는 식이습관이나 복용 중인 약, 신체 치수, 건강 수치 같은 요소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개개인의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혈당이나 콜레스테롤 수치, 몸무게 등 임상적 측정치의 대부분이 미생물 유전자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때로는 미생물과의 연관성이 더 강한 경우도 있었다.
최근 연구들을 통해 숙주와 장내 미생물 간의 상리공생 관계(mutualism)가 더 상세히 밝혀지고 있으며, 군유전체학(Metagenomics) 연구의 발달로 장내 미생물은 숙주의 뇌 발달 및 행동, 비만, 당뇨, 면역계, 염증질환, 장 기능, 대사 등 다양한 생리적 특성에 관여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은 숙주의 식이, 항생제,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 그 조성이 바뀔 수 있다. 더 나아가 장내미생물은 면역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dysbiosis)은 숙주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장내미생물 균총을 올바르게 유지하는 것은 건강과 질병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장내미생물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가에 따라 바뀐다. 다시 말해 식이는 장내미생물 균총 조성과 장내 미생물 대사산물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장내 균총의 대사산물은 주로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이다. 단쇄지방산은 산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장내 미생물 균총의 조성에 영향을 미치고, 숙주의 건강에도 직접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Karen P. Scott, 등 2013). 그 뿐 아니라 단쇄지방산은 우리 몸 안에서 항균 능력을 강화시키고, 장내 림프구 안정을 통해 자가면역질환(아토피, 비염, 염증성장질환 등)을 억제하며, 지방세포에 작용해서 인슐린 민감도를 낮추고, 지방 축적을 억제해 비만을 예방하며, 교감 신경을 자극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면역력을 강화하고, 점액을 잘 분비시키는 작용도 한다. 따라서 어떤 식습관을 통해 몸 안에 어떤 장내미생물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은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섭취한 음식물과 장내 미생물의 상관관계를 보면, ‘고탄수화물 저지방 식단’을 먹을 경우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먹을 경우,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한 그룹에서는 에너지 생산, 탄수화물 대사 등에 관여하는 장내미생물들이 많이 발현되는 반면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그룹에서는 지방분해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장내미생물들이 많이 발현하게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Hannelore Daniel 등 2014). 이 결과를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고지방식단을 먹으면 장내미생물의 균총 역시 지방을 분해하는 방향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한편 식이 지방을 과량 섭취하게 되면 장내에서 유익균으로 알려져 있는 비피도박테리아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는데, 이 경우 올리고당과 함께 식이 지방을 섭취하면 비피도박테리아의 수가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Grant D, 등 2009). 따라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실천할 때 oligofructose(프록토올리고당)와 같은 Prebiotics(프리바이오틱스, 장내 유익한 미생물의 먹이로 이용되는 물질)의 섭취를 병행 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고지방 식이를 할 경우, 장내 균총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염증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우리 몸에 유익한 미생물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의 먹이로 작용하여, 즉 프리바이오틱스로 작용하여, 병원균이 존재할 경우에도 장내미생물 균총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주며, 래크노스피래새애 택서(Lachnospiraceae taxa)와 같은 미생물을 증가시켜 항염 효과를 증진시킨다고 밝혀졌으며(Maslowski KM, 2011), 또한 대사산물인 N-carbamylglutamate(NCG)의 양이 늘었는데, 이것은 항염증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Weiwei Mo, 2018).
결론적으로 말해 오메가 지방산의 균형을 고려한 지방의 섭취는 장내 균총의 불균형으로 인한 지나친 염증의 발생을 억제시키고, 비만과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항노화에도 효과가 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 오메가 지방산의 균형을 유지하기에 좋은 축산물 및 지방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오메가 지방산에 관해서는 추후에 더욱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