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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124. 우리 축산업이 사는 길

축산물 자급기반 약화…신토불이 충성심 이젠 옛말
소비 변화 긴밀 대응…축산 정당한 평가 받도록 총력을

  • 등록 2019.09.20 09:34:31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우리 축산업이 풍전등화다. 지난해 육류의 자급률이 63%로 떨어졌고 우유의 자급률은 49%로 추락했다. 쇠고기 자급률은 36%에 불과한데 관세제로(0)%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국내산 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무한리필 수입돈육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백색 시유의 소비가 줄어드는데 가공유의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다. 수입치즈가 우리 식단에 마구 침투하고, 수입닭고기가 간편식 시장에서 날개를 달았다.


▶ 게다가 대체축산물이 시장을 어지럽힌다. ‘콩고기’는 고기가 아닌데도 버젓이 고기(meat)란 이름표를 달고 다니고, 유제품이 아닌 ‘두유’도 유제품 행세를 한다. 햄버거패티 자리를 대체육이 차지하고, ‘인공계란’도 선보인지 오래다. 육류는 건강을 해친다는 오해를 발판으로 식물성고기(vegetable meat)가 채식주의자를 넘어 일반 소비자까지 유혹하고 있다.


▶ 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소비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다. 비싸도 국산이라는 말은 옛 말이다. 농촌이 고향이란 말은 나이든 세대에게나 통한다. 우리 농촌, 농산물 사랑도 퇴색한지 오래다. 젊은 소비자들은 감성으로 소비한다. 비싼 국내산을 속고 먹느니, 싼 수입육을 알고 먹는 게 맘 편하다는 생각이다. 광우병파동으로 몸살을 앓았던 미국산 쇠고기가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수입육도 먹어보니 안전하다고 인식한 결과다. 우리가 내세워 왔던 품질과 식품안전의 차별화조차 사라지고 있다.


▶ 이대로 보고만 있으면 죽을 텐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답답한 현실에서 막막한 미래를 어떻게 열어가야 할 것인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뜨거운 줄 모르는 우리들의 안일한 인식이 더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 축산이 사는 길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 먼저, 축산업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올바른 이해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축산업이 농업생산의 42%를 차지하고, 전·후방 관련 산업까지 합치면 매출규모가 70조원이 넘고, 9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산업인데도 무시당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질병문제를 들어 오히려 없어져야 할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몰라주는 남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홍보에 나서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을 위한 추진 주체로서 축산학계, 단체, 업계, 농협 등이 대동 참여하는 ‘바른축산추진협의회(가칭)’의 설치를 제안한다. 협의회가 축산의 가치에 대한 조사연구를 담당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 홍보, 광고  등 인식개선 활동을 추진하면 공감대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 축산업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우리는 통상 축산업을 말하면서 생산분야만을 거론한다. 축산업은 동물산업의 특성상 생산분야 뿐만 아니라 전후방산업의 역할이 크기도 하고 중요하다. 축산업의 범주에 농가의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 유통· 무역· 외식 등 전방산업과 사료· 종축· 약품 등 후방산업까지 포함시켜서 국가 경제적 역할과 기능이 막대함을 거론해야 한다.      


▶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식품소비패턴을 보면(2018), 쌀 소비량은 61kg으로 떨어졌지만 육류소비량은 56kg, 우유소비량은 80kg으로, 계란소비량은 13kg으로 늘었다. 이는 축산물이 필수식품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품안보(Food Security) 차원에서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라는 말이다.


▶ 그러므로 정부는 모든 역량을 축산업의 가장 중요한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 축산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생산단계에서 환경문제다. 농가는 냄새 없는 축산, 환경오염 없는 축산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농가는 필요한 시설 개선에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 이제 규제에 끌려 다니는 축산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하는 축산을 만들자.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냄새 없는 축산을 하고 있는 성공사례가 많다. 정부는 다른 정책에 우선해서 모든 행정역량과 자금·예산을 냄새 등 환경문제 해결에 집중해 줄 것을 제안한다. 간단히 말해서 냄새와 환경문제만 해결된다면 다른 문제는 오히려 차선의 문제다. 예를 들어 수급이나 가격은 차라리 시장경제에 맡겨두는 게 해결책일 수 있다.  


▶ 가축질병은 축산을 하는 한은 피할 수 없다. 모든 생물은 미생물이나 바이러스와 공존하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방역과 질병 콘트롤은 시스템의 문제다. 생산단계에서부터 가공, 유통, 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의 관리를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각 단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할 일을 제대로만 한다면 막을 수 있고, 또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이 질병이다. 정부의 역할은 당연히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방역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점검하고 때로는 강력한 행정수단을 동원해서 단호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대(大)를 위한 소(少)의 희생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말이다.


▶ 생산자 단체와 축산농가는 소비자 즉 시장에서 무엇을 요구하는 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값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반성하자. 너무 비싸다는 한우송아지 생산비를 낮추려는 노력과 조사료를 증산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 다른 양돈선진국은 MSY가 30두나 되는데 우리는 어떤가. 시장개방 시대에 소비자는 우리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해 소비자를 생각하는 축산을 하자.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축산물을 만들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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