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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118. 농·축협, 통합으로 내닫다

1999년 협동조합 개혁안 발표, 국회 제출까지 불과 3개월
유례없이 빠른 진행…정부 강력한 개혁의지 반증

  • 등록 2019.08.28 09:24:49


(전 농협대학교 총장)


▶ 국민의 정부가 추진한 협동조합 개혁을 보면, 협동조합개혁위원회에서 정한 기본 개혁 방향에 입각해 선정된 개혁 검토과제는 협동조합 구조조정 분야에서 중앙회 조직체제와 회원조합 구조조정(부실조합 대책 포함), 품목별 전문조합연합회 기능 강화, 협동조합 간 협력체제 방안 등이었다. 또 협동조합 경영관리 개혁과제 분야에서 책임경영제의 확립, 이사회 기능 활성화, 임원선출방법 개선, 여성조합원 참여확대 방안 등이 검토되었으며, 마지막으로 협동조합 지도 감독체제의 개혁과제가 검토되었다. 그러나 협동조합개혁위원회는 중앙회 구조조정을 둘러싼 입장대립으로 단일안 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개혁위원회는 중앙회 구조개혁에 관한 세 가지 복수안을 포함한 협동조합 개혁방안을 1998년 7월 23일 농림부장관에게 건의했다.


▶ 개혁위원회가 협동조합 개혁방안을 장관에게 보고하기에 앞선 1998년 6월 29일, 농림부는 국정과제 추진실적 및 개혁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협동조합이 농어민의 소득을 지키는 데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농어민들은 크게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개혁과 쇄신이 필요하다. 농축산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불필요한 기구는 과감하게 축소해 나가야 한다. 특히 농협은 2001년까지 1천200여개를 500개로 과감하게 통폐합해야 한다. 또한 농수축산물의 가격 폭락 등 대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개혁방안은 더욱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농림부는 이날 국정과제 추진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협동조합 개혁방안은 7월 중에 별도로 보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혁은 잠시도 지체할 수 없는 현안이 되고 말았다. 7월 23일 협동조합개혁위원회의 건의안이 장관에게 제출된 이후, 7월 28일 장관은 농협· 축협· 임협· 인삼협중앙회장을 초청하여 자체 구조조정 방안을 8월말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각 협동조합의 중앙회장과 기획 담당자들이 공동 참여하는 협동조합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 공동개혁방안을 9월말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각 중앙회의 입장 차이로 공동개혁방안은 마련되지 못했으며, 협동조합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개혁방안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수용불가 의견을 붙여 농림부에 제출했다. 결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 개혁은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해를 남기고 말았다.


▶ 협동조합 개혁 추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1999년 2월 22일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감사원의 농·축협에 대한 감사결과를 토대로 농림부 장관을 강하게 질책하는 한편, 개혁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거듭 지시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이 2월 25일에 농협 감사결과를, 3월 3일에는 축협과 임협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협동조합은 언론 등으로부터도 집중적인 질타를 받게 되었다.


▶ 마침내 농림부는 3월 6일 개혁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3월 8일 이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농림부가 발표한 개혁방안의 핵심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회원조합의 조합장 간선제 실시, 명예직 조합장(비상임)과 경영책임 조합장(상임)으로의 구분, 조합에 대한 중앙회 및 농림부의 지도 감독 강화, 지역농협의 1시군 1농협으로 합병, 회원축협의 100개 이내로 통폐합 및 합병명령제 도입 등이다. 둘째는 중앙회 개혁으로서, 임협중앙회는 산림조합연합회로 개편, 농·축·인삼협중앙회는 통합, 중앙회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의 완전 전문책임 경영체제 확립과 중앙회장의 권한 축소, 중앙회장 직선제와 선거인단에 의한 선출 등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앙회 신용업무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 권한 강화 등이다.


▶ 농림부는 1999년 3월 8일 협동조합개혁방안을 발표한 이후, 4월 14일 협동조합 개혁을 위해 농업인협동조합중앙회(가칭)를 설립하고, 중앙회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을 대폭 강화하며, 일선조합의 통합은 숫자에 관계없이 경제권과 생활권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정부는 4월 19일 농업인협동조합법(가칭) 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고, 5월 13일에는 농림부의 최종안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6월 1일 법제처의 법안심사를 거쳐 6월 8일 국무회의 의결을 마치고, 마침내 6월 14일에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농협법안의 논의 과정에서 명칭을 놓고 농업협동조합법, 농축산업협동조합법, 농업인협동조합법 등이 거론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농업협동조합법으로 결론이 났다.


▶ 농림부가 협동조합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까지는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된 것을 보면 정부의 협동조합에 대한 개혁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이 간다. 농림부가 3월 8일 발표한 개혁방안에는 농민단체와 학계의 주장도 일부 수용해, 조합장 선거방식의 다양성 인정, 중앙회장 직선제 유지, 조합장 출마자격의 조합원으로 한정 유지 등이 입법예고안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 협동조합 개혁 요구가 끊임없이 지속돼 온 데에는 협동조합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농업환경은 변하고 있고 농업인의 요구도 변하고 있는데 협동조합은 변하지 않는다는 인식과 함께 비판의 강도도 높아졌다. 앞으로 협동조합의 미래 좌표를 올바로 설정하고 농민과 국민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