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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106. 협동조합도 사업체(enterprise)다

협동조합, 공동이익 제공 위한 자조적 조직
공익성 입각…시장경제원리 따른 경영 전제돼야

  • 등록 2019.07.10 10:33:35


(전 농협대학교 총장)


▶ 협동조합의 정의를 논할 때 흔히 로치데일(Rochdale)원칙, 라이파이젠 (Reifeisen)원칙 등 오래 전에 생겨난 원칙들을 거론한다. 또 이러한 원칙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현재의 협동조합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협동’의 개념에 대해서도 핵심 이외의 여러 가지 개념까지 확대함으로써 협동조합의 사업을 확장시키는데 종종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예를 들면, 사기업이 하는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가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일을 협동조합이 하면 질책하는 경우가 많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제약인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낙연 총리의 ‘농협 장자론(長子論)’을 떠올린다. 2010년 농협중앙회 창립기념일, 당시 국회 농림수산해양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낙연 총리는 축사에서 ‘농협은 집안의 장자와 같다. 장자는 집안을 대표하므로 동생들의 잘못까지도 떠안아야 한다. 농협은 농업·농촌을 대표하므로 농업에 문제가 터지면 비판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 농협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많은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농협에 대한 농업인과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크고 농협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마디로 요약한 아주 명쾌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 국제협동조합연맹( ICA : 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에서 내린 협동조합의 정의를 보면 ‘협동조합이란 평등에 기초하여 스스로에게 공동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사람들에 의해 자유롭게 설립되고, 소유 및 통제되는 사업체다. 공통이익은 출자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활동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라고 했다. 이러한 정의가 나오게 된 것은 협동조합이 갖는 특징에 바탕을 둔 것임을 알아야 한다.


▶ 여기서 말하는 ‘사업체(enterprise)’는 기업적 성격을 말하는 것으로서 시장경제를 기초로 운영되는 경제적 조직이지, 결코 자선단체나 순수 운동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자조(自助)를 기초로 조직되므로 기업연합(카르텔, cartel)도 아니다.
초기의 협동조합들도 구매사업을 통하여 대량구매의 이점을 활용함으로써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을 보더라도 협동조합이 사업체적 성격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자유롭게 설립됨’의 의미는 조합원 가입은 전적으로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르는 것이며, 정치, 종교, 인종 등의 이유로 회원가입에 제한을 두지 않는 조직임을 말하는 것이다. 또 여기에는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탈퇴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 가입과 탈퇴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합법적인 사람들의 집단에 의해 소유되고 통제되는’ 이라는 것은 집단의 활동에 대해 조합원들이 갖는 관계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통제되며 (1인 1표 또는 이용고에 비례한 투표권 부여) 협동조합이 수행하는 활동으로부터 혜택을 보는 사람들에 의해 소유되고 통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협동조합은 ‘스스로 공동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으로 타인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조합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고 ‘평등에 기초하여’라 함은 다른 조합원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사업에 조합원들이 참여한 실적을 기초로 공정하게 이윤을 배분한다는 의미이다. 이용고(利用高) 배당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며 농협법에서 조합의 경제사업 이용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협동조합의 활동’은 조합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활동을 말하며, 이는 조합원에 대한 이윤분배를 위한 것이지 민간기업처럼 잉여추구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자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은 조합원의 출자에 대해서는 확정이자(確定利子) 이외에는 분배하지 않는다는 것과 협동조합 운영참여는 투자액에 비례하지 않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즉 협동조합은 자본이 지배하는 조직이 아니고 출자가 투자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 이제 협동조합이 어떠한 성격을 가진 조직인가는 분명하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욕구를 충족하고, 공동의 이익을 제공하기 위한 자조적 조직이자 경영체이다.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와 상품의 질을 최대한 높여서 조합원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조합사업에 대한 적극적 참여와 이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주인인 조합원이 조합을 외면한다면 협동조합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 조합의 임직원들과 조합원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은 ‘협동조합은 사업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경제원리에 따른 경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조합경영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협동조합이니까 적자가 나는 사업도 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는 위험천만이고 조합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에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하고 ‘농산물을 조합원에게서는 비싸게 사고 소비자에게는 싸게 파는’ 탈(脫) 시장적인 사업을 함으로써 조합에 거대 손실을 끼친 사례가 많고, 심하게는 조합이 문을 닫은 일도 여럿 있다. 이런 불합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합장이 ‘이것은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지 내가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행위 또한 직무유기다. 조합장을 포함한 임직원에게는 조합을 ‘정상적으로 선의의 관리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협동조합의 구성원이 아니면서도 협동조합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큰 이유는 협동조합이 사회적으로 공익적인 기능을 정책사업을 통하여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며, 농협이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와 국민들에 대한 관심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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