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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105. 21세기 협동조합의 재창조(Reinventing Cooperatives)

조합 구성원에 대한 혜택 증진토록 재편
협동조합, 기업체 경영기법 도입 등 혁신 필요

  • 등록 2019.07.05 13:54:35


(전 농협대학교 총장)


▶ 1884년 12월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이라 불리는 영국의 로치데일 공정개척자조합(Rochdale Equitable Pioneers Society)이 발족한 이래 135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수많은 협동조합들이 생겨났고, 이들 협동조합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던 많은 사람들의 권익증진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서구의 협동조합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눈부신 성장을 계속해 왔다. 서구의 협동조합들이 자생적인 조합인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정부 주도의 하향식 협동조합으로서 출발부터 그 성격이 달랐다. 관주도의 협동조합으로서 정부정책 대행자의 역할이 컸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통하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그동안 협동조합이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노력에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만큼, 역할이 미흡할 경우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로부터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협동조합에 종사하는 임직원 모두는 이러한 비판의 소리에 대하여 실망하기보다 겸허하게 수용하여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축협중앙회 조사부장을 지냈던 나는 1997년 봄, 유럽에 업무상 출장을 갈 기회를 이용하여 협동조합의 발상지인 영국의 옥스퍼드(Oxford)에 있는 협동조합 연구기관인 플런켓재단(Plunket Foundation)을 방문해서 당시 40여년을 협동조합 연구에 헌신해온 에드가 파넬(Edgar Parnell) 소장을 만났다. 그와의 면담과정에서 나는 협동조합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에 바탕을 둔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직접 방문한 나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는지 그는 자신의 저서인 ‘협동조합의 재창조(Reinventing Cooperatives)’라는 책을 내게 주면서 한국의 협동조합 발전을 위해 활용하기를 권했다. 나는 귀국 후 이 책을 읽고 나서 21세기에 협동조합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소중한 메시지를 중앙회와 조합 임직원들에게 전달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고, 저자의 허락을 받아 우리말로 번역 발간했다.


▶ 파넬 소장은 이 책에서 “급변하는 21세기에 협동조합이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체(Enterprise)와 같은 경영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변화는 하나의 지속적인 과정이며, 오늘날 초(超) 국가적 기업(企業)은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측면에서 볼 때 최적의 모델이라고는 할 수 없다. 협동조합 형태의 사업체는 인류발전에 보다 큰 공헌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이도 대부분의 협동조합은 정체기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함으로써 21세기 자본주의의 모순을 보완할 수 있는 체제가 협동조합임을 암시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협동조합에 자본주의의 사업체적 성격을 결합한 ‘협동조합 형태의 사업체’가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그는 또 “협동조합이 종종 정치적으로 이용당해 왔으며 전반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협동조합의 사회에 대한 기여가 저평가되어 협동조합이 실제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무시되어 왔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투자자(invester) 위주의 일반 사기업(私企業)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당초 이 책의 제목을 ‘협동조합의 재발견(Rediscovering the Cooperatives)’’이라고 했으나, 고심 끝에 ‘협동조합의 재창조(Reinventing   Cooperatives)’라고 수정했는데, 그 이유는 기존의 협동조합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조직을 개혁하도록 도전의식을 불어 넣고, 그렇게 함으로써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 가치 측면에서 일반 사기업과 점차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 그는 이어서 “협동조합과 사기업 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양자 모두 더 한층 발전할 수 있다. 경쟁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며 협동은 이러한 발전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평생 협동조합 연구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확신에 찬 주장을 펼친다.
·어떤 특정 형태의 조직이 본래부터 좋은(good) 또는 나쁜(bad)조직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며, 조직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사람(조합원)들의 삶에 조직 내의 사람(임직원)들이 어떻게 공헌하느냐에 달려 있다.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의 운영에 참여하고, 그 중심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일종의 틀(framework)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은 관련자들의 자질과 동기에 달려있다.
·협동조합은 무조건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모든 상황에 맞는 가장 적합한 최선의 조직형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소(right place)’와 ‘적시(right time)’의 경우에는 ‘최상(best)의 선택’이 될 수 있다.


▶ 에드가 파넬 소장은 협동조합이 사기업체와 경쟁하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체 경영기법을 도입하여 혁신해야 하며, 구성원에 대한 혜택을 증진할 수 있도록 재편해야 하고, 협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앞으로 협동조합의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간단명료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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