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95. 네덜란드 국제낙농경영과정 연수 (2)

19개국 23명이 참가한 연수과정서 ‘교육생 대표’로
현장 시찰 등 프로그램 유익…사진으로 생생히 담아

  • 등록 2019.05.29 10:16:50


(전 농협대학교 총장)


▶ IAC에는 낙농과정 이외에도 양돈과정, 가금과정 등 축종별 프로그램이 있으며, 농작물 분야에도 감자, 초지, 사료작물, 과수, 화훼, 채소 등 다양한 교육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서 세계 각국에서 온 교육생들로 북적거렸다. 네덜란드 정부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이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이유는 선진 농업기술을 개도국에 전수해 주어서 농업 발전을 돕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부수적으로 얻는 효과도 고려했을 것이다. IAC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장래 자국에서 이 분야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거나,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네덜란드산 종자·종축 등의 수출, 연구·교육 장비의 수출, 대학유학생 유치, 그리고 농업시스템의 확장을 통한 영향력 확대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국가 전략적으로 볼 때는 장기적 안목에서 참으로 현명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 낙농경영과정에는 19개국에서 23명이 참가했다. 말레이시아 3명,  태국과 인도가 2명씩이고 나머지는 1명씩이었다. 국가별로 보면 아시아에서 한국, 인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터키, 사이프러스 등이고, 중남미에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아프리카에서 에티오피아, 우간다, 이집트, 나이지리아, 앙골라, 탄자니아, 그리고 유럽에서 폴란드, 포르투갈 등으로 구성되었다.


▶ 이 과정을 담당한 교수는 알버트 씨(Mr. J. H. Aalbert)였는데 매우 자상하고 친절한 분이었다. 교육생을 위해서 모든 것을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현장견학(excursion)을 나갈 때는 직접 안내하면서 가는 곳마다 상세히 설명을 해 주곤 했다. 과정을 시작한지 2주째 주말에는 자신의 집에 모두를 초대해서 파티를 열어주기까지 했다.


▶ IAC에서의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었고, 강사들은 그 분야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가축영양학을 강의한 Van der Velt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저명한 영양학자였다. 나는 평소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왔고 정부가 인정하는 LATT시험도 통과했기 때문에 읽기와 말하기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역시 듣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말하는 게 사람마다 다 제각각이니 어려울 수밖에. 강의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매일 예습과 복습을 반복했고, 그 덕분에 듣기에 대한 어려움은 생각보다 빠르게 해소되어 갔다.


▶ 과정이 시작되는 날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참가자 모두가 돌아가면서 자기나라와 자신에 대한 소개를 했다. 모두 3개월 반 동안을 함께 지내야 하는 과정이므로 상호간에 친분관계를 맺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다. 우리 과정 담당교수는 클래스를 끌어갈 대표(president)를 3일 후에 선출할 테니 그동안 서로 사귀면서 중지를 모아달라고 했다. 대표란 대학에서 과대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자리다. 나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왕이면 교육생 대표가 되어 적극적인 활동을 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대표 자리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지역별 표를 분석해 보니 아시아 12명, 아프리카 6명, 중남미 3명, 유럽 2명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만 잡으면 가능했다.


▶ 그날부터 한사람씩 만나 나의 뜻을 설명하고 지원을 부탁했다. 결과는 의도했던 대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도움을 받아 내가 15표를, 아르헨티나의 다니엘 레아르뜨(Daniel H. Rearte)는 6표에 그쳐 내가 대표로 선출되었다. 교육생 대표는 교육을 주관하는 담임교수 및 담당조교와 학생간의 가교역할이 주 임무로서, 과정운영 측의 전달사항, 학생 측의 건의사항, 지방 현지시찰 일정 등을 협의, 결정한다. 대표가 되니 자연히 나는 사람들을 상대할 일이 많아졌고, 때로는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회의도 주재해야 했다. IAC 내에서 다른 과정 교육생이 모두 참석해 나라별로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국제문화행사의 날에는 대중 앞에서 스피치도 해야 했다. 공부도 해야 하고 바쁘긴 했지만, 이러한 활동은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알리는 데도 많은 효과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 낙농시범목장 근무 시절, 나는 목장사업의 하나인 낙농기술 보급을 위한 교육, 기술지도에도 참여했었다. 그래서 나는 네덜란드 낙농과정을 이수하는 중에 전문서적, 자료, 슬라이드 등 교육 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출국할 때 김포공항 면세점에서 거금을 주고 아사히 펜탁스 카메라를 최신형으로 구입했다. 그때만 해도 그런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다. 또 서적이나 자료를 구입할 수 있는 여유 돈도 별도로 바꿔갔다. 나는 교육과정 중에 필요한 교육 자료를 주문, 구입했고 현장시찰을 나가면 카메라로 슬라이드용 사진을 수도 없이 찍었다. 찍은 슬라이드는 현상해서 프레임까지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슬라이드가 분야별로 다 합쳐서 1천200장이나 되었다. 슬라이드 숫자가 늘어갈 때마다 나는 귀국해서 낙농가들에게 새로운 시스템과 기술을 교육할 수 있다는 기대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 IAC에서 공부한 낙농과정은 축사시설과 환경, 영양학, 번식생리학, 초지 및 사료작물 재배, 건초와 사일리지 제조기술, 착유관리, 우유의 위생, 질병예방과 치료, 사료학, 가축분뇨 처리기술, 젖소 등록과 기록관리, 젖소개량, 경영분석, 생산성 분석 등 낙농관련 전 분야에 걸쳐 있다. 그리고 강의와 실습, 현장시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겐 더할 나위 없는 무척 유익한 교육이었다.
 

<계속>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