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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78. 군납은 곧 군사력이다 - 농협과 국방부의 50년 인연

박정희 대통령, 농축산물 군납 공익성 초점 농협 담당케
‘입찰’ ‘민간위탁’ 납품체계 변경위기 단합으로 막아

  • 등록 2019.03.13 10:40:53


(전 농협대학교 총장)


▶ 농협 군납사업의 배경 : 농협이 농축산물 군납사업을 담당하게 된 계기는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박정희 대통령은 전방부대 시찰 중, 군납을 여러 명의 민간업자들이 나누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그 자리에서 군 급식체계 개선을 지시했다. “농축산물의 군납은 농협이 중심이 돼서 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납품토록 하라”는 지시였다. 이렇게 해서 농협이 군납사업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 축산물의 경우는 한우고기, 육우고기, 오리고기, 삼계탕 등은 중앙회가 조달·공급하고,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우유는 조합이 생산·공급하는 체계다. 2018년도 연간 군납규모를 보면 중앙회가 한우고기 3천856톤 1천79억원, 육우고기 2천281톤 434억원, 오리고기 1천219톤 148억원, 삼계탕 1천323톤 87억원으로 합계 약 1천748억원에 이른다. 군납조합(2018현재 40개소)은 돼지고기 1만3천211톤 1천151억원, 닭고기 1만1천634톤 635억원, 계란 6천44톤 163억원, 우유 3만2천917톤에 583억원 등으로 총 2천532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중앙회와 조합 실적을 모두 합하면 연간 4천28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군납으로 얻는 수익은 미미하고, 때론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다. 


▶ 군납하는 축산물은 국군 장병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품질·위생·안전성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각 지역의 급양대에서의 검수과정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한편 농협은 식품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군에서 군납 업무를 담당했던 책임자(대령급)를 군납사업단장으로 영입해서 업무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축산물 품질과 안전성 감독업무를 위해 군에서 전역한 식품검사 수의장교 2명을 특채하여 중앙회와 조합의 작업장을 수시로 점검하고 교육을 시키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비록 군납사업이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농협은 대한민국 군인의 건강과 위생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이 군납사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 군납우유 경쟁 입찰 저지 : 농협이 사명감을 가지고 군납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때론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발생한다. 2009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유군납을 진입규제 개선과제로 선정하였고, 2010년 3월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경쟁체제 개선과제로 선정했다. 개선제안의 내용은 우유 군납업체 결정방식을 수의계약에서 입찰제도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은 민간 유업체의 대정부 로비활동의 결과로 짐작된다.


▶ 서울우유조합 등 우유 군납조합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낙농육우협회와 전국 낙농가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져갔다. 중앙회와 낙농관련 조합들은 범 농협 농정활동을 펼치기로 했고, 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도 저지활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당시 농협과 조합이 처한 어려움에 동참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낙농육우협회의 도움은 난국을 타개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서 군납배경과 입찰제도의 문제점 등을 설명했다. 군납 우유의 연간 납품양이 우유생산량의 2.5%밖에 안 되는데, 입찰제 추진의 효과가 무엇인가를 따져 물었다. 또한 농림수산식품부·국방부 차관과의 면담을 통해 주무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전국축협조합장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그리고 행정부의 국방부, 공정거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총리실 등에 전달, 현행대로 조합이 군납을 계속할 수 있도록 선처를 요청했다.


▶ 사태가 심각해지자 2010년 10월 4일 국무총리실 주관 관련부처 합동회의에서 ‘군납 우유의 입찰제도 전환은 유보’하기로 결론이 났다. 농협중앙회, 낙농조합, 낙농육우협회가 힘을 합쳐 일사불란하게 대응한 결과였다. 우리의 주장을 수용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준 정부관계자들의 배려에 감사드린다.


▶ 군 급식 민간위탁 계획 백지화 : 군납우유 문제가 겨우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무렵, 국방부는 2011년 6월말 국방개혁실에서 식자재공급 민간 위탁급식계획을 수립, 추진했다. 군 급식의 질 향상과 국방예산절감 등 국방경영을 효율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시범사업의 내용은 2011년 3월 1일부터 민간업체로 하여금 2개 부대를 대상으로 식자재공급, 식단편성, 조리컨설팅 등을 수행토록 했는데, 그 성과와 장병들의 반응을 평가한 뒤 한강이남 도시지역 부대로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군 장병들의 식사문제는 군 병참의 중요한 임무이고 어찌 보면 군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 민간업체에 외주를 준다니 분명히 크게 잘못된 일이었다.    


▶ 이에 농협은 ‘민간 위탁급식시범계획 저지’를 위한 농정활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하고, 국회(국방위원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와 국방부에 계획 철회를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9월 7일에는 국방위원장실(위원장 원유철)에 농협의 의견을 제출했고, 9월 20일에는 군납조합협의회(당시 41개 조합)를 열고 건의문을 채택하여 이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또한 강원도의회는 10월 14일, 전국 시·군·구 의장협의회는 12월 27일 현행체제 유지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농협의 입장을 지지해주었다. 육군본부 급양관계관 회의(10월 25일)와 국방부 주관 급양관계관 회의(11월 17일)에서도 민간 위탁급식 계획 철회를 건의했고, 방위사업청 주관 공개토론회(11월 30일)에서도 민간위탁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그 결과 국방부는 그해 12월 1일 민간위탁급식 시범계획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