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농협대학교 총장)
▶ BC 400년경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우유는 가장 완전한 식품’이라고 했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우리가 후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우유를 많이 먹이는 일이다’라고 했다. 우유의 영양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말이다. 인류는 수렵시대에 소, 산양 등을 가축화하여 젖을 짜서 음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유는 BC 7000년경 지중해 동쪽 서부아시아와 터키 등지에서 음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2008, Nature).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신전과 무덤에서 젖을 짜고 가공하는 모습을 그린 벽화가 발견되어 아주 오래 전부터 우유를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뒷받침 한다. 구약 성경에서는 가나안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기록했으며, 인도의 베다(Veda)경전에서는 석가모니가 6년간 설산 수행 후, 우유와 꿀로 만든 ‘유미죽’을 먹고 기력을 회복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유가공품인 치즈는 BC 6000년경에 만들어졌는데 로마, 그리스 등 지중해지역을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어 가공기술이 더욱 발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BC 3000년경으로 추정되는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유적에서 치즈 용기 등이 발견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 동북아시아에서 유목생활을 하다가 한반도에 정착한 우리 민족은 신석기시대부터 우유를 음용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삼국유사에 농축유제품을 의미하는 낙(酪)이라는 말이 나오며 고구려 우왕은 ‘유우소(乳牛所)’라는 국가소유의 목장을 설치하여 왕족이나 귀족들이 우유나 낙죽(酪粥)을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도 왕족과 귀족계급에 한정하여 우유를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낙죽(酪粥)은 귀한 보양식으로 여겨 임금에게 진상했으며 환자에게 먹였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 젖소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02년에 대한제국 농상공부의 프랑스인 기사 쇼트(Short)씨가 일본에서 홀스타인 20두를 들여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낙농산업은 1960~70년대의 도입·성장기를 거쳐 1980년대 이후 안정기에 들어섰고 지금은 착유능력 기준 세계 4위라는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RDA Interrobang 55호 2011, 한국축산발달사 1998)
▶ 우리나라의 낙농산업 현황을 보면 2017년 기준으로 낙농가 6천500호가 홀스타인종 젖소 41만여 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연간 206만 톤의 원유(原乳)를 생산, 우유생산액은 2조 1천억 원을 기록했다. 총 우유소비량(원유환산기준)은 420만 톤에 달하고 국민 1인당 연간 평균 소비량은 79.5kg이다. 치즈, 분유, 버터 등 유가공품의 수입이 매년 증가해 자급률은 50.3%로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수입유제품을 보면 치즈 12만5천톤(5억3천600만불), 버터 3만4천톤(1억6천800만불), 유장 6만9천톤, 혼합분유 4만7천톤, 조제분유 4천톤, 크림 2만3천톤 등으로 총 12억2천만불이 들었다. 소비량이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급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치즈, 버터, 분유 등 유제품의 수입이 급격히 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치즈소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우유 속에는 수분 87~88%(고형분 12~13%), 지방 3.7~4.0%, 단백질 3.2~3.3%, 탄수화물(유당) 4.7~7.9%가 들어있으며, 비타민 A, D, E, K, B군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우유는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 114가지가 들어 있는 완전식품이다. 하루에 500ml의 우유를 마시면 칼로리는 1일 요구량의 12.4%, 단백질은 31.3%, 칼슘은 75%, 인은 12.5% 그리고 거의 모든 필수아미노산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 우유는 상하기 쉬운 식품이므로, 목장에서 소비자까지 콜드체인시스템(cold chain system)하에서 취급된다. 목장에서는 우유를 짜면 바로 냉장탱크로 들어가서 신선하게 보관된다. 유가공 공장이나 집유조합은 특수냉장차량(탱크로리)으로 목장을 순회하며 직접 집유하므로 신선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운송 중에도 탱크 내 우유의 온도 변화를 기록하는 장치가 부착되어 있어서 철저하게 체크된다. 우유공장의 냉장탱크로리가 농가에서 원유를 수집할 때 우유의 온도검사, 관능검사, 비중검사, 알콜검사 등을 거치며 합격한 우유는 농장별로 샘플을 채취한다. 불합격된 우유탱크에는 색소를 넣어서 식용으로 쓸 수 없도록 하고 폐기한다.
▶ 공장으로 운송된 원유는 수유검사(受乳檢査)를 하게 되는데 목장별로 우유의 온도검사, 관능검사[냄새, 맛, 색깔], 산도검사(酸度檢査), 가수검사(加水檢査), 항생·항균물질검사, 성분검사, 세균검사, 체세포검사 등을 하고 항생·항균물질이 검출되면 해당 탱크의 우유는 전량 폐기하고 원인목장을 추적하여 과징금을 부과한다.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항생제 우유가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성분검사, 세균검사, 체세포검사 결과는 우유의 등급을 판정하는데 활용된다. 이러한 철저한 과정을 거쳐 수유한 원유는 공장의 냉장탱크에 보관되었다가 제조과정으로 투입된다.
▶ 여기서 원유의 집유와 관련하여 집유일원화(集乳一元化)를 제안한다. 현재 우리의 집유시스템을 보면 유가공조합이나 업체는 자신들의 조합원이나 회원농가를 대상으로, 집유조합은 관할구역 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집유를 실시한다. 그러다 보니 동일 지역에 몇 대의 집유차량이 중복해서 운행하는 사례가 많다. 집유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이다. 이제라도 전국단위 조직을 갖춘 협동조합 중심의 집유일원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