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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58.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미국 농산물 직거래

농장 전용 판매장 설치·손수 따가는 체험형 과수원 등
다양한 직거래방식 통해 생산자-소비자 ‘윈윈’

  • 등록 2018.12.21 10:21:25


(전 농협대학교 총장)


▶ 1989년 축협중앙회 미국사무소로 발령을 받은 나는 워싱턴DC에서 근무했다. 자택은 인접해 있는 버지니아(Virginia)주 맥클린(McLean) 지역이었는데, 이곳은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백인들이 주로 많이 살았다. 생활환경도 좋고 학교도 평판이 높은 곳이 많아서 외교관이나 주재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구분되어 있어서, 주거지에서 시장을 보려면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각종 영업시설이 많은 쇼핑센터로 가야만 했다.


 ▶ 그러던 중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500m 정도 떨어진 공원 주차장에 농부의 시장(Farmer‘s Market)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때부터 신선한 농산물을 살 때는 그곳을 이용했다. 공원 입구에는 Farmer’s market, Saturday 10:00~14:00 라고 쓴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당연히 잘 알려진 토요시장이었다. 이런 Farmers Market은 이곳뿐만 아니라 주거지역 인근 공원의 곳곳에 개설되어 있어서, 교외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싣고 와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소매 등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직접 유통되는 지역 직거래장터(Local Direct Market)인 셈이다. 농민들이 싣고 오는 농산물은 양배추, 브로컬리, 셀러리, 시금치, 당근, 오이, 감자, 사과, 딸기, 포도 등으로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인기가 많다.


▶ 직거래의 또 다른 유형은 시골지역 길가 농산물판매(Roadside Sale)이다. 주말에 교외로 나가보면 농장이나 과수원 옆 길가에 판매대를 설치해 놓고, 자기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표지판을 보고 잠시 들러 농산물을 시식도 하고 구매하게 되는데, 슈퍼마켓에서 파는 것보다 상품가치는 다소 떨어져 보이지만 신선도가 좋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 그래서 차량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있는 농장은 아예 전용 판매장을 개설해 놓고 연중 판매하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길가 판매장은 많이 있지만, 자기 농장에서 손수 생산한 것이 아닌 다른데서 사온 농산물을 파는 곳도 있고 때로는 도시보다 더 비싼 곳도 있어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 ‘PYO Apple Farm’, 이는 지역 신문에 나오는 광고문구의 하나이다. PYO는 Pick Your Own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필자는 가을 어느 일요일에 집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교외지역으로 아이들과 함께 PYO 사과농장에 갔다. 이곳은 소비자가 직접 와서 사과를 손수 따가는 일종의 체험형 과수원 농장이다. 사과를 사러가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사과 따기 체험도 하고, 직접 딴 사과를 집으로 가져갈 수가 있으므로 따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결합한 복합형 사업형태다. 주로 가족단위로 많이 찾아가는데, 입장료(어른 $10, 어린이 $5)를 내면 사과를 따서 담을 수 있는 바구니(Basket)를 준다. 그러니까 현장에서 사과를 따서 마음대로 먹을 수도 있고, 또 바구니에 한가득 담아서 가져갈 수도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입장할 때는 잘 익은 사과를 따는 법과 사과나무를 다치지 않고 딸 수 있는 방법 등을 사전에 알려준다.
농장 주인에게 이렇게 경영하는 이유를 물었다. 간단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농장 위치가 도시와 가까워서 소비자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찾아온다. 사과 수확에는 많은 인건비가 들어가는데, PYO를 하게 되면 농장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소비자는 저렴한 비용에 따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냐”고 했다.


▶ 젖소를 기르는 낙농목장 중에는 목장에서 직접 가공한 치즈, 버터, 요구르트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목장 내에 유가공 시설을 해 놓고 자신이 생산한 우유를 원료로 하여 자가 노동력으로 생산·판매하는 형태다. 유가공장 바로 옆에 판매장을 차려놓고 고객에게 직매하므로 가격이 싸고 품질도 좋아서 목장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가까운 도시에서도 소문을 듣고 많이 찾아온다.
특히 치즈는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어서 가공하므로 다양한 맛을 가진 치즈가 생산되는데 치즈 애호가들로부터 인기가 매우 좋다. 우유가 들어간 빵, 케이크, 쿠키, 초콜릿 등을 만들어서 파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목장형 유가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목장 여러 곳에서 유제품을 가공, 판매라는 것을 참 잘 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형태의 직거래방식은 농가소득을 증대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므로 많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또 일부 낙농가들은 낙농체험목장을 운영하면서 어린이, 학생이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낙농과 우유에 대한 홍보도 하고 치즈 만들기 등 직접 체험을 하도록 하고 있어 효과가 크다. 


▶ 근년에 우리나라에서는 로컬 푸드마켓이 인기를 얻고 있다. 조합의 매장에서 조합원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채소, 과일, 곡류, 나물류 등)을 생산자인 농민의 이름을 붙여서 판매하는 이 직거래방식은 내 고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합들은 농민조합원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로컬 푸드마켓을 더 많이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도시민과 농업인이 상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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