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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35. 쇠고기 무역전쟁의 현장에 서다 (2)

정부 피소 따라 쇠고기통상대책반 구성에 필자 차출
1년간 파견명령 받고 문서번역 등 협상 실무 참여

  • 등록 2018.09.14 13:20:41

[축산신문 기자]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쇠고기 통상마찰 - GATT 위반 주장

우리나라는 196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에 가입했다. GATT 국제수지위원회(Balance of Payment Committee)는 1987년도 한국정부와의 BOP협의회(BOP Consultation)에서 1986년 이후 우리나라의 국제수지가 흑자로 전환되어(86년 46억 달러, 87년 98억 달러) 한국은 국제수지상의 문제가 없으므로 지금까지 GATT 18조 13항을 근거로 한 (즉, 국제수지 적자를 이유로 한) 수입규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거나, 앞으로 수입규제를 계속하려면 다른 GATT 규정에 일치시키라는 권고안을 채택하게 됐다. 

BOP 위원회의 권고안이 공표되자, 미국은 다양한 외교경로를 통해 한국의 쇠고기수입 중단이 GATT에 위반되므로 수입을 재개해 줄 것을 우리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국내 소 값이 안정될 때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소 값 하락은 정치문제화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1987년 11월 이후 미통상법(U.S. Trade Act) 301조 발동과 GATT 제소 움직임이 표면화되자, 1988년 1월 우리나라 부총리 일행이 미국을 방문해 양자협상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는 한편, ‘관광호텔용 고급쇠고기(HQB: High Quality Beef) 수입 건은 5월 1일 수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1988년 1월 31일 주미한국대사를 통해 미국 측에 전달했다. 이런 제안에 대해 미국정부는 일부가 아닌 ‘전면 수입개방’을 요구해옴으로써 우리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 미통상법 301조 조사 : 미육류협회(AMI : American Meat Institute)는 1988년 2월 6일 미무역대표부(USTR: U.S. Trade Representative)에 미통상법 301조에 따른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 내용을 보면 “한국정부가 GATT와 도쿄 다자간 무역협정 의무를 위반하여 1985년 5월 21일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는 GATT 제11조 (수량규제의 일반적 폐지) 규정에도 위반되고, 미국 육가공업자들에 대한 시장기회의 박탈이므로 이에 대한 조사와 시정을 청원한다”는 요지였다.

야이터(Yeutter) USTR 대표는 1988년 3월 28일 AMI의 청원서를 접수했다고 발표하고, 지난 2개월간 한·미 양자협상(Korea-U.S. Bilateral Negotiation) 결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미통상법 301조에 의한 조사를 개시하며, GATT에도 분쟁조정을 위한 패널(Dispute Settlement Panel :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정부는 USTR의 조사개시 결정에 대하여 1988년 3월 29일 논평을 발표했다. “양자협상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조사개시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다. 수입제한의 전면적 철폐요구는 국내 축산업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수용할 수 없다. 한국의 쇠고기 수입제한은 GATT 제18조 13항(BOP조항)에 의한 정당한 조치였다. 국내 양축농가의 실정과 88서울올림픽 수요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당사국간 대화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반박했다. 이렇게 해서 한·미간 쇠고기 무역전쟁이 시작되었고, 후에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이에 합세했다. 


▶ 한국정부가 미통상법 제301조 위반으로 피소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당시 우리 정부는 매우 당혹스러워했고 그 대책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육류협회(AMI)의 미통상법 301조 제소와 미국의 수입개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농림부 내에 쇠고기통상대책팀(TFT)이 구성됐다. 당시 축산국(국장 이영래)내에 대가축과 김동근 과장을 대책팀장으로 하여 한우계장이던 안덕현 사무관이 실무를 맡았다. 당시 대리였던 나는 축협중앙회 진흥부에서 UR 대책업무를 맡고 있었다. 농림부로부터 영어를 잘하는 축산전문가를 파견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내가 1년 동안 파견명령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축산국 쇠고기통상대책반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나의 주 임무는 미국 측의 301조 청원과 이어진 한·미 쇠고기 양자협상, GATT 제소에 따른 한·미, 한·호주, 한·뉴질랜드 GATT 쇠고기 패널회의 등과 관련된 각종 문서의 번역과 우리 정부에서 생산하는 각종 대응문서의 영역(英譯) 그리고 협상 실무추진에 참여했다. 축산농가를 대변하는 축협중앙회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고 협상에 반영토록 노력하는 일도 나의 몫이었다. 미국 정부의 각종 법률적 서류는 국제통상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으로서, 법률용어를 잘 모르는 내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UR대책반장을 맡으면서 GATT규정을 꼼꼼히 공부해서 어느 정도 국제 통상관련 법률용어나 문장의 구성 등을 익힌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우리 정부에서도 한국의 한우산업 현황, 한우사육농가의 어려움,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게 된 배경과 불가피성, 한우산업의 정치적 민감성, 한미 간의 우호적 협력에 끼칠 악영향, 점진적 수입개방의 제안 등 많은 문서가 생산되었고, 미국·호주·뉴질랜드 등 국가와의 양자협상을 위한 우리 정부의 입장, 주요 의제별 예상 질의답변서(Talking Points) 등 수없이 많은 자료가 생산됐다. 이 모든 문서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일이 내가 할 일이었다. 파견기간 1년 동안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밤 11시까지 일했고 자정을 넘긴 적도 수없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