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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32. 축산물 브랜드화

90년대 후반기 전국적 브랜드 난립…정부 선별적 육성책 추진
‘경진대회’ 정례화로 소비자와 소통…성공정책 평가

  • 등록 2018.09.05 10:45:10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우리나라 축산물 중에서 처음으로 브랜드화가 시작된 품목은 우유이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경성우유동업조합이 1홉들이 우유병에 우유를 담아서 판매했고, 해방이후 낙농산업 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해온 서울우유협동조합이 투명 유리병에 균질화된 살균우유를 담아 판매하면서 ‘서울우유’라는 브랜드를 사용했다(1962년 유리병 우유 출시). 그 이후 뒤이어 생겨난 유업체들도 ‘매일우유’ ‘남양우유’ 등의 브랜드 우유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브랜드우유는 생산자의 이름을 그대로 브랜드로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등 축산물은 브랜드가 없는 상태로 판매되었다.


▶ 그러나 축산물 수입이 늘어나고 국내 축산물 생산도 늘어남에 따라 시장에서의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생산자나 가공업체들은 제품의 차별화와 브랜드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마케팅 차원에서 축산물의 브랜드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계열화가 가장 먼저 시작된 닭고기의 브랜드가 나타났고(마니커, 하림, 체리부로, 목우촌 등), 돼지고기의 경우도 목우촌의 ‘프로포크’· 도드람양돈조합의 ‘도드람포크’·부경양돈조합의 ‘포크밸리’·논산축협의 ‘장군포크’·(주)대상(현 팜스코)의 ‘하이포크’·선진(주)의 ‘크린포크(현 선진포크)’·한냉의 ‘생생포크’ 등 다양한 브랜드의 돼지고기가 시판되기 시작했다.


▶ 쇠고기의 경우는 브랜드가 없이 국내산(한우, 육우, 젖소) 쇠고기 그리고 수입쇠고기로만 구분되어 판매되다가 마침내 지역브랜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초의 한우고기 브랜드는 양평군 개군면 일대의 한우농가를 중심으로 개발한 ‘개군한우’가 선을 보였다. 이어서 한우고기 생산자 브랜드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횡성한우’를 횡성축협이 판매하기 시작했고(1995년), 이어서 지역별로 서로 경쟁하듯 지역브랜드 한우고기를 출시했다. 예를 들자면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한우’· 홍천의 ‘늘푸름한우’· 원주의 ‘치악산한우’· 경기도 안성의 ‘안성마춤한우’· 양주의 ‘양주골한우’·평택의 ‘미한우’·충북 보은의 ‘조랑우랑한우’·음성의 ‘청결한우’·충남 홍성의 ‘홍성한우’·금산의 ‘인삼한우’·전북 장수의 ‘장수한우’·정읍 ‘단풍미인한우’·전남 함평의 ‘천지한우’·강진의 ‘강진맥우’·경북 경주의 ‘천년한우’·상주의 ‘상감한우’·의성의 ‘의성마늘소’·영주의 ‘영주한우’·경남 하동의 ‘솔잎한우’·합천의 ‘황토한우’·남해의 ‘보물섬한우’·제주도의 ‘보들결한우’ 등 지역브랜드가 시중에 선보이면서 브랜드 마케팅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 축산물 브랜드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지자체와 축협들이 자기 지역의 축산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 앞 다투어 브랜드를 선보인 것이다. 민간 기업은 나름대로 기업 자체브랜드를 개발해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탄생된 브랜드가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브랜드의 난립으로 경영이 부실한 브랜드가 늘어났고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간의 차별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브랜드화로 오히려 가격만 비싸진 게 아니냐는 불만이 표출되었다.   


▶ 90년대 후반기에 시작된 브랜드화 붐을 타고 1999년까지 전국에 195개의 축산물 브랜드가 생겼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지자체별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축·수·특산물 브랜드 개발에 더욱 노력을 기울였다. 2003년에는 축산물 브랜드만 해도 700개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 중에서 494개만이 실제로 유통이 되는 브랜드였고, 206개는 이름만 있지 마케팅이 안 되는 비활동 브랜드 즉 죽은 브랜드였다. 이를 축종별로 구분해 보면 한우브랜드는 활동 129개 비활동 54개, 돼지브랜드는 활동 188개 비활동 54개, 닭고기는 활동 31개 비활동 21개, 계란은 활동 110개 비활동 71개, 기타 축산물은 활동 35개 비활동 12개로 조사되었다. 이는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출시되었고,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실패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 그러자 2004년 2월 농림수산부 축산국(국장 김달중)은 ‘축산물브랜드 육성계획’을 수립, 시행에 들어갔다. 브랜드의 개념을 정립하고,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를 통해 국내산 축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계획의 주요 골자는 2013년까지 규모화된 우수브랜드를 80여개 육성하고, 우수브랜드에 대한 유통업체의 판매망 구축을 지원하고, 우수브랜드 인증 및 홍보를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우수브랜드의 육성과 홍보를 위해서 농협이 매년 ‘축산물브랜드경진대회’를 개최하도록 지원해 우수브랜드를 선정, 대통령상·장관상 등을 시상해 생산의욕을 고취하고, 선정 브랜드에 대해서는 무이자 경영자금을 지원하는 혜택도 주었다. 브랜드경진대회에는 브랜드 축산물 경영체들이 자신들의 부스를 설치해 시식회를 실시하고 할인판매를 하는 한편, 생산시스템 특장점 등을 홍보하는 이벤트를 함으로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으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만나는 장으로서 소비자들의 축산물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정부의 브랜드육성정책은 축산농가와 축협, 영농조합법인 등 브랜드 경영체의 생산의욕을 고취하고 생산시스템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국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 기여한 바 크다. 축산물 브랜드 육성정책은 정부의 농축산관련 정책 중에서 가장 성공한 정책 중의 하나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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