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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온고지신(溫故知新) <12>우리 축산물 경쟁력 제도적 뒷받침

등급제·이력제 등 추진 사업 실무자로 참여 자긍심
작은 벽돌 하나가 축산업 골격 돼 큰 보람

  • 등록 2018.04.26 18:57:13


윤영탁 전 본부장(축산물품질평가원)


-이력제도 시범사업과 법제화
시범사업의 대상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의견은 브랜드 참여농가같이 잘되고 있는 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면 시범사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브랜드 참여농가가 아닌 일반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할 경우 도축되어 판매되는 과정에서 이력표시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도 크지 않을 것이다.
당시는 브랜드에 대한 생산자단체의 열망이 대단했다. 저마다 우리의 브랜드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력관리를 한다는 것을 홍보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판매장도 독립적으로 갖고 있었다.
2004년 7월 9개 브랜드(팔공상강우, 장수한우, 섬진강뜨레한우, 남해화전한우, 하동솔잎한우, 양평개군한우, 안성맞춤한우, 대관령한우, 횡성한우)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실시되었다. 생산단계에서의 시범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었으나 도축단계에서는 도축장의 반발이 심했다. 이력번호의 입력과 지육에 부착하는 일련의 일들이 비용이 들고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반발도 광우병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과 생산·소비자 단체의 이력제 추진 호응에 누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시범사업을 잘 할 수 있는 곳부터 시작한 것은 잘한 것이다.
브랜드업체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여세를 몰아 브랜드업체를 추가로 선정했고, 일부 시·군(市·郡)과 도(道)로도 시범사업을 확대했다.
생산과 도축단계에서의 이력표시와 관리가 정착되어감에 따라 가공과 소비단계의 이력표시에 집중해야 했다. 생산과 도축단계에서 단순했던 라벨에 의한 이력관리는 부분육단계와 소매단계에서는 동일한 번호의 라벨을 여러장 출력해 부착하고 관리하는데 번거로움이 컸다. 다행히 이마트·롯데 등 국내 굴지의 대형유통업체의 적극적 협조가 큰 도움이 되었다.
2007년 12월 21일 ‘소 및 쇠고기 이력추적에 관한 법률’이 제정 공포되어 1년 후인 2008년 12월 22일부터 의무시행 하게 되었다. 이제 하위법령이 마련되고, 이력추적제도가 잘 되어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동일성검사(DNA검사)의 안정화가 남아 있었다.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결과로 보아 본 사업도 순항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소 수급관리 전산화 사업’에 대한 악몽에서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여건성숙과 노력의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정보전달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동일성 검사
이력추적시스템의 생명은 정보전달의 정확성이다. 그 정보전달이 정확한지 유무를 확인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갖추었다는 것은 신뢰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동일성 검사는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친자감별과는 다르다. 동일성 검사는 말 그대로 DNA가 동일해야 한다.
문제는 동일성 검사를 위한 시료채취를 어느 단계에서 하느냐에 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출생해 이력번호를 부착하는 귀표장착의 단계에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쉽지 않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도축단계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다.
도축단계에서 시료를 채취하면 제한된 장소에서 검증된 직원이 채취하기 때문에 쉽고 정확하지만 사육과정에서 귀표가 바뀌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은 있다. 그러나 개체식별번호는 고유번호이기 때문에 한번 부여되면 이중 등록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채취과정에서 부정확할 가능성과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도체단계에서의 시료채취가 보다 현실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기에 일본 등도 도축단계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동일성 검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소비단계에서의 부정유통은 크게 줄어들었다. 골머리를 앓았던 수입육·육우의 한우 둔갑판매도 동일성 검사이후 많이 줄어들었다.
쇠고기이력추적제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돈협회로부터 돼지이력추적제를 실시하자는 제안이 들어왔고, 실제 부경양돈에서 개체식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광우병으로 인해 도입하고 있는 소에 대한 것도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돼지 그것도 소와 같이 개체별 관리는 어렵다고 봤다. 지금은 돼지도 이력제도에 의해 관리가 되고 있으니 단계적으로 잘 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최근 이력에 의한 사육두수가 통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이력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올 4월 19일부터 출생두수를 공개하기로 했음이 다행이다.
우리도 일본의 경우처럼 개월령별, 성별, 사육두수 및 도축두수가 공개하기로 함에 따라 농가 스스로 송아지 생산 가능두수, 미래 특정 시기의 출하 가능두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축산도 농가 스스로가 산업을 전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보다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정책의 반대 방향으로 하면 돈을 번다’는 우스꽝스런 농담은 먼 옛이야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맺는말
나는 직장생활의 전부를 축산관련 업무에 종사해왔다. 직장인으로서 축산업을 하시는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직장인으로서 좀 아쉬웠던 곳은 한우자조금이다. 나름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한우산업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처한 환경과 역량의 한계 때문에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한우자조금이 한우산업을 위해 지금까지 기여한 역할은 컸고 앞으로도 클 것이다.
어느 사업이나 마찬가지지만 꼭 필요한 주력사업에 예산을 집중 배치하고, 그 성과를 매년 평가해 문제점 보완을 통해 차기년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우협회 등 관련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예산을 배분하는 일이다. 현재도 그러한 일을 하고 있지만 너무 사업 가짓수가 많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실무자로서 등급제도의 마련과 경매실시간 서비스 추진 그리고 축산물브랜드화와 이력제도 마련 등 크고 작은 일들을 추진할 때 그 현장에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실무자로서 필자가 한 일은 고작 작은 벽돌 하나 정도였지만 그 벽돌이 우리 축산업의 주요 골격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이 글을 쓰면서 이러한 일을 정착시키기 위해 기여 하신 많은 분들의 실명을 한 분 한 분 거론하고 싶었다. 그러나 필자가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던 분들의 더 큰 기여에 누를 끼칠까 걱정이 되어 생략했다.
어떤 일이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각자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이행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제까지의 경험에서 얻은 것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가다듬지 않고 졸속으로 하거나 충분히 검토해 추진한 일이라도 지속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나는 시대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내 놓은 것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예산만 낭비하고 유야무야되는 일을 자주 보았다.
따라서 생산자 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 하면 그 산업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산업의 미래를 위해 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제안하고 또 이를 관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미흡한 저에게 이렇게 영광된 지면을 제공해주신 축산신문에게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우리축산을 위해 살아있는 언론으로 지도해주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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