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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온고지신(溫故知新) <7>등급판정제도의 파급 효과

냉동 쇠고기 유통 일색 시장서 축협 냉동육 시범 판매
외식시장까지 큰 변화…냉장 유통시대 전환점

  • 등록 2018.04.04 10:45:05
[축산신문 기자]


영탁 전 본부장(축산물품질평가원)


-조직 문화와 안정이 성패를 좌우한다.
80년대 초 일본의 모 연구소에서 연수중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절정기에 있었다. 그때 일본의 매스컴들은 한국의 활기찬 모습을 앞 다투어 보도했다. 어느 날 연구소의 모 부장이 나에게 “일본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에 뒤쳐질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눈빛이 살아있는데, 일본의 젊은이들은 썩은 동태눈 같다”라며 탄식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내심 속으로 좋아 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왜 그러냐고 반문하는 그에게 소위 ‘잉크논리’라며 내 생각을 말했다. “여기에 잉크가 한 병 있습니다. 이 잉크가 물같이 투명하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하겠습니까? 반대로 맑은 물을 잉크로 만들려면 잉크를 얼마나 넣어야 원액과 같아지겠습니까? 같은 비유로 여기 미스비시 그룹이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신입사원으로 들어 온 약간은 패기 없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있다고 합시다. 그들은 이미 미스비시 문화에 길들여진 수만 명의 직원에 비하면 극소수이기에 그들은 얼마 되지 않아 미스비시 문화에 흡수되어지고 맙니다” 이렇게 은근 슬쩍 말을 피해갔지만 그건 사실이다.
4년제 축산관련학과를 졸업한 젊은 엘리트를 뽑아 이론과 실무를 2년 가깝게 교육시킨 것이 지금의 축산물품질평가원 정신의 기초가 되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과 열정의 문화가 등급 이해당사자들의 신뢰를 받게 되고, 그 전통은 후배들에게 전달되어 공정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등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직문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조직의 안정화다.
조직의 안정화 없이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한다. 조직에 속해있는 모든 사람은 조직인 이기에 앞서 개인으로써 가정을 책임지고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자연인이다. 따라서 그러한 개인적 문제에 불안감을 주지 않는 안정된 조직이어야 한다.
1989년 4월 18일 정부가 등급 사업을 (사)한국종축개량협회에 위임하여 시작된 것이 1994년 12월 1일 축협중앙회로 이관되었고, 다시 2000년 7월 1일 통합 농업중앙회 이관과 2001년 7월 27일 축산물등급판정소로 독립되기 까지 조직의 안정화가 흔들림이 없었기에 현재와 같은 조직문화가 발전될 수 있었다고 본다.
올바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가 잘 갖추어져야 한다. 우리는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조직의 특성에 맞는 문화 만들기에 등한시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에 등한시 할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냉장유통의 원동력이 된 냉도체등급제도.
등급제도 시행초기 이런 저런 교육에서 나는 냉동고기와 냉장고기의 차이점을 생태와 동태로 비교해 자주 설명하곤 했다. 당시에도 정육점에 쇼케이스가 있었지만 거의 형식적이었고, 진열된 것도 냉동된 고기였다.
그 이유는 고기의 보관이 용이함도 있었지만 강제 급수된 쇠고기의 경우 물 빠짐을 방지하기 위함도 있었다.
육질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순간 급속 동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당시의 냉동고 성능은 그다지 좋지 않아 완만하게 동결되어 고기를 썰면 세포를 파괴하며 얼어붙은 얼음덩어리가 반짝거리기도 했고, 녹으면 육즙이 빠져나왔다.
소도체를 냉장된 상태에서 등급판정을 받도록 한 제도는 쇠고기 유통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 왔다. 지육이 냉장된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무게를 늘리기 위한 강제급수 같은 부정행위가 근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육질 본래의 맛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 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등급 시행 초기에는 냉장고기를 썰 수 있는 슬라이스 기계가 보급되지 않아 백화점 같은 곳에서 조차도 모양을 내기 위해서 냉동 후 슬라이스를 해 쇼케이스에 진열 판매를 했다.
냉장 쇠고기의 소비자 판매의 대 전환점이 된 곳은 당시 서울 성내동 소재 축협중앙회 시범판매장이었다. 그때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식육판매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고기를 얼리지 않으면 잘 썰리지 않고, 모양을 내어 진열할 수도 없다며 난색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모양을 내려고 냉동하여 판매한다면 시범사업의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정적 순간에 지도자의 용단은 판을 바꿔 놓는다. 그것은 지도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축협중앙회는 시범판매장에서 냉장고기만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민감하다. 신선한 냉장고기를 믿을 수 있는 축협에서 살 수 있다는 소문에 고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축협 시범판매장의 성공은 백화점과 대형 판매점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 빠른 속도로 전국에 확산되었다. 그리고 판매점에서 시작한 냉장유통의 변화는 음식점까지 움직였다.
지금은 냉장유통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큰 줄기의 변화를 보면 등급판정이라는 제도의 파급효과라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냉장유통과 생산품의 품질개선은 순환적 상호작용으로 우리 축산업을 향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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