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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온고지신(溫故知新) <3>소·돼지 도체등급제의 성공 요인

전문인력 육성·홍보 통한 인식 제고 만전
충분한 시범사업 통해 시행착오 최소화

  • 등록 2018.03.09 10:58:50
[축산신문 기자]


윤영탁 전 본부장(축산물품질평가원)


-아는 것이 힘이다. 때를 기다려라.
흔히 학창시절에 배운 것은 기초 이론이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면 직장에서 새롭게 배워야 한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직장에서 실제 적용환경에 맞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초기 등급사교육은 좀 특별했다. 4년제 축산관련학과를 졸업(예정 포함)한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했으나 고기를 다루는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식육학 및 그와 관련된 유통학에 대한 심도 있는 이론교육 및 등급실습이 필요했다.
제 1기 육류등급사는 1991년 2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3개월간 식육학, 해부학, 유통학을 중심으로 한 전문교육을 관련 유명교수님을 초빙해 교육시켰다.
문제는 실습이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시 도축장환경은 열악했다. 서울에는 3개 축산물도매시장이 있었는데 소 지육의 경매는 냉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경매 후 곧바로 운송차량에 의해 반출되었다. 행여 그날 출고되지 않고 남아있던 지육도 다음날 아침 새벽에 출고되어 등심단면적과 등지방두께 그리고 근내지방도를 측정해 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더구나 유통업자의 비협조는 실습을 더욱 어렵게 했다.
돼지의 경우 서울 3개 도매시장은 2등분할을 하지 않고 유통되었기에 더욱 어려웠다. 다행히 햄·소시지 가공업체에 납품하거나 등심 등 부분육을 일본에 수출하는 도축장과 부산 도매시장의 경우 2등분할을 해 거래했기 때문에 이러한 도축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정된 교육이 끝났어도 등급판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이러한 연유로 당초 예정되었던 시범사업은 계속 미뤄졌고 그 시간을 실습교육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1992년 7월 축협중앙회 서울공판장에서 시범사업이 이루어질 때까지 장장 17개월 이라는 긴 기간이었다.
그 시기는 이 같은 우리나라 축산유통 현실에서 과연 등급제실시가 가능할 것인가 라고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절박한 순간이었다. 정책을 추진하는 농림부입장도 어려웠고, 교육을 받고 있는 등급사들도 마음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보인다고 했다. 정부의 등급제 추진의 강한 의지는 변함이 없었고, 정부의 의지를 믿고 묵묵히 실습에 열중했던 등급사들이 있었기에 길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빨리 빨리’라는 조급함이 있다. 빨리하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부실한 결과를 낳으면 그 피해는 크고, 때에 따라서는 회생불능으로 갈 수도 있다.


-시범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우리는 일을 열심히 해 놓고도 욕을 먹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욕을 먹는다는 것은 일의 결과가 나쁘던가, 그렇지 않으면 아쉬움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4대강 사업’을 들 수 있다. 나는 사업의 성패여부를 갑론을박할 정도의 식견이 없어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4대강 중 어느 한곳이라도 먼저 시범사업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보다 앞서 실시된 소·돼지 도체등급제도는 충분한 시범사업을 거쳐 본 사업을 실시해 성공한 예다.
비록 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지만 그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발굴·개선하고, 담당 인력의 능력을 함양시켰을 뿐만 아니라 홍보를 통해 등급의 당위성을 충분히 알려, 본 사업 진행에 걸림돌을 제거하는 효과를 거양했다.
1990년 11월 등급사 채용에 앞서 이들을 교육할 실무자들을 일본 식육격부협회에 기술연수를 시켰고, 이후 채용된 등급사도 교육기간 중에 일본에 기술연수를 보내 당시 우리나라 도축환경으로는 충분히 교육할 수 없었던 등급판정 체험을 하도록 했다.
시범사업은 1992년 7월 1일 축협중앙회 서울공판장에서 시작해, 11월 서울소재 민영 축산물도매시장으로 확대 실시했다. 그리고 1993년 7월부터는 서울로 지육을 반출하는 지방도축장까지 확대되었고, 1994년 7월에는 부산·제주지역도 시범사업지역으로 그 범위를 넓혀갔다.
이와 같이 시범사업은 1995년 2월 ‘등급화거래지역고시’에 의한 본 사업이 이루어질 때까지 2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되었다.
시범사업기간 동안 많은 문제점이 발굴되었고, 일부는 개선되기도 하고,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한시적 소도체등급판정’과 같이 일부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시에 반영하기도 했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돼지도체 2등분할도 점차 이루어졌고, 소 도체 등급판정에 필요한 냉장고 시설 개선이 이루어 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범사업은 문제점의 발굴과 개선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 사업의 필요성을 이해 당사자들에게 충분히 교육시키고 홍보해야 하는 중요한 기간이다.
무엇이든 상호 이해관계가 있게 마련이다. 세계화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큰 틀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당장 큰 비용과 기존의 관습을 바꿔가면서 하기에는 당시의 도축업자나 유통업자 모두 위험이 컸던 만큼 저항도 컸다. 이와 같이 시범사업은 드러난 현실적 문제점을 최소화 시켜 본 사업이 무리 없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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