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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축산과 농업 그리고 농촌의 미래!><42>갈수록 황량해지는 농업 농촌

고령화된 농촌, 젊은이 돌아오는 희망의 장 기대

  • 등록 2017.03.29 10:38:30
[축산신문 기자]


홍기 명장(장흥축협조합장)


매월 한 번씩 소록도에서 만나는 몇 분이 하룻밤을 소록도 성당에서 함께 보내게 되어 축산이 없는 지역의 이야기를 들었다. 축산이 없는 전라도지역 농촌에서는 특별한 소득원이 없고, 소득원이 없으니 젊은이가 없다. 쌀농사만 하는 지역에 살고 계시는 분의 농촌 봉사활동의 이야기와 텅 비어 버린 농촌 이야기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었다.
쌀농사만 하는 지역에서 농기계 수리업을 하고 있는데 쌀농사가 끝나면 농기계를 수리할 일도 별로 없는 것이다. 장흥은 축산이 발달되다보니 조사료를 생산하는 기계장비가 많고 축산현장에서 매일 기계작업을 하다 보니 농기계를 수리하는 업체도 자연히 많아지고 일거리도 많지만 벼농사만을 재배하는 지역은 농기계를 수리할 일도 많지 않은 것이다.
이 분은 외아들을 대도시 공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잃은 뒤 내외가 화병이 나서 농기계 수리가 없는 날은 독거노인들의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고 했다.
이 분도 예전 같으면 노인으로 대접 받아야할 나이였다. 농촌에 축산이 발달되어야 젊은이들이 깃들 수 있는 소득이 있는데 쌀농사만 하는 소득이 없는 농촌에 젊은이가 적었고 연로하신 독거노인이 많아 청소와 목욕봉사를 주로 한다고 했다.
독거노인들은 쓸쓸한 생활속에 초기단계의 치매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노인들이 많았고 때로는 치매가 심해 대변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방을 청소하지만 할머니들의 목욕봉사가 힘들다고 한다.
더구나 봉사자가 적다보니 할아버지든 할머니든 가리지 않고 목욕봉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봉사자가 적더라도 어떻게 남자가 할머니의 목욕 봉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묻자 남자의사가 남자환자만 치료할 수 없듯이 가리지 않고 봉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욕봉사는 처음 청소를 깨끗이 해 노인 냄새를 없앤 후 옷을 벗기고 좌변기의 뚜껑을 덮고 그 위에 앉혀야 목욕을 시킬 수 있다.
노인분들은 수척해 체중이 가볍지만 때로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할머니들이 계셔서 이 분들을 변기위에 안아서 앉히기도 힘들다고 한다. 특히 초기단계 치매 상태에서도 무거운 체중을 안아서 변기에 앉힐 때 손이 밀려가 젖가슴에 라도 닿으면 그 정신에도 봉사자들의 뺨을 때려 맞기도 한다는 이야기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소득이 낮은 지역의 농촌에 젊은이가 없는 현상인 것이다. 소득이 없는 농촌엔 도시로 나가서 살 수 없는 사람들만 남게 되는 것이다. 어느 집에는 아버지와 아들, 둘이 살고 있었는데 삼부자가 모두 지적장애인이었다.
삼부자가 함께 담배를 계속 피워대니 창문이 노랗게 니코틴으로 코팅이 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마침 몰래 담배를 피우다 들통이 난 중학생 2명을 부모들과 짜고 지적장애인 집의 니코틴으로 코팅된 유리창을 닦도록 봉사활동을 시켰다. 두 학생에게 각각 분담해 창문을 닦도록 했는데 진하게 니코틴으로 코팅된 유리창은 아무리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 학생들은 담배 니코틴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알게 되었고, 한 학생은 반성의 빛이 역력하였으나 한 학생은 거세게 저항하며 식식거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봉사자는 반성의 빛이 역력한 학생의 세숫대야에 몰래 니코틴 제거용 화공약품을 섞어주었다. 그 학생은 오후가 조금 지나서 창문을 모두 닦고 집으로 돌아갔다. 반면, 분을 못 삭이고 식식거리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녀석은 리코틴이 제거되지 않으니 더욱 분통을 터트리며 닦았다.
마침내 먼저 간 학생의 세척수에 화공약품을 몰래 타준 것을 알아차리고 거세게 항의를 하며 따져 묻자 “너는 반성의 기미가 없어서 일부러 그랬다”고 하면서 이제 날이 저물어 가니 약을 타주겠다고 했으나 거절하며 끝까지 오기를 부렸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강하게 저항하던 아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 때 니코틴이 얼마나 지독한가를 알게 되었고, 그 후 담배를 끊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 오늘 명문대에 합격을 하고보니 아저씨가 너무 고마워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아저씨께 전화를 드린다고 했다 한다.
소득이 없어 젊은이가 없고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노인분들이나 독거노인과 지적장애인 등 외로운 분 들이 살고 있는 쓸쓸한 농촌 풍경이다. 또한 이런 창문을 닦던 순박한 학생들도 도시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농촌의 아름다움이다.
농업과 농촌은 사람의 마음을 자연친화적으로 자연속에 녹아들게 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자연인이 되게 하는 것 같다. 그러기 때문에 농경문화는 ‘함께 함과 나눔’이고 자연속의 생활을 통해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했고 우리의 혼을 만들어 왔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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