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변호사·수의사
농가 귀책사유 없이 재산 박탈, 가혹한 결과 가져올 수도
보상금 지급범위 구체적 명확하게 규정돼야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이하 ‘고병원성AI’)가 다시 발생했다.
지자체와 방역당국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살처분 명령, 이동제한 조치 등을 통해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축산농가는 망연자실한 가운데 살처분 명령 등에 따른 보상금의 지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 살처분 보상금 및 행정비용 등을 고려하면 휴업보상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제역, 고병원성AI 등 국가재난형 질병이 발생할 경우 보상금의 지급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행하기에, 축산농가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규정한 살처분의 법적 성격 및 규정체계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보상금의 법적 성격은 배상금의 그것과 다르다. 배상은 불법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해의 전보(塡補)를 의미한다. 이에 반해 보상은 적법한 행위지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전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살처분 명령 등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국가의 적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것이므로 ‘보상’에 해당한다. 같은 이유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한 수용과정도 배상이 아닌 보상인 것이다.
보상금의 지급 과정에서 핵심은 재산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에 의해 규제할 수 있지만, 그 사회적 제약이 축산농가에 수인의 한계를 넘어설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당연히 살처분 등은 축산농가에 가혹한 부담이 발생하는 경우에 해당하며, 보상금의 지급 범위가 가축전염병예방법상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축전염병예방법은 그 목적과 규정내용, 보상금의 지급 취지 등을 체계적·유기적으로 검토해 보더라도 살처분 보상금이 감액되고 일정한 경우 감액이 경감될 수 있다는 점 이외에 보상금이 얼마나 지급될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살처분 명령 등은 가축 소유자에게 전염병 발생의 귀책사유가 없고, 살처분 대상 가축이 전염병에 걸린 경우 뿐 아니라 전염병에 걸렸다고 믿을만한 경우에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축산농가는 가축들에 대한 소유권을 영구히 상실하게 된다.
축산농가에 귀책사유도 없이 그 재산을 영구히 박탈하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축산농가가 느끼는 사회적 제약은 수인의 한계를 넘어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보상금의 상한과 하한 및 금액을 정하는 원칙, 감액여부, 감액기준 등을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는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즉 행정기관에 입법권을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는 살처분 보상금의 지급이 기술적 측면이 있고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탄력적으로 정하여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대해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을 위배하였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권리자에게 가혹한 부담이 발생하는 재산권의 침해와 같은 사항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규정하기 보다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여러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대략적인 내용을 법률로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축산농가는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을 통해서는 가축 평가액에 대비하여 그 하한 또는 산정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최소한의 기본적 사항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어려움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