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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통의 정책’ ‘책임지는 농민’ ‘국민 격려’ 조화 이뤄야

<지령 3000호 특집>
미래축산 해법 제시한 이병규 축단협회장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

대한민국 축산이 흔들리고 있다. 축산농가수는 갈수록 줄고 있고, 급증하는 수입축산물의 홍수속에 자급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무차별적인 환경규제와 민원의 압박은 오히려 강화되면서 당장의 사육기반 유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전국 축산농가를 대표하는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대한한돈협회장)의 양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도 극에 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병규 회장이 생각하는 우리 축산의 현실과 전망. 그리고 위기를 넘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산업현실·민의 외면한 정책, ‘위기의 축산’ 한 원인
농협법 개정안 대표적 사례

축산인 수출국과의 경쟁 앞서  사육기반 유지 급급한 실정
지키는 축산 넘어 세계화 지향해야

차세대 인재 양성, 개혁 주도케
축산 주도 경종 연계 순환농업...농촌 공동화 현상 대응책 될 것

 

- 축산업이 그 어느 때 보다 위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확한 시각이다. 물론 국내 축산업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문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점이다. 축산물 수입은 이제 관세제로 또는 제로화가 되고 있으며 오는 2018년 3월 24일부터는 무허가 축사의 폐쇄나 운영 중지명령이 예고된 상황이다. 더구나 일선 지자체는 환경부의 새로운 권고안을 명분으로 지방조례상 가축사육제한 거리를 더욱 확대, 이대로라면 산속이 아니면 가축을 키울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사실 축산물 시장개방은 나중 문제다. 가축을 키울 수 있어야 경쟁이라도 해 볼 것 아닌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축산규제만이 관심이다 보니 성장은 엄두도내지 못한채 지키기에 급급할 정도다. 생산기반 자체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 위협요인은 오래전부터 대비해 왔다. 그런데도 악화된 원인이 무엇인가.
축산업계의 자구노력이 부족했다는 것 만으론 설명이 안된다. 축산업에 대한 정부의 시각과 ‘불통’ 의 정책이 무엇보다 컸다. 정책의 기조부터가 산업을 키우기 보다는 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네거티브 일색이다. 법률로만 옭아 매려고 한다. 이로인해 ‘지속가능한 축산업’ 이란 표현이 언제부터인가 축산업계의 구호처럼 사용되고 있는, 웃지못할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농업생산액의 40%를 차지하며 국민의 식단을 책임지는 식량산업이 어떻게 ‘사양산업’ 이고, ‘유지만 하면 다행’ 인 산업이 될 수 있는가.
정부의 시각이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 수립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늘 시대의 변화를 파악하고 소통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혹시모를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까지 고려한 정책과 법률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축산업을 제대로 보려하지 않고, 민의에 대한 수렴에도 소홀히 해왔다. 시대를 제대로 읽지 못한 비현실적인 정책이 현장에서 외면받다 보니 청사진만 있을 뿐 실천은 없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었던게 아닌가.  최근 모든 축산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농협법 개정안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 무허가축사 대책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제제를 받고 싶은 농가는 없다. 불법인지도 모른채, 행정기관의 묵인하에 관행대로 해왔던 농가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지금와서 바꾸지 않으면 모두 뜯어낸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국내 축사의 50% 정도가 무허가축사이거나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농가들이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관련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무허가 개선대책만으로는 구제될 농가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그나마도 지자체의 비협조로 진척이 부진한 실정이다.
당장 축산을 못하게 되면 먹고살게 없는 농가들이 어떻게 하겠는가. 또 다른 불법행위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음지를 양지로 이끌어 내야지, 양지를 음지로 몰아넣는 정책이어선 안된다. 축산농가와 전후방 산업계에서 발생할 실업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더구나 다른 산업계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에 농가는 최대한 노력하되 어쩔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구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 급격히 무너지는 축산물 자급률도 관심사다.
농민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기후 또는 외부요인에 의해 수급과 가격이 결정되는 게 바로 농축산물이다. 휴대폰이나 자동차와는 다르다. 그러나 농축산물의 자급률에 대한 목표치는 반드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바로 식량이기 때문이다.
식량안보가 확보되지 않는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겠나. 또 1차 산업이 튼튼해야 2, 3차 산업도 존재할 수 있지만 우리 현실은 어떤가. FTA는 우리 축산물 시장을 축산강국의 각축장으로 만들었지만 정부대책은 그나마 이행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축산물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수입에 앞장서는 반면 가격이 떨어지면 나몰라라 하는게 정부다. 게다가 각종 규제로 사육기반 마저 흔들다 보니 자급률 사수가 힘겨울 수밖에 없다.

- 구제역과 AI 등 악성가축전염병의 고리가 좀처럼  끊기지 않고 있다.
물론 현장의 방역의지와 실천이 제일 중요하다. 청정화가 긍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에도 절대 공감한다. 다만 정부의 방역정책은 산업적인 측면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살처분 보상기준과 오락가락 행정, 그리고 농가에만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부의 그간 행보는 오히려 현장의 불신을 초래, 방역의 가장 큰 장애물이 돼 왔다. 다행이 이번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양축현장과 일선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방역을 위한 방역’ 이 아니라 ‘산업을 위한 방역’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 ‘김영란법’ 에 대한 축산업계의 우려가 높다.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국민정서만을 쫓아 산업을 외면하다 보면 그 피해는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우리 농축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이에 따른 폐해가 속출할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나의 법으로 인해 소외되는 계층이나 산업이 생겨서는 안된다. 더구나 농축산업계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편법과 불법이 난무할 게 불보듯 뻔하다. 일단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사회적 혼란과 국가적 정력만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법만 만들다가 볼일 다보는 대한민국이 되는 ‘우’ 는 더 이상 범하지 말자. 농축산물은 반드시 김영란법에서 제외돼야 한다.

 

- 축산농가수가 급감하고 있다. 대책은 무엇이 있겠나.
100년, 아니 당장 10년 후의 우리 축산업을 생각하더라도 젊은피의 수혈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할게 없으면 축산이나 해라”는 식의 접근도 안된다. 농협중앙회와 일선 협동조합, 그리고 생산자단체들이 앞다퉈 후계자 육성에 소매를 걷어 부친 것도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고, 민원의 대상이거나 사양산업 취급을 받아야 한다면 어느 누가 자율의지에 따라 축산업에 뛰어들겠는가. 이제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젊은이들 스스로 고등학교나 대학교의 축산과를 선택토록 하되 졸업후에도 전공을 바꾸지 않고 마음놓고 전문인으로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
축산업의 변화, 나아가 개혁까지도 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완성되는게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시대 흐름에 적극 대응하는 미래의 축산을 기대해 볼수 있지 않겠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이른바 ‘인구절벽’ 추세 속 농촌지역의 공동화 현상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축산 주도하에 경종농업과 연계한 순환농업구조가 완성, 우리 농촌도 도시 못지 않게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를통해 생성된 부가가치는 다시 국민들에게 환원, 우리 농촌과 축산이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환영받는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갈수 있을 것이다.

 

- 생산자단체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축단협의 역할론도 커지고 있는데.
요구하기에 앞서 식량생산을 담당하는 ‘공인’ 으로서, 축산인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하되, 친환경적인 생산기반 구축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축산업 기반 구축이 각 품목 단체, 나아가 축단협에게 부여된 임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는 투쟁이 아닌 협력을 위한 파트너라는 시각으로 먼저 접근해 나갈 것이다. 정부도 담당 공무원이나 고위 관료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거나, 짜맞추기식 정책에서 벗어나 현실을 이해하고 해당 품목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진정 축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이제 ‘지키는 축산’ 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이며, 세계로 진출하는 축산, 통일을 뒷받침하는 축산’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생산현장. 그리고 국민에 이르기까지 각 부문의 역할수행이 이뤄져야 한다. 식량 확보 없이 로봇과 공장만으로 통일이 가능하겠나.
소통하는 정부, 책임을 지는 농민, 그리고 격려와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주며, 부족할 때는 질타해주는 국민이 조화를 이룰때 우리 축산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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