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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4천 에이커 종자 파종 중복 되는 일 없어

미시시피강의 Corn Story / ② 밭고랑 찾아가는 GPS

[축산신문 장지헌 기자]

 

농장 생산성 경영비 분석 마인드 돋보여
IT-바이오 기술 접목 생산성 획기적 개선
후계 인력난은 지구촌 농민의 동병상련

 

농장주 폴 제쉬케씨의 안내로 신발을 신은 채 거실에 들어서니, 여기가 한국이 아닌 미국임을 저절로 실감케 된다. 폴씨의 아내 다나씨가 빵과 커피 등 먹을 것을 권한다. 이윽고 시찰단 일행은 쇼파 또는 의자에 좌정하고 농장을 소개 받는다.
4천 에이커(1천620ha:옥수수 2천400에이커, 콩 1천600에이커) 규모의 농장을 4명이 관리하고 있다며, 농장 경영비 세목이 적힌 페이퍼를 내놓는데 농부의 경영 마인드가 읽혀진다.
우선 생산성이 주목된다. 에이커당 평균 180부셀(11.3톤/ha)로 미국 평균 생산량 167.4부셀보다 높다. 이어 경영비 설명이 이어진다.
‘에이커 당 종자비 125달러, 비료대 200달러, 연료비 30달러, 제초제 30달러, 보험 35달러, 감가상각 60달러, 농기계 수리비 35달러 등등’ 모두 550달러인데 여기에 임대료로 에이커당 300달러가 보태져 850달러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제쉬케팜의 경우 적어도 옥수수 가격이 부셀당 4.72달러는 넘어서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계산(180×4.72=849.6)이다. 현재 거래가격이 4달러를 밑돌고 있으니 적자란 이야기다.
이렇듯 농부가 농장을 경영함에 있어 경영 기록을 일목요연하게 작성하는 것 그 자체가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기록을 당당하게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장 소개 전 지난 2012년 가뭄으로 인한 옥수수 흉작으로 한국 축산 농민에게 사료값 부담을 안겨준데 대해 미안함을 표시했는데, 이 기록을 확인하면서 그 말이 더욱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올해는 풍작으로 옥수수 가격하락이 예고된 만큼 한국의 축산 농민과 희비가 엇갈리는데 이어지는 말이 또 귀에 박힌다.
“지난 2012년에 돈을 좀 벌었기 때문에 올해 풍작으로 인한 가격하락은 견뎌내야 합니다.”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2년 전 번 돈으로 기계구입 등 옥수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많이 투자했다고 한다. 호황 때 불황에 대비하는 자세가 신선하게 들렸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그 다음부터다. 부인 다나씨가 농장 경영에 있어 최첨단 IT기술을 농장에 어떻게 접목하고 있는지 사진을 보여주며 일일이 설명하는데, 미국의 농업 경쟁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재삼 확인하게 된다.
광활한 땅에 작은 옥수수 알을 파종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터, 하지만 옥수수 한 알 한 알, 밭고랑 하나하나 중복되지 않고 파종이 이뤄진다. 밭고랑을 찾아가는 GPS 덕분이다. 이 GPS로 인해 파종은 물론 농약 살포도 중복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한 해 옥수수 또는 콩 작황 지도가 만들어져 같은 농장 안이라고 하더라도 잘되는 부분과 수확이 떨어지는 부분을 찾아내어 이에 적절한 처방을 가능하게 한다. 종자별 성적 분석, 토양 테스트도 동시에 이루어져 생산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옥수수 재배에 있어 바이오 기술도 관심을 끈다. 소위 GMO 종자의 개발로 가뭄이나 해충에 견뎌냄으로써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바이오 기술과 IT 기술이 접목되면서 미국 옥수수 생산성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GMO 종자 채택후 옥수수 생산량이 2000/2001년 에어커당 133.8부셀에서 2012/2013년 167.4부셀로 늘어난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고 생산현장에서 농부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농장경영이 최첨단화되고 기계화로 인해 농민의 노동 부담이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농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농촌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식들이 변호사나 의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후계 문제가 걱정스럽다’는 미조리주에서 만난 농부의 하소연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지구촌 농민의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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