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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알곡 대신 사료용 청보리… 녹색 희망 물결로 지평선 물들이다

<창조축산> 청보리 섬유질 사료 생산 ‘전주김제완주축협’

[축산신문 장지헌 기자]


■ 현장에서 길을 찾아라


’12년 정부 보리수매 중단 계기 발상의 전환

“사람 대신 가축이 먹는 곡식” 대체작목 부각

 경영체 교육·파종시기 조정…품질관리 철저

 조사료 생산 힘든 고령농가 ‘TMF 사료 환영’

 1등급 이상 출현율 92%…뛰어난 효과 확인


전북 김제는 지평선 축제로 유명하다. 김제 평야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 지평선 축제라는 말에 금방 수긍한다. 아득한 지평선, 그 위로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 물결, 또는 녹색 물결. 특히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녹색 물결이다. 겨울에 재배한 청보리가 봄이면 녹색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그런데 그 지평선 가득한 녹색물결이 사람이 먹는 곡식이 아닌 가축이 먹는 사료라는 것은 적어도 10년 전 만해도 상상치 못했다.

2007년 5월 전주김제완주축협의 섬유질사료공장 준공은 그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의 시작이다. 

2007년 정부는 보리 수매를 매년 줄여 2012년에 보리 수매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한다. 물론 전남지역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보리 수매 중단 반대에 나섰지만 정부의 보리 수매 중단 계획은 멈추지 않는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다. 보리 알곡 대신에 청보리를 생산하면 소득은 알곡보다 적기는 하지만 보리 수매 중단에 따른 대안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보리 알곡 대신 청보리로, 다시 말해 사람이 먹는 곡식이 아닌 가축이 먹는 사료로 전환함으로써 대체 소득 작목으로 부각된 것이다.

전주김제완주축협은 이곳 지평선 아득한 김제 평야에서 생산된 청보리로 섬유질 사료를 생산, 축산농가에 공급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청보리를 생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 청보리가 조사료로서 제 기능을 하기엔 품질에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제대로 건조되지 않은, 소위 물탱이 청보리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축협으로선 청보리가 아닌 수분을 납품받아야 했으니 그 어려움이 적잖았던 것이다.

이상연 공장장은 그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보리 알곡 수매 중단 정책으로 겨울철 농민이 놀아야할 판이었는데 청보리를 재배함으로써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청보리 수확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고, 또 건조도 제대로 되지 않아 품질에 문제가 발생, 참 암담했습니다.”

그래서 청보리를 수확해서 납품하는 영농조합법인으로 구성된 경영체들을 모아 품질 관리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적정 수준 이하의 청보리는 납품을 아예 받지 않기로 방침을 확고히 했다고 한다.

또한 수확기를 감안한 보리 파종 시기를 사전에 조정하는 한편 수확기가 되면 일일이 수확과 건조 상태를 점검함으로써 품질난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것이다.

40여 청보리 경영체 대표중 한 사람인 표필중씨도 품질난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 공장장을 거들었다.

그렇게 청보리 생산과 품질관리에 이은 섬유질 사료 생산은 3년 만에 안정적 시스템을 유지하게 됐다는 것. 아울러 섬유질 사료 수요 증가와 함께 3교대 근무까지 하며 가동율을 올려 공급량을 늘렸으나 최근에는 3교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 기계 고장과 수리비 부담 등을 감안 가동률을 낮춰 월 평균 2천700~2천800톤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섬유질 사료는 25kg 포대로 농가에 공급되는데, 한우 사육농가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이 사료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조사료를 생산할 힘이 없는 고령의 농가에겐 이 섬유질 사료가 더없이 고마운 것이다.

그러면 이 청보리를 주원료한 섬유질 사료(TMF)의 사료적 가치는 어떨까. 전주김제완주축협의 섬유질 사료는 곡류 55%에 조사료 45%로 구성된다고 한다. 조사료중 청보리가 38%, 볏짚 5%, 수입건초 2%라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청보리 TMF사료의 급여효과(2007년8월~2009년 10월, 나준엽 위탁농가)는 1등급 이상 출현율이 91.9%로 관행 사육 50%, 청보리 사일리지 88%보다 크게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번식우의 경우도 청보리 급여시 배합사료는 32% 줄었고, 사료비는 36% 절감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섬유질 사료는 소 사육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사료로 그 위상이 크다. 이제 가을 추수가 끝나면 논 바닥에 허옇게 비닐랩에 싸여있는 조사료를 보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다.

김제에서는 그 작업이 모내기 전에 이뤄진다. 보리가 사람이 먹는 알곡이 아닌, 가축이 먹는 사료로 전환함으로써 생겨난 지평선의 새로운 풍경이다.


■ 인터뷰 / 박영준 전주김제완주축협장


섬유질사료 수요 많아…제2공장 설립 추진중


전주 지역 로컬푸드 붐 타고 정육 판매 활성화

도농복합 특색 살려 10년내 경제사업 1조 기대


“섬유질 사료 수요가 해마다 늘어 곧 제2공장을 설립키로 하고 허가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박영준 전주김제완주축협장은 현재 공장 캐파는 하루 8시간 기준 월 2천톤인데 많을 땐 3천톤이 넘는 경우도 있다며 섬유질 사료사업이 성장일로에 있음을 이렇게 한 마디로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조사료의 약 60%는 여기서 생산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 조합장은 그러나 조합 경제사업은 섬유질 사료 사업만큼이나 축산물 판매 사업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주 참예우 명품관을 통한 한우 판매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부터 전주에는 로컬푸드 붐이 일고 있는데 이 붐을 타고 정육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위탁우를 1천100두정도 사육하고 있습니다.”

농가들에게 소를 입식해주고, 사료와 약품까지 주고 두당 2만~2만3천원을 조합원에게 사육비를 주는 계열화 형태의 사육으로 농가에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조합은 원하는 한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농촌지역인 김제에선 조사료를 생산하고, 도시지역인 전주에선 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농촌과 도시가 복합적인 조합의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전주김제완주축협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우리 조합도 경제사업 물량이 1조원에 육박할 것입니다.”

박영준 조합장은 취임후 신용사업 규모를 2배 수준으로 성장시켰다며 10년 후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자신있게 대답했다.

■김제=김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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