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축산경제(대표 남성우)가 일선축협과 함께 한우농가 산지조직화를 본격 추진한다. 기존의 한우선도농가 육성사업을 개편한 이번 산지조직화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 패커(안심축산)에 초점을 맞춰 협동조합 사업 틀 안에서 한우농가를 보다 체계적으로 조직화한다는 점이다. 또한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됐던 한우교육도 농가조직화를 위한 중요한 툴로 적극 활용한다. 산지조직을 축산물 판매기능 확대와 연동시켜 협동조합형 패커를 완성하겠다는 것이 농협축산경제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느슨했던 농협축산경제 내부의 조직 간 사업연계 방안과 역할체계도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설정해 유기적인 협동 체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농협의 한우농가 산지조직화, 교육조직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알아봤다.
참여주체 유기적 역할분담…‘협동 시너지’ 극대
선도농가 육성사업과 병행 추진…장기적 일원화
농가 수평계열화 방식 참여 ‘안심축산 출하회’ 구성
농가교육 조직화 역량집중…협동체계 완성이 관건
>>산지조직화 추진방안
기본적으로 그동안 농협이 추진해온 한우선도농가 육성사업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한우선도농가 육성사업과 대형패커 산지조직화사업이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모든 사업이 대형패커 산지조직화로 일원화된다.
그동안 한우선도농가 육성사업을 통해서는 대규모농가 참여를 유인한다. 현재 참여농가 사육두수를 전업규모로 권고하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육두수 최저한도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사업물량에 따른 차등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약정이행률에 따른 차등지원에서 약정이행률에 사업물량을 함께 계산해 차등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우선도농가 육성사업에 참여할 때 약정사항에 안심축산 출하를 포함시킨다. 현재는 협동조합사료 90% 이상, 계통출하 80% 이상 약정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지만, 안심축산 의무출하비율을 올해 10%에서 2015년 30%, 2020년 80% 등 연차별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 계획은 오는 9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한우선도농가 숫자도 2012년 2천100농가에서 올해 2천150농가로, 2015년에는 3천35농가, 2020년에는 5천500농가로 늘릴 계획이다.
협동조합형 대형패커 산지조직화 사업의 초점은 가칭 안심축산출하회 구성이다. 대규모농가와 한우선도농가 중 희망농가를 모아 전속출하농가모임을 결성하고, 이를 대형패커 수평계열농가로 키워 나간다는 것이 골자다. 안심축산출하회 운영주체는 지역축협이다. 축협은 농가조직 운영은 물론 사양관리, 컨설팅, 농가교육, 안심축산 출하명령 시 농가분산과 수행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농협축산경제는 산지조직화를 지원하고, 종합컨설팅과 판매처 확보 등을 맡는다. 대형패커 산지조직화의 재원은 정부자금 등이 투입되며 올해 시범사업 후 성과평가과정을 거쳐 확대 추진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한우선도농가 육성사업이나 대형패커 산지조직화에 참여한 농가들의 한우는 선도조합이나 안심축산출하회를 운용하는 지역축협을 통해 안심한우(대형패커)로 출하되는 구도가 조직화의 요체가 된다.
▲참여주체 역할=대형패커 산지조직화는 안심축산출하회를 기점으로 한 협동조합형 수평계열화체계 완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작동됐던 ‘협동’ 구조를 철저한 역할분담과 실천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도 담아냈다.
농협축산경제는 따라서 산지조직화에 참여하는 주체별로 역할분담을 세분화해 확정했다. 부여된 역할에 대해 농협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피드백시켜 사업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안심축산출하회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역할은 간단하다. 고품질 안전축산물 생산과 사양관리 및 품질관리지침 준수다. 농가는 생산에만 전념하면 되는 셈이다.
참여축협의 역할은 사양관리를 통한 품질 규격화, 안심축산출하회 등 생산조직 육성과 계약출하 유도, 계열농가 교육과 컨설팅 강화로 생산비 절감이다. 그동안 축협이 수행해온 임무를 좀 더 체계화시키고 안심축산으로 집중시켰다는 점이 색다르다.
농협축산경제 내부에서의 역할분담은 좀 더 치밀하게 세분화됐다. 어쩌면 가장 느슨해질 수 있는 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했다. 우선 산지조직화의 사령탑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은 축산경영부가 담당한다. 안심축산출하회 등 산지조직화 지원을 총괄하는 임무다. 축산경제기획부는 각종 정책자금과 농협자금을 확보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축산컨설팅부는 전기와 사양관리, 방역, 경영관리까지 농가를 대상으로 종합컨설팅을 지원한다. 축산유통부는 출하예약제와 관련해 산지조직화에 참여한 농가를 우선 지원하게 된다. 안심축산분사는 정부자금과 안심축산물판매활성화자금을 확보하고, 공동브랜드 홍보는 물론 판매처 확대, 그리고 시장교섭력 강화를 통해 농가소득증대까지 임무가 방대하다. 농협사료의 역할도 부여됐다. 농협사료는 안심한우사료를 공급하는 임무와 함께 산지조직화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교육조직화 추진방안
협동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농가교육이다. 끊임없는 교육은 농가들의 농장경영수준을 높이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산지조직화와 함께 농협축산경제는 한우농가 교육조직화도 추진한다. 산지조직화와 교육조직화가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조직현황=현재 지역축협에서 한우농가조직을 갖고 있는 조합은 총 110개로 전체 117개 중 94%에 이른다.
조직수는 1천508개, 소속농가는 5만9천349호다. 조합 당 약 14개 조직을 평균 540농가를 대상으로 운용 중이다. 1개 조직 당 참여농가는 약 40호다. 농가조직의 유형은 기초조직과 교육조직, 사업조직으로 분류된다. 기초조직은 작목반과 작목회, 축산계로 나눠지며 1천130개(94조합)가 운영되고 있다. 참여농가는 3만9천220농가. 작목반이 675개, 작목회가 99개, 축산계가 426개, 기타 30개가 있다. 교육조직은 여성한우회(99)와 한우아카데미(21) 등으로 총 120개(48조합)가 활동 중이며 6천603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사업조직은 브랜드농가회(47)와 개량농가회(24), 조사료(69) 등이며 총 180개(46조합)에 1만681농가가 참여 중이다. 기타조직은 14개(14조합) 2천845농가가 있다. 한우사업단은 작목반 등 기초조직과 동일하거나 기초조직을 읍면단위로 분할한 조직으로 보면 된다.
농협축산경제는 현장의견을 들어 기초조직 중에서 작목반 등은 한우회로 변경을 권고할 방침이다.
▲교육조직화 방향=기본적으로 투 트랙을 원칙으로 삼았다. 기초조직과 특수조직(사업·교육조직)이 두 축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기초조직과 특수조직 별로 적합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만든다. 일반농가, 번식농가, 비육농가 별로 교육내용을 달리하고, 또 여성한우인, 후계한우인, 한우대학강좌 등 대상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중앙회가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그런 다음 지역축협 자체 계획에 따른 조직단위별 농가교육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축산전문가로 구성된 인력풀(837명)을 제공하고, 교육대상별 표준프로그램도 만들어 준다. 가칭 웹-한우도서관 운영을 통한 교육기초자료도 제공한다. 특히 교육실적을 종합업적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한우농가교육을 담당하는 조합직원을 대상으로 권역별 사전교육도 실시한다.
이와 별도로 농협축산경제는 축산컨설팅부가 실시해온 여성아카데미나 후계자교육, 한우대학강좌는 그대로 추진하면서 축협교육과 연동될 수 있도록 교육조직화를 추진한다.
>>한우농가 조직화의 과제
산지교육화나 교육조직화는 결론적으로 협동조합 내부에서부터 ‘협동’을 극대화해 말 그대로 협동조합형 대형패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 이상 느슨한 협동체계로는 판매농협 구현도, 생산에만 전념하는 농가 육성도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특히 새정부 들어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농협축산경제 입장에선 산지조직화 만큼 절실한 선결과제가 없는 것도 분명하다. 한우농가의 산지조직화, 교육조직화는 지역축협, 나아가 농협축산경제와 계열사까지 사업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지조직화, 교육조직화는 분명히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자 과제다.
그럼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다른 것이 필요없다. 바로 협동이다. 농협축산경제는 바로 내부 부서 간의 협동, 계열사와 협동, 그리고 지역축협과의 협동 구조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농가들이 따라오고, 대형 패커 사업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올 초부터 남성우 농협축산경제대표는 내부 회의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 간의 상호이해와 협동을 강조해왔다. 그만큼 협동정신이 다시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참여주체들이 주어진 역할을 분명하게 해내야 조직화가 성공한다. 어떤 의미에선 산지조직화는 그동안 외로웠던 농협안심축산에겐 전폭적인 사업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명실상부한 대형 패커로 거듭날 수 있는 열쇠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