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선금거래 주류…일반농가 수급 사각지대
올 조사료 생산량 41%가 볏짚…소 사육 위한 절대수단
업자 공공연히 선금 요구…선계약해도 가격 인상 일쑤
현장선 “정부 운송비 보조, 개별구매 농가 혜택 어려워”
한우나 낙농 등 반추가축을 사육하는 축산농가들에게 조사료 확보는 매우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면 볏짚을 구매하기 위한 축산농가와 판매를 하는 유통상인들간의 실랑이가 끊이지 않는다. 초지가 부족한 우리에게 조사료로서 볏짚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볏짚의 유통구조는 아직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볏짚 유통의 문제는 무엇이고 개선 방안은 없는지 살펴본다.
◆공급량 부족에 가격 천정부지
올해 국내산 조사료 생산량은 472만6천톤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볏짚은 193만7천톤으로 41%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볏짚의 수급은 축산농가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의 경우 볏짚 공급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볏짚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생산현장에서는 상차도 가격으로 볏짚 500kg 한 롤 당 가격이 6만원~6만3천원으로 지난해보다 20%이상 치솟았다. 소 값 하락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한우농가의 현실에서 볏짚 가격의 상승이 주는 압박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문제는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농가입장에서는 구매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물건 가진 사람이 왕, 부르는게 값
경북영주 우리목장의 석정훈씨는 “올해 영주지역의 볏짚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도착가격이 롤당 7만5천원에 하차비가 롤 당 3천원씩 추가로 든다. 1롤 당 7만8천원 치는 셈”이라며 “농가 입장에서는 소를 굶길 수 없기 때문에 달라는대로 주지 않을 수 없다. 안 그래도 소 값이 바닥을 쳐서 농가들이 죽을 지경인데 볏짚가격도 매년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도저히 견뎌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영주가축시장에서는 5개월령 암송아지 가격이 47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송아지 한 마리 가격과 볏짚 6롤 가격이 같은 셈이다.
축산 농가들은 볏짚가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사지 않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
몇 해 전 이천의 경우 한우농가들이 공동구매로 볏짚을 구매했다. 연 초에 업자와 계약을 맺었지만 볏짚 수확기에 이 업자가 생산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연 초에 맺은 계약을 믿고 있었던 농가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지만 결국 업자의 요구대로 가격을 올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육하고 있던 소를 굶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볏짚 유통의 취약점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대규모 선금 공급계약 체결로 일반농가는 구경하기도 힘들어
볏짚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면서 연 초에 선금을 주고 공급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볏짚 유통업자들이 생산 농가를 모아 볏짚을 선점하고, 축산농가에게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유통업자들과 일부축협이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일반 농가들은 볏짚 구매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홍제 한우협회 하동군지부장은 “축협이 선수금을 걸고 대규모로 볏짚을 확보하면서 일반 농가들은 볏짚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 졌다.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볏짚 유통업자들은 축산 농가들에게 공공연하게 선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유통비 지원, 호남 농가 역차별…사각지대 발생도
볏집 수급이 이렇게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볏짚 유통비용을 지원키로해 주목되고 있다.
볏짚 생산지역에서 타 시군으로 100km이상 운송할 경우 1kg당 30원 한도에서 실제 운송비의 50%를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는 소 사육농가가 100km이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볏짚을 구입할 경우 발생되는 적지 않은 유통비용 부담을 정부가 어느 정도 덜어주겠다는 점에서 분명 환영할만한 정책이다. 그러나 볏짚 수거와 유통이 절반 이상 이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이 발표됨으로써 현장에서는 큰 혼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 개별적으로 볏짚을 구입한 농가의 경우 정부의 유통비용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해당 농가의 불만이 적지 않다. 아직 볏짚을 확보하지 않은 농가라도 일선축협에서 볏짚을 취급하지 않으면 이 또한 정책의 사각지대가 되어 정부의 유통비용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영남지역 축협의 한 조사료 담당자는 그동안 호남 지역 축협으로부터 볏짚을 확보, 조합원들에게 공급해봤지만 조사료 품질이나 물량, 거리에 따라 조합원들의 요구가 달라 조합에서 일괄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올해는 조합에서 소개만 하고 구체적인 구매는 조합원 개개인이 직접 구매토록 했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의 경우 정부의 정책이 너무 늦게 발표되어 현재로선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북 청도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이부충씨는 “최근 농식품부에서 볏짚의 운송비를 지원하겠다고 말해 농가들의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축협이나 농협을 통한 거래에만 운송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어 직거래를 하는 농가들은 그 혜택을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지역 축협에서 볏짚을 취급하지 않는다면 농가로서는 운송비지원을 받을 길이 없다”며 모든 농가가 정부의 볏짚 유통비용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임용현 한우협회전북도지회장은 “농식품부에서 볏짚 운송비를 지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반갑게 생각했다. 하지만 운송거리가 100km 이상의 경우에만 지원한다는 기준은 조금 아쉽게 생각한다. 볏짚 생산지인 전북과 전남지역의 축산농가의 경우 운송보조금을 받는 타 지역의 농가보다 자칫하면 더욱 비싼 가격에 볏짚을 구매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볏짚 생산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오히려 먼 곳보다 더 비싼 볏짚을 구매해야 하는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따라서 거리제한을 없애 모든 농가들이 고루 혜택을 받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볏짚 생산량 해마다 줄어…지역 따라 품귀현상도
생산액 규모 2009년 12위서
지난해 20위로…내리막길 지속
정부대책 현실과 괴리 지적도
볏짚 생산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축산농가에서 소 먹이로 더 할 수 없이 좋은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볏짚 생산규모가 해를 거듭하면서 계속 줄어들자 소 사육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렇다보니 지역에 따라서는 볏짚 품귀현상 마저 보이는데다 가격도 심지어 널뛰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08년에는 볏짚 생산액이 7천억원으로 생산액 규모에서 12위를 차지한 것이 2009년에는 6천234억원(15위)으로 줄어들더니 2010년에는 5천69억원(18위), 2011년에는 4천884억원(20위)로 급락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식품부가 볏짚 확보 대책을 내놓기는 했으나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현장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영란 ysfee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