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권재만 기자]
경남 조사료 재배 논 면적 전년대비 88% 줄여1만600평 신청에 고작 1천800평 배정
수단그라스 종자 구입비만 날릴 상황
정부는 지난 2010년 연이은 풍작으로 인한 쌀의 수급량 조절과 양질의 조사료 생산으로 양축농가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논에 조사료를 생산하는 이른바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을 시작했다. 논에 쌀농사 대신 콩과 사료작물을 생산하는 농가에게 1ha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사전 통보 없이 3년이라는 기한을 파기하고 조사료 생산 부지를 턱없이 줄여 조사료 생산을 위한 파종을 준비하고 있는 농가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에서 한우 350두를 사육하고 있는 조성래씨<사진>는 지난 2010년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이 시작되던 해에 조사료 생산을 위해 53마지기(1만600평)를 배정받고 그에 맞는 분량의 수단그라스 종자를 구입해 조사료를 재배해 왔다.
당초 정부의 홍보대로 올해까지는 이 사업이 당연히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 조 씨는 지난해와 같이 53마지기를 신청하고 수단그라스 종자 역시 거기에 맞게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지난달 조 씨에게 53마지기가 아닌 9마지기(1천800평)가 배정됐다는 통보가 왔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는 쌀이 남아돌아 수급량 조절을 위해 논에 조사료를 생산하는 것으로 쌀의 수급을 조절했지만 현재는 쌀이 부족해 정부정책이 바뀌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이미 53마지기 분량의 수단그라스 종자를 창고에 쌓아 놓은 조씨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배정받은 9마지기만으로는 조사료 생산을 위한 장비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조사료 생산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작년 10월쯤이 되면 쌀 작황이 나오는데 그때 쌀이 부족하다고 집계가 되면 발 빠르게 정책이 바뀌었다고 농가들에게 알려줬으면 종자 수입을 안 하고 논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준비했을 것인데 그나마도 못할 형편에 처한 것이다. 지금은 수단그라스 종자의 특성상 활용할 방안을 전혀 찾을 수 없어 애써 구입한 종자를 그냥 버려야 할 상황이다.
“저 혼자의 문제라면 그냥 포기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을 신청한 농가가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을 것이며, 그들이 입은 피해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든다”는 조씨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정부가 일방적인 행정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조씨는 이어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을 진행할 때는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와 함께 사업 참여 시 3년간은 유지해야 한다고 농가들에게 설명을 해 놓고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 쉽게 정책을 바꿔버리는 근시안적인 정부 태도에 화가 난다”며 비난했다.
지난해 경남에서만 720ha(217만8천평)의 논에서 조사료를 생산했지만 올해는 그 폭을 대폭 줄여 80ha(24만2천평)의 논에 조사료를 생산하는 것으로 시·군과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약 88%가 줄어든 면적은 고스란히 농가의 피해로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가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이 부재하다. 개탄스럽다”는 조성래씨(전국한우협회 창원시지부 부지부장)는 “이 같은 상황에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상대적 약자인 농가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하루속히 지속 가능한 농업정책으로 농가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