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조사료 자급, 전향적으로 보자
정부에서는 올해 우리나라의 조사료 생산이 412만4천톤으로 자급률이 83%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조사료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웃돈을 주고도 구입하지 못하는 농가들이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조사료 생산량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조사료 수요가 예상을 크게 웃돌 만큼 많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일각 “품질·영양 고려 생산량 조사방법 개선을”
대두피 등 우수 사료원료 수입쿼터로 묶여 제한적
“일부 수입통관 품목 조정…수급불균형 해소 필요”
축산업계에서는 지금까지의 조사료 정책이 생산량 확보에만 주력했다면 이제 이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수요자에 대한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부는 지금까지 조사료 생산자에게 장비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계속해 왔다. 결국 경종농가들이 조사료 생산에 나서야 사료자급률이 오를 수 있다는 목표를 세우고 여기에만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수요자인 축산농가와 사료생산업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우수한 자급조사료가 생산되는데 굳이 수입조사료를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며 “축산업의 품질경쟁력은 결국 사료원료의 품질과 직결되는데 생산량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 조사료자급률 높이기에 대한 전향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초점을 맞춘 체계가 확립된다면 조사료 생산농가가 일부러 생산량을 부풀려 신고하는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급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사용자가 이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결국 진정한 의미의 자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생산량을 조사하는 방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는 단순히 재배면적으로 생산량을 산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사료의 품질이나 영양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물량만으로 자급률을 계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료의 영양은 축산물의 품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한 단계 발전된 계산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사료의 영양적 가치를 기준으로 생산량을 파악하고, 생산자급 목표도 영양 가치를 기준으로 세우고 있다.
김광수 한국단미사료협회장은 당장 일부 수입통관 품목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사료원료의 수급불균형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현재 할당관세적용을 받은 것은 크게 사료용근채류인 HSK 1214류 와 사료용 식품성물질인 HSK 2308류이다. 2308류 에는 대두피와 땅콩피 등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우수한 사료원료가 포함돼 있음에도 전체 할당관세배정물량에 묶여서 관리되고 있다”며 “옥수수사일리지가 2308류 에 포함돼 있기 때문인데 옥수수사일리지를 제외한 사료용 식물성물질의 세 번을 분리해 관리한다면 배합사료 및 TMR사료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급률이 높아짐에도 조사료의 가격이 자꾸 오르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급조사료 확대를 위해 생산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정작 이를 사용하는 축산농가 및 사료업체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조사료 생산은 경종농가에게는 소득 증가의 기회가 되고 축산농가에게는 생산비 절감의 기회가 돼야 한다. 이런 목표에 맞는 자급조사료 확대 정책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