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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무기화 소름돋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주요산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IT나 자동차산업이란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이들 산업이 주요산업이라는 데 어찌 이의가 있을 수 있으며, 언감생심 토를 달겠는가. 다만 축산에 기대어 밥을 먹는 처지인지라 농축산업이 한국의 주요산업이라는 답을 기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볼 뿐이다.
그러나 이런 답은 애당초 글렀다고 봐야 한다. FMD(구제역)와 관련한 김문수 경기지사의 최근 언론인터뷰는 적어도 우리 정부에 이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김지사는 FMD 재발을 막기 위해 시급히 고쳐야 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농축산업은 주요산업이나 정책으로 대우받지 못해서 행정이 굉장히 낙후돼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가 축산업을 주요산업으로 다룰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FMD 피해가 가장 극심한 경기도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그가 농축산업이 주요산업이나 정책으로 대우받지 못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안동발 FMD이후 나타난 방역행정의 각종 난맥상이 낙후된 행정의 산물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FMD사태는 낙후된 행정이 농축산업을 파국으로 모는데 그치지 않고 국가적으로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이제 농축산업을 주요산업으로 대우해야 되지 않을까. FMD 사태에서 조금이라도 교훈을 얻었다면 말이다.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는 사람들, 이를테면 축산물을 해외에서 조달하자는 ‘극단론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최근 중국의 식량통계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전세계 곡물생산량중 쌀의 33%, 옥수수 20%, 밀 17%를 소비하는 중국인들의 1일 곡물소비량은 1980년 430g에서 2007년 417g으로 줄었는데도 중국의 전체 곡물소비량은 6천7백만톤에서 1억2천만톤으로 약 2배가량 늘어났다. 가축사료용 수요 때문이다. 이 기간 중국인들의 축산물소비량은 계란이 6.5배, 우유와 쇠고기가 12배, 돼지고기가 3배가량 늘어났다.
중국은 에너지와 각종 산업용 원자재의 블랙홀이 된지 오래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식량자원 싹쓸이에도 나설 것이다. 최근 국내 수산물값이 폭등하는 이면에는 회 맛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있다. 여기에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중국을 뒤쫓는 11억 인구대국 인도 역시 축산물수요가 급증, 국제시장의 요동을 예고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달러만 쥐고 있으면 걱정이 없을까. 비싸더라도 수입으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공급이 부족하면 그것은 무기가 된다. 식량을 수출할 여력이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몇 나라밖에 없다. 중국과의 영토분쟁에서 일본이 희토류금수라는 ‘중국산 무기’ 앞에 맥없이 무너진 사실을 식량문제에 대입하면 소름이 돋아야만 정상이다. 과문(寡聞)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미래의 식량문제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말하는 정부쪽 ‘높은 분’을 아직 본적이 없다. 이제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은 농축산업을 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당히’ 안고 갈 존재로 취급할 것인지, 아니면 주요산업으로 대접할 것인지를 결심해야 한다. 식량산업을 주요산업으로서, 이에 걸맞는 정책으로 대접하지 않고서는 우리 후손들에게 엄청난 짐을 지우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걸 지나친 기우라고 무시할 수도 있다. 기우라면 우리 모두에게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우리 미래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이니 어쩌겠는가. “한국은 식량문제에 관한한 너무 나이브(순진)하다”는 어느 재미경제학자의 언급을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정말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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