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우량종자 확보…자식같이 정성다해 키워 꾸준한 개량 결실, 어느덧 고급육 선도농가 자부심도 수십년간 노력 한순간 물거품…좌절 딛고 다시뛸 것 한우사육을 시작하고, 기왕에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고급육 생산을 위해 온힘을 다했다. 우량한 종자를 확보하는 것이 고급육 생산의 첫걸음이라 생각하고, 무식하게 개량했다. 좋은 어미에 좋은 아비를 붙여 태어나는 좋은 송아지를 정성을 다해 키웠다. 전국 가축시장을 돌면서 좋다는 송아지를 값을 따지지 않고 구입했다. 그것이 한우로 돈 버는 방법이고, 그것이 한우를 잘키울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기에 지겹고, 어렵다는 생각하지 않고 우직하게 버텨냈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2년 전에는 전국의 이름있는 한우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고급육 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대회 심사가 있었던 그날은 그해 수학능력시험이 있었던 날이었고, 아들은 그날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었다. 아들을 태우고 시험장에 가는 차안에서 ‘아빠도 최선을 다했다. 너도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을 거다. 마무리 잘하고 저녁에 보자’고 말했다. 대상을 받은 기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 동안의 노력을 인정받는 것이었고, 아들 앞에서 더 당당할 수 있다는 기쁨이었다. 지난해에는 축사를 새로 지었다. 더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심인접지역이라 민원에 대한 걱정도 됐고, 최신 설계로 새로 지은 축사에서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새 축사를 지었다. 그리고…구제역이 터졌다. 애지중지 키워오던 내 목숨 같던 소들을 땅에 묻었다. 매일 아침 축사에 들어서면 반가운 울음소리로 반겨주던 소들은 이제 그 자리에 없다. 축사에 갈일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았다.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한동안 아무일도 하지 못했다. 할 일도 없었다. 어느 정도 감정이 정리되고 이성을 찾기 시작하면서 다시 소가 키우고 싶어졌다. 누군가 쉽게 말한다. 이번 기회에 골치 아픈 축산 그만하라고….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구제역이 끝나고 재입식이 시작되면 예전처럼 좋은 놈들로만 모아서 다시 시작 할 꺼다. 그리고, 누군가 ‘골치 아픈 축산 왜 다시 하느냐?’고 묻는다면, ‘소가 좋아서’라고 대답해줄 꺼다. ※본 기사는 경기도 고양 다산농장 유완식 대표(한우협회고양시지부장)와의 최근 전화통화 내용을 각색한 것이다. 그는 구제역 감염으로 사육 중이던 한우 150여 마리 전부를 살처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