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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축산업 역경 뚫고 농촌경제 버팀목 성장…저력을 믿어”

원로조합장에게 듣는다 / 윤 기 섭 양주축협 조합장

[축산신문 이상호 기자]
 
“식량산업 기업주도 발상 위험…협동조합 정신 차려야”

축협 생활을 어지간히 한 사람이라면 윤기섭 하면 카리스마가 대단한 조합장이라고 말한다. 쉽게 곁을 내주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한 눈빛에 걸걸하면서도 굵은 목소리, 거기다 시류에 영합하거나 ‘적당히’를 모르는 곧은 성격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윤 조합장의 이미지는 강성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정도 많고, 때로는 부드럽기도 한 사람이다. 윤 조합장은 올해 만 75세로 현역 축협조합장 중 최고령이며, 최다선(7선)의 원로조합장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달 9일 오전 윤 조합장에게 최근의 근황과 축산업 돌아가는 얘기를 들어봤다.

조합장은 실무자가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울타리 역할…자기관리 엄격해야
통합농협법 통과때 가장 가슴아팠어, 여행서 아내도 혼자두고 달려왔었지
온통 대형팩커 얘긴데 기업축산 외부충격에 약해…전업농 중심 내실 다져야


먼저 많은 사람들이 카리스마가 너무 강하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예상대로 강한 부정이다.
“말이 좋아 카리스마지 그거 날더러 너무 강성이라고 말하는 거 아닌가. (손사래를 치며) 너무 강성이란 말 나한테 맞지 않아. 그러나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뭐 어쩌겠나. 난 되도록이면 원칙을 지키려고 해. 타협을 해도 원칙을 벗어나면서까지는 안하거든. 그래서 그런가봐.(멋쩍은지 웃음)”
윤 조합장은 조합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원칙을 지키는 일이며, 조직구성원 누구나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따라서 자신의 책무는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 저녁때 직원들과 술을 마신다거나 그런 거 거의 안 해. 업무의 연장선상이라고는 하지만 다음날 일에 지장을 주거든. 또 조합장이 참석한다고 쓸데없이 공금을 지출할 거 아닌가. 조합 일로 외부손님 만날 때도 될 수 있으면 내가 해결하려고해. 바깥일은 조합장 몫이거든. 직원들이 그런 일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믿어. 물론 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간부들은 예외겠지만.”
얘기가 좀 빗나가는 것 같지만 윤 조합장은 소문대로 두주불사(斗酒不辭)라고 할 만큼 술이 세다. 술이 세다는 건 양도 양이지만 대체적으로 자주 마신다는 얘기다. 그런데 대단한 절제력을 자랑한다. 예를 들면 저녁무렵 출출하다고 해서 별 이유 없이 그냥 한 잔 하는 법은 없다. 피치 못할 일이 아니면 저녁 술자리는 만들지도(물론 조합원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는 예외다)않고, 해도 조금 마신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당할 사람이 없다. 물에 희석하거나, 버린다거나, 술잔을 위로 쳐든다거나 하는 편법(?)은 절대 안 통한다. 술을 남기고 가는 법도 없다. 정말이지 대단한 절제력이다. 공식적인 주량은 본인 말로 소주 1병이다.
“농민들이 힘든 일을 하는 논밭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막걸리를 마시듯이 협동조합도 그런 영향을 받아 술에 관대한 편이지. 그러나 거기에 너무 젖어버리면 자신이나 조직에 해를 끼치게 돼. 절제를 해야 해. 난 평생 고스톱을 모르고 살아. 무슨 재미로 살고, 주위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리냐고들 하지만 나 교제(대인관계) 잘하잖아. 골프도 좀 하다 말았어. 내 돈 내고 운동하는 건데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되더라구. 조합장한텐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채를 아들놈 줘 버렸지.”

 
화제를 돌려 볼까 했는데 윤 조합장은 협동조합 하는 사람들, 특히 조합장은 자기관리가 엄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장에 취임하고 나서 경영자급 책임자에게 “당신과 나, 밥은 먹을 정도는 되니 조합만 보고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부인에게 미안한 적도 많지만 다행히 집안 살림이 밥술이나 뜰 정도는 돼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웬만해선 법인카드도 안 쓴다.
윤 조합장은 원래 양주시 송추에서 낙농을 했다. 말하자면 낙농 1세대인 셈인데, 서울우유 대의원만 7번이나 했다. 1980년대엔 의정부에서 꽤 큰 낙농기구상도 직접 운영했다. 나이가 들면서 일이 힘에 부쳐 10여 년 전부터 한우(현재 30두)로 바꿨다.
윤 조합장은 1982년 양주축협에 가입하고, 이듬해 바로 이사, 그것도 수석이사가 됐으며 올림픽이 열린 88년 간접선거로 조합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표현처럼 신참이 지도자가 된 셈이다.
“솔직히 말해 그 때 뭘 알았겠어. 우연히 수석이사가 되고, 사고가 생겨 직무대행을 하다 보니 조합장이 됐어. 그런데 벌써 7선에 22년이나 했어. 오래 하는 비결이 뭐냐고들 묻는데 별거 없어. 최선을 다하는 거야. 그리고 실무는 간부들에게 맡겨야지 내가 내용도 모르면서 간섭하는 것 보다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했어. 예를 들면 지자체나 유관기관을 상대하는 일이지. 모르면서 관여하면 불필요한 야단만 치게 돼. 사기만 꺾는 거지. 울타리 역할에 충실하려 했는데 잘했는지 모르겠어.”
분야별 책임자들에게 일을 맡기고 자신은 바깥 일만 했다고 하지만 윤 조합장은 숫자개념이 탁월하다. 예를 들면 신용사업은 88년 4월에 개시했고, 그해 35억원의 예수금을 유치했다는 식이다. 사료공장을 신축하고 이전한 시점이나, 지소별 개점 연도까지 뚜르르 꿰고 있다.

- 조합장 생활 22년째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픈 기억 밖에 없는데…. 조합장 될 무렵부터 조합에 사고가 나고, 일부 조합원과 불화가 생기는 바람에 송사를 벌이기도 했어. 될 수 있으면 묻지마. 진저리가 쳐져. 진부한 용어 같지만 인화단결이 최고지. 10년 전 일이야. 농·축협 통폐합이 논의될 땐데 부부동반으로 영국에 갈 일이 있었어. 한참 여행을 하고 있는데 조합에서 통합농협법이 통과됐다는거야. 그래서 마누라를 남겨두고 혼자 귀국했는데 사단이 난거야. 내 조직이 없어진다는데 여행이고 할 겨를이 어디 있어. 여의도에 도착해 보니 참 막막하고 서글프더구먼. 지난 일이지만 그때 일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파.”
그래서인가. 윤 조합장은 건배를 할 땐 언제나 기쁨두배라는 구호를 외치자고 말한다. 또 조합의 브랜드육 전문식당인 참한우정 앞마당에도 기쁨두배라는 글귀가 음각된 큼지막한 화강암표지석이 버티고 서있다.(1990년대 축협이미지 광고에서 출발한 기쁨두배는 축협을 상징하는 건배사가 됐다)

- 축산의 장래를 어떻게 보시는지.
“썩 밝진 않지만 어둡지만도 않다고 봐. 왜 이런 말 있잖아 위기는 또 다른 의미의 기회라고. 돌이켜 보면 참 어려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야. 그래도 우리 축산업 참 대견하고, 대단하다고 봐.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축산은 여전히 농촌의 버팀목이야.”
축산이 비관적이지 않다고 말한 윤 조합장은 얘기가 대형팩커 문제에 이르자 갑자기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잘은 모르지만 대형팩커라는게 대기업축산 말하는 거잖아. 축산업이 식량산업인데 대기업 몇 개가 쥐락펴락 해서는 안 된다고 봐. 수지타산 안 맞으면 뒤도 안돌아 보는게 기업이잖아. 기업축산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약해. 축산업이 튼튼하려면 가족단위 전업농이 중심이 되고 부업농도 어느 정도 있어야 돼.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얘기는 온통 팩커야. 우린 수출국이 아니야. 축산을 기업중심으로 끌고 가서는 위험해. 외국 거대기업의 사냥대상이 될 수 도 있잖아. 정부도 정부지만 우리 협동조합이 정신 바짝 차려야 될 것 같아.”
윤 조합장은 재미삼아, 용돈벌이만 돼도 하는 부업농의 번식우사육을 경쟁력이란 잣대로 봐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면서 최근의 축산업 동향에 대해 불만과 걱정을 쏟아냈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건강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음식 욕심 안내고 열심히 살면 돼. 말하자면 절제라고 할 수 있지. 나도 젊었을 땐 과음을 하면 그 다음날 속이 쓰리고 괴로웠지. 그런데 나이 들어서는 그런 걸 모르겠어. 남들에게 자랑할 만 한건 없는데 나름대로 엄격한 관리를 하는 거지. 요즘은 집사람이 좋다는 것 주면 군말 없이 먹어. 고맙지 뭐.”
윤 조합장은 새벽 4시면 일어나 날이 밝으면 우사로, 논밭으로 나간다. 사료주고 풀 깎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일이 운동인 것이다. 그리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일을 한다. 노느니 염불하는 식이다. 그런 탓인지 체중은 항상 75kg(키 176cm)을 유지한다. 윤 조합장은 부인 황옥재 여사(75)와의 사이에 5남매를 두고 있다. 장남은 같은 동네에서 100여두의 한우를 사육하는 축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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