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축산인, 소비자와 이심전심 소통…‘민폐 이미지’ 쇄신
단순 생산 넘어 다원적 산업 가치 적극 알려야
지난 2년 동안 ‘최윤재의 K-축산 국민 속으로’를 통해 오늘날 축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봤다. 기후위기, 안티축산 정서, 축산물의 영양학적 가치, 동물복지, 식품 안전성, 지속 가능한 축산업 구축 등 논의할 주제는 많았고, 그만큼 축산업이 안고 있는 과제도 컸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단기적인 해법이 아니라,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이에 ‘최윤재의 K-축산 국민 속으로’ 연재를 마무리하며, 특히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축산업, ‘민폐’ 이미지 벗어날 수 있을까?
현재 한국 축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는 것이다. 안티축산 운동의 영향으로 축산업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그러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원인으로 몰리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외면할 수는 없다. 축산업에서의 감축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은 타당하며, 이에 대한 실질적 개선책이 필요하다. 축산업계는 과도한 ‘기후위기 악당’ 이미지를 쇄신하는 동시에, 축산업에서의 탄소와 메탄가스 배출 감소 방안,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 친환경 축산 전환 등 실질적 감축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정부는 축산 분뇨 처리 기준 강화와 친환경 축산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상생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축산업이 ‘환경에 민폐’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한, 산업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축산업, 변화하는 시장·진화하는 소비자 따라갈 수 있을까?
축산업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결국 소비자와의 관계 설정에 달려 있다. 소비자의 요구를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가 곧 산업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동물복지’에 대한 변화다. 지금 소비자들은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복지 축산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022년 케이지 사육 방식이 논란이 되면서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급증했으며, 단순한 요구를 넘어 가격이 더 비싸도 동물복지 인증 마크가 붙은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산농가들은 여전히 변화에 소극적이다. 비용 부담을 이유로, 혹은 ‘소비자들은 결국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축산물 생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자는 과거와 다르다. SNS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접하며, 가치를 인정하는 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변화하는 시장과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 국내 축산업은 결국 수입 축산물과 대기업 자본에 밀려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제 축산업계가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가치관에 맞춰 제품을 개선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축산업, 단순한 식품 산업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축산업이 지닌 다원적 가치다. 축산업은 단순히 식품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다. 이는 농업과 다양한 산업이 긴밀하게 연결된 핵심 분야로, 경제·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축산업은 사료, 동물약품, 농기계 등 전방산업과 유통, 가공, 외식 산업 등 후방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전체 농업 산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산업이다. 경제적 규모로 보더라도 축산업은 결코 다른 산업에 뒤지지 않는다. 국내 사료산업 시장 규모만 약 10조 원에 달하며, 축산물 가공 및 유통 산업은 연간 50조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축산업은 단순한 생산을 넘어 환경적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가축 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 친환경 비료 공급 등 순환형 농업 시스템의 중심축을 담당하며, 미래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축산업은 큰 기여를 한다. 축산업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축산업이 지역 일자리 창출과 관광 산업 발전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지역 특산물 브랜드화 전략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생산·가공·관광을 융합하는 6차 산업의 대표적 사례로 축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축산업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가치까지 포함하는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며, 미래 농업의 핵심 자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축산업 종사자들은 스스로 이 산업의 가치를 더욱 자부심 있게 인식하고, 사회적으로도 이를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축산업이 단순한 생업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라며, ‘최윤재의 K-축산 국민속으로’ 기고문의 2년간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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